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무엇을 담을까요

2016-03-11     문희봉

요즘 정치하는 사람들의 막말이 도를 넘고 있다. 국민의 선량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들이 점입가경이다. 눈 뜨고는 못 볼 지경이다. 아무리 잘 보아 넘겨주려 해도 마음이 용서하지 않는다.

자기와 뜻이 맞지 않으면 ‘×새끼, ×발, 심지어는 대통령 보고도 ’○○○ ×년‘이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왜 고소고발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가? 정치권의 막말 파문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여야, 선수(選數) 등을 가리지 않고 막말 논란은 끊이질 않는다.

상대에 대한 인신공격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욕설도 난무한다. 국민들이 다 보고 있는데도 ’공갈 치지 마라.‘라는 말을 서슴없이 쓰고 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씁쓸함을 넘어 배신 당한 느낌으로 변한다. 저런 사람들에게 표를 주었다는 생각을 하며 자괴감에 젖는다. 마음의 수양이 덜 된 탓일 것이다. 인격이 의심스럽다.

달빛은 천 번 만 번 이그러져도 원래 모양은 남아 있다. 버드나무는 백 번 찢어져도 새로운 가지를 탄생시킨다. 사람도 자신만의 타고난 마음씨가 있다. 어떠한 어려움도 꿋꿋하게 이겨내는 사람이 있고, 남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 주려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마음에 담겨진 향이 천 리도 가고 만 리도 간다. 원래부터 꽃의 향기, 숲의 향기 같은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운 향기를 사람들은 갖고 있다.

병(甁)에 물을 담으면 물병이 되고, 기름을 담으면 기름병, 약을 담으면 약병이 된다. 통도 그렇다. 통(桶)에 물을 담으면 물통이 되고, 똥을 담으면 똥통, 쓰레기를 담으면 쓰레기통이 된다. 물병이나 기름병, 약병 등 좋은 것을 담은 것들은 자주 닦아 깨끗하게 하고 좋은 대접을 받는 대신, 좋다고 여기지 않는 것을 담은 것(쓰레기, 분(糞))들은 한 번 쓰고 버리거나 가까이 하지 않고 오히려 멀리 하려는 나쁜 대접을 받는다. 

이러한 병, 통들은 함부로 다루면 깨어지거나 부서져서 곧 못쓰게 된다. 우리 사람들의 마음도 이것들과 같아서 그 안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좋은 대접을 받을 수도 있고, 못 된 대접을 받아 천덕꾸러기가 될 수도 있다.

무엇을 담을 것인가는 자신이 고민해야 할 영역이다. 같이 있으면 악취가 나서 고개를 돌리게 되는 사람과 멀리 있어도 그 사람의 인격적 향기가 풍겨오는 것과 같은 사람 중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는 자기가 선택할 일이다.

마음속에 담겨 있는 것들이 무엇이냐에 따라 사람 대접을 받느냐, 아니냐로 갈라진다. 불만, 시기, 불평 등 좋지 않은 것들을 가득 담아두면 변절자, 사기꾼, 혐오자가 되는 것이고, 감사, 사랑, 겸손 등을 담아놓으면 추앙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유리잔에 와인을 담으면 와인 잔이 되고, 그 잔에 주스를 담으면 주스 잔이 되는데, 그 잔에 독약을 담으면 독약 잔이 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그 마음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마음의 모양이 바뀌고 부피가 달라진다. 나는 마음에 행복의 소리, 사랑의 소리, 해맑은 웃음소리, 그리고 꽃과 햇살의 고운 향기가 담겨지기를 소망한다. 산다는 일, 호흡하고 말하고 미소할 수 있다는 일은 소중한 일이다. 그 자체만으로 행복한 일이다. 

지금 나는 아주 작은 것으로 만족한다. 한 권의 책이 맘에 들 때, 또 내 맘에 드는 음악이 들려올 때, 또 마당에 핀 늦장미의 복잡하고도 엷은 색깔과 향기에 매혹될 때, 또 비가 조금씩 오는 거리를 혼자 걸을 때, 나는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

삶에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내리막으로 밑바닥까지 내려갔다가도 때가 되면 다시 바닥을 치고 올라간다. 모든 물도 시냇물로부터 시작하여 강물이 되었다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바닷물이 된다.

바닷물은 세상의 모든 물들을 가장 낮은 곳에서 받아주고 있다. 작은 메시지 하나라도 누군가에게 받고 있는 삶이라면 누군가로부터 인정 받으며 사는 삶이라 생각하고 기뻐할 일이다.

몸이 가는 길보다 마음이 가는 길을 좇는 삶이 좋다. 몸이 가는 길은 비가 오면 젖지만, 마음이 가는 길은 오히려 깨끗해진다. 흐르는 물도 바위를 만나야 아름다운 폭포가 되고, 석양도 구름을 만나야 붉은 노을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마음의 수양이 덜 된 사람들은 매일매일 입 안 청소부터 깨끗이 해두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