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치쇄신안과 안철수 쇄신안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단일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정치혁신과 관련해 한층 구체적인 안을 제시함에 따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정치혁신 방안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인하대학교에서 강연을 통해 △국회의원 정수 축소 △정당 지원 국고보조금 축소 △중앙당 축소 또는 폐지 등을 주장했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모양새다.
문 후보는 전날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새로운 정치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고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 △기초지역의원 정당공천 폐지 등을 제시했었다.
두 후보가 내놓은 방안을 분석하면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일단 비례대표 의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 정당의 공천권 행사에 대한 비판적 인식 등이 그것이다.
세부적으로 선거구획정을 독립적 기관에 맡기고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설치하고 국회의원 징계에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에서도 두 후보가 맥을 같이 한다.
일단 문 후보의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지금의 소선거구제를 개편해 권역별로 선거구를 묶고 해당 권역의 정당 지지율에 근거해 의석수를 배정하자는 내용이다. 문 후보는 이를 위해 246개의 지역구 수를 200개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지금의 54석에서 100석으로 늘이자는 구체안을 밝힌 바 있다.
이를 도입하면 영남에서 의석 한 석 얻기 어려웠던 야당은 정당지지율에 비례해 비례대표 의석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야권 텃밭인 호남에서도 새누리당 의원이 나올 수 있다. 지역구도라는 정당들의 고질적 기득권이 이 방안을 통해 해체시킬 수 있다는 게 문 후보의 주장이다.
안 후보의 국회의원 정수 축소 역시 비례대표를 늘리고 지역구 의원 수를 줄이자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안 후보는 "사회의 다양한 요구들이 있는 데 (비례대표를 확대하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며 "소외계층의 다수가 참여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의회에서 내고 권리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례대표를 늘이면 다양한 직능별 요구를 대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천권과 관련해서 문 후보는 기초자치단체 의회 의원의 정당공천을 폐지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문 후보는 여성의 정치참여를 위해 전체 기초의원의 20%를 여성으로 공천해야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기존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문제의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안 후보는 이와 관련해서는 더욱 적극적이다. 안 후보는 기초지역의원의 정당공천 뿐 아니라 아예 정당이 공천권을 전부 내려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 후보는 이를 주장하며 "지금까지 중앙당이 공천권을 행사하니까 4년 뒤 공천권 때문에 국회의원들 개개인이 독립적인 헌법기관임에도 눈치를 보고 당명에 따르는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 역시 공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천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은 동일한 상황이지만 공천권 폐지를 어디까지 적용해야 하느냐에는 이견이 있는 셈이다. 이는 이견을 넘어 두 후보 간의 단일화에 브레이크를 걸 수도 있다. 공천권을 내려놔야 한다는 안 후보의 요구에 문 후보가 성의를 보인 모양새이긴 하지만 기초지역 의원의 공천권만을 포기한다는 게 안 후보의 정치쇄신 의지를 만족시킬 수 있느냐는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두 후보의 간극은 '중앙당폐지'라는 지점에서 더욱 확대된다. 안 후보는 "중앙당(개념)은 5·16 군사쿠데타 이후 도입된 것으로 알고 있는 데 이 중앙당을 폐지·축소해야 소위 패거리 정치, 계파정치가 사라질 수 있다"며 "비대한 중앙당 문제를 최소화하고 국회를 원내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중앙당이 없으면 의원들이 수많은 이해관계들의 충돌을 모두 받아 안고 책임져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의원 수뿐만 아니라 보좌관들까지도 늘려야 한다"며 "그렇다면 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안 후보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안 후보의 주장이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 역시 이 지점에는 의문을 제기한다. 신 교수는 "중앙당 폐지는 미국식 원내정당화를 이뤄야 한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안 후보의 주장에 따라 크게 확대될 비례대표들은 어떻게 선출할 것이냐.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이어 "안 후보와 문 후보의 정책을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은 현실성과 모순성"이라며 "안 후보는 비례대표는 늘리겠다고 해놓고서는 이에 선행되어야 할 선거구제개편이나 선거제도의 개편 얘기는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안 후보는 국고보조금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 돈 문제가 걸린 만큼 쉽게 민주당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보인다. 문 후보가 제안한 책임총리제 역시 외부에는 '자리 나누기'처럼 비춰질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해 새로운 정치를 지향하는 안 후보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두 후보가 정치혁신 방안에 대해 얼마나 공감대를 이룰지, 또 이같은 방안이 안 후보가 또 다른 단일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국민적 동의에 부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