[4.13총선] '슬로건 정치학'... 슬로건으로 본 예비후보 면면
여성 후보 김혜승 '대전의 딸', 한국판 버니 샌더스 이동규의 '마음이 아프지 않는 세상', 김신호 '늘 기대고 싶은 사람' 등 "눈길"
4.13 총선이 40여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무엇하나 속 시원하게 결정된 것은 없다. 여기에다 정국 또한 북핵 시험발사와 장거리 미사일 발사, 그에 뒤이은 우리측의 개성공단 폐쇄, 그리고 한미간 협의 중인 고고도 미사일요격용 사드논란 속에 여의도 정치권마저 19대 국회 끝마무리까지 파행으로 이어갈 뿐이다.
당연히 예비후보들에게서도 이렇다할 쟁점과 이슈를 찾아보기 어렵다. 내가 왜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는지 유권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를 '장착'하고 전장으로 나선 후보가 도대체 얼마나 될까싶다.
◆ 천편일률적 일꾼론 · 머슴론 탈피... 후보의 소신과 철학 응축
후보는 난립하지만 쓸만한 일꾼이 얼만 될지 유권자들의 고민이 더 깊어질 판이다.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각 당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마당에 어떻게 하면 유권자들에 튀는 후보로 다가갈까 하는 문제만 남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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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천편일률적으로 '농부의 아들' 'oo의 머슴' 식 일꾼론에서 벗어나 다양한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철학을 그대로 담는 경우도 많아졌다.
하지만 전근대적이고 낡고 낡은 구호들을 재탕 삼탕하며 내거는 경우도 없지 않아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을 조장하는 예도 없지 않은게 사실이다.
대부분은 자신의 이력과 전직을 연상시키거나, 자신보다는 남의 이름을 팔면서까지 수단방법 안가리고 뺏지를 달겠다는 마음에서 구호를 활용하기도 한다. 전형적인 '사다리형' 정치에 다름아니다. 대전 유성에 출마한 더민주 최명길 예비후보의 '행복특파원' 'MBC의 자랑에서 유성의 자부심으로'라든지 같은 선거구의 더민주 조승래 예비후보의 '노무현의 비서관 안희정의 비서실장', 같은 경선후보인 더민주 이종인 예비후보의 '잘사는 유성, 진짜경제인' 등은 자신의 직전 직업을 구호로 활용한 예다.
출신 대학을 나타내거나 여성후보의 희소성을 내건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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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을의 김인태 예비후보는 '충남대출신 김인태 1등 둔산을 만들겠습니다'라고 호소한다든지, 대덕의 새누리당 김혜승 후보의 '대전의 딸'은 19대 보궐선거서 '광주의 딸'를 내걸고 당선됐던 권은희(당시 민주당) 의원의 경우를 벤치마킹했다.
◆ 3선 관록 이재선 '힘있는 대표선수'... 조성천 '젊고 유능한 보수' 강조
정치적 소신을 함축적 구호로 담아낸 경우는 유권자들에게 빠르게 다가간다. 가령, '한국판 버니 샌더스'를 표방하는 대전 서을의 국민의당 이동규 예비후보는 '국가와 국민께 충성! '마음이 아프지 않는 세상' 등의 구호로 서민들의 아픔과 함께하겠다는 평소 정치적 소신을 담아냈다고 할 수 있으며, 같은 서을의 새누리당 윤석대 예비후보는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힘'으로, 같은 당 조성천 예비후보도 '젊고 유능한 보수로 세대교체를!' 2선 관록의 이재선 예비후보는 '힘있는 대표선수!'로 자신을 표현했다.
사람을 강조한 후보도 적지 않다. 대전 유성갑의 더민주 윤기석 예비후보는 '사람이 힘이다. 유성의 핵심가치'로 자신을 내세웠으며, 앞서 이동규 예비후보는 '사림이 사는 세상, 모두가 어깨동무'란 구호도 같이 사용하고 있다.
읍소형도 여전히 있다. 국민의당 대전 중구의 유배근 예비후보의 '정말 일하고 싶습니다'가 그 예로, 지역구에서 수차례 낙선의 고배를 마신 경우라면 절박한 마음으로 다가가고자 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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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대전 서을 박범계 의원은 '일잘하는 사람, 맡기면 해냅니다'로, 대전 유성 갑의 민병주 의원은 '따뜻한 마음 올바른 정치', 진동규 예비후보는 '당신곁에는 진동규, 정치를바꾸는 약속'을 내세워 국민들의 정치불신을 씻어보겠다는 각오다.
중량감있는 자신의 이력을 이용하면서도 따뜻한 이미지를 보탠 예는 비일비재하다. 대전 유성을 김신호 예비후보는 3선 교육감과 교육부차관에 걸맞게 '늘 기대고 싶은 사람'으로 정했으며, 당진땅찾기 소송 당진시 선임변호사 '전관예우'를 이유한 충남 당진의 새누리당 유철환 예비후보는 '당진땅 찾기 적임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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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의 유일한 30대 후보 새누리당 김원필 예비후보는 '마음을 잇는 사람, 내일을 여는 사람'으로 참신성을 더했다.
그런가 하면 이인제라고 하는 커다란 정치적 거물에 막혀 4전5기를 노리는 충남 논산계룡금산 선거구의 새누리당 박우석 예비후보는 '이제는 안됩니다 바꿔야 합니다'라고 하면서도 '대통령이 믿는 사람'이라면서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 마케팅에 미력하나마 기대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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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3차례 낙선의 고배를 마셨던 대전 서갑 새누리당 이영규 예비후보의 경우는 뚜렷한 정치구호보다는 일찌감치 자신이 직접 수개월전부터 아침 출근길 인사를 하며 유권자들의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전략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고금을 떠나, 급조된 슬로건으로 눈앞의 표를 구하려는 후보들보다는 정책과 이념, 소신과 철학이 분명히 담긴 공약과 정치슬로건을 내건 사람을 선택하고자 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해보인다. 그리고 이제는, 말로만 그럴듯하게 과대 포장하며 허황된 거짓 공약을 내놓는지는 금새 알 만큼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