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자본 확충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가 변했다. 공무원이라고 하면 여지없이 돌아앉던 양반이다. 누구의 말도 믿으려들지 않았다. 허리가 작살난 대가로 받은 보상금을 들고 집나간, 자기 처 때문이려니 했다. 그래도 복지공무원으로서 도움을 주려고 찾아간 사람인데 하며 섭섭키도 했다. 그랬던 그가 나를 ‘노 서방’이라고 부른다.
대전 중구 희망복지지원단 노현방 사회복지통합서비스전문요원은 66세 기초수급자 A 씨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9월 사례관리대상자로 희망지원단 그물에 들어 온 A 씨는 젊은 시절 전국을 돌며 일용근로자로 일했다. 아내와 자녀 셋을 둔 팔뚝 굵은 가장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20여 년 전 뜻하지 않은 산업재해로 허리를 크게 다쳤다. 아내는 돌연 산재보상금 1000만 원을 싸서 집을 나갔고, A 씨는 어린 아이들과 남겨졌다.
노현방 요원은 “A 씨가 가족사에 대해선 말을 잘 하지 않아 정확한 사실관계는 파악키 어렵지만 자녀양육 과정에서 (A 씨와 자녀 간) 뭔가 큰 갈등이 있었던 것 같다”며 “10년 전 가출해 소식이 끊겼던 A 씨 아들이나 딸들과도 전혀 왕래가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가 최근 자살소동을 벌였던 건 연락 한 번 없는 아들의 직장 근로소득이 통합조사에 잡히면서 자신의 유일한 생계비인 기초수급비가 큰 폭으로 깎였기 때문이다. 노 요원은 “이런 경우 가족관계가 단절됐다는 사실이 금융거래나 전화통화 내역 조사 등을 통해 입증돼야만 다시 기초수급자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당장은 (기초수급자) 재선정이 어려워 노령연금대상 신청을 했고, 현재 노령연금에서 매달 5∼6만 원 가량 지원되고 있다”고 전후 사정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노화로 인한 양쪽 눈의 백내장은 중촌사회복지관과 서구건강체련관 바우처, 이웃사랑 재가노인복지센터 등 기관 연계를 통해 지역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A 씨가 홀로 사는 노인이라는 점을 감안해 수시로 집을 찾아 일상생활을 챙겨주는 심리안정 프로그램도 제공되고 있다.
또 다른 위기가정. 50대 가장은 10년 넘게 폐결핵을 앓고 있다. 여기에 호흡기 장애와 척추장애까지 겹쳐 가족 중 누군가는 하루 종일 붙어 있어야 한다. 지난 9월 심정지 증세 등을 보여 병원에 옮겨진 그는 아직 병원을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의 병수발을 들고 있는 50대 아내는 당뇨와 고지혈증에 시달리고 있다. 핵폭탄은 이제부터다. 결혼 10년 만에 얻은 늦둥이 아들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2년 전 이렇다 할 이유 없이 안면장애가 찾아와 19살 아들의 턱이 돌아간 것이다. 밝고 활달하던 아이는 급격히 어두워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학교에서 발생한 폭력사건에 휘말려 자퇴해야 했다.
구 희망지원단 김보선 요원은 “부모 모두 만성적 질환과 장애를 안고 있음에도 두 형제는 사이도 좋고 활발한 성격이었다고 들었다”면서 “2010년경 사례관리대상자(큰 아들)의 안면장애와 연이은 자퇴로 인해 더욱 사정이 딱하게 됐다”고 전했다.
습기 가득한 이 가정에 햇살을 드리우기 위한 작업은 이제 시작단계다. 가장 시급한 건 큰 아들의 턱관절 교정치료 및 수술이다. 지역 내 복지재단과 함께 안면기형 수술지원서비스를 신청했다. 잘 된다면 자부담 없이 수술 받을 수 있다. 동시에 날벼락 같은 안면장애로 생긴 가족 모두의 심리적 충격을 치료키 위해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가족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큰 아들의 꿈 ‘바텐더’도 가능할지 모른다.
김보선 요원은 “가족 모두 각자의 질병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정서적 지지활동을 계속 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가구주의 경우 병을 관리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어 보여 요양병원을 알아보고 있다”며 통합복지사례관리의 긴 여정을 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