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대선주자의 발목 잡는 아킬레스건'…朴-불통, 文-친노, 安-모호함
대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빅3 대선주자(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들은 여전히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세 후보의 지지율이 추석 이후 거의 한달간 고착 상태를 보이는 것도 이렇게 어느 후보도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지지세 확장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후보의 불통, 문 후보의 친노 이미지, 그리고 안 후보의 모호함은 가장 많이 지적되고 대체적으로 인정되는 세 후보의 약점이다. 박 후보와 문 후보는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하고 있고 안 후보의 경우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모호함을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와 불통
박근혜 후보는 여전히 '불통' 이미지, '불통'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21일 자신이 10년간 이사장을 지내다 이사장직을 측근인 최필립씨에게 넘겨준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입장표명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장학회 헌납 과정에서의 강제성을 부정하고 자신과의 무관함만을 강조해 오히려 논란만 키웠다.
이 논란은 박 후보가 사법부 판결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모든 것을 자신의 시각에서만 판단하려 한다는 지적과 함께 '불통' 이미지를 다시 부각시켰다. 박 후보의 의사결정 구조가 소수 측근에 의해서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사실도 거듭 확인됐다.
새누리당의 한 쇄신파 의원은 28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박 후보에게 안팎의 위기가 있다면 밖의 위기는 야권의 단일화이고 내부의 위기는 불통을 넘어선 독재 프레임"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박 후보가) 상상을 초월하는 입장표명을 하게 만든 주변도 문제"라며 "국민정서, 당 내부 정서에 맞지 않는 조언을 한 인물들도 내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불통'성향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박 후보는 지난 8월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끊임없이 불통 논란에 휩싸여 왔다.
지난 9월 초 "인혁당 사건엔 두 개의 판결이 있다"는 발언으로 박 후보의 '왜곡된 역사인식'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 과정에서 박 후보가 사과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비등하자 홍일표 당시 대변인은 당 차원에서 공개 사과를 했다. 하지만 박 후보가 당 대변인의 공식 사과를 번복하고 홍 대변인이 결국 사퇴하게 된 것도 '불통'이미지를 더욱 각인시켰다.
지난 10월초 친박(친박근혜) 주류 인사들의 '2선 후퇴'를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이 논란은 박 후보가 극소수의 측근들과만 소통하면서 독단적으로 외부인사 영입을 진행하는데 대한 불만속에서 더욱 증폭됐다.
박 후보가 중재에 나서며 내홍이 무마되기는 했지만 결론적으로 확인된 것은 '불통'이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불통'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박 후보 본인이 바뀌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며 "빨리 정수장학회 문제를 털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과 친노
문재인 후보에게 친노(친노무현)는 '자산'이자 그의 발목을 잡는 '족쇄'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변호사 시절 인연을 맺은 문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을 근접 보좌하며 사실상 2인자 역할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으며 그의 친노 이미지는 더욱 짙어졌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간직한 지지층은 그대로 문 후보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지만, '친노 낙인'은 줄곧 문 후보를 향한 공세의 소재가 됐다.
당내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친노-비노' 갈등이 불거졌고, 후보 확정 후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도 잡음이 일어났다. 또 참여정부 시절 일어났던 사안이 새누리당에 공격의 빌미를 주면서 문 후보를 괴롭히고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후보를 직접 겨냥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문 후보는 지난 12일 직접 "사실이라면 제가 책임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PK(부산·경남) 출신의 문 후보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게 오히려 밀리는 양상을 보이는 것도 친노 프레임과 무관치 않다.
당 안팎에서는 문 후보가 친노 프레임에 갇힐 경우 승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문 후보가 비노 인사들과 시민사회진영을 영입해 '용광로 선대위'를 출범시킨 것도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비서실을 친노 일색으로 꾸렸다가 비판이 계속되자 지난 21일에는 이른바 '3철(이호철, 전해철, 양정철)'을 비롯한 친노 핵심 인사 9명이 선대위에서 2선 퇴진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문 후보가 친노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사와 정책에서 더욱 강력한 '과거 탈피'를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안철수와 모호함
안철수 후보에 대해선 지난달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지금까지 줄곧 '모호함'이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안 후보는 어떠한 질문에 대해 뚜렷한 답을 내놓기 보다는 "국민의 뜻에 맡기겠다", "이미 여러 번 말씀드렸다" 등의 추상적인 답변으로 대체한다. 특히 야권단일화 등 민감한 사안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준비가 안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으로 안 후보를 지지하던 유권자들에게도 차츰 지치는 기색이 나타나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 4일 "범야권 후보로 분류되는 데 대해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범야권...,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라고 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서는 그를 야권 후보로 분류하지만 그는 별다른 설명 없이 모호함을 선택한 것이다. 나중에 '정권교체를 언급함으로써 야권 후보로 회귀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그의 정체성에 대해선 의문점이 남아 있다.
안 후보는 최근 국민 눈높이에 맞추겠다며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주장했지만 축소 규모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얘기 없이 모호한 상태로 남겨뒀다.
재야 원로들의 야권후보 단일화 촉구에도 불구하고 단일화에 대한 안 후보의 입장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단일화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일 수도 있지만 '안철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안 후보의 모호성은 캠프 관계자들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안 후보에게 답을 찾지 못한 언론들은 대신 캠프 관계자들에게 질문해보지만 돌아오는 답은 "답변해드릴 수 없다", "잘 모르겠다" 등 뿐이다.
그의 모호함은 정책에서도 드러났다. 최근 발표되는 각종 정책들의 경우 구체적이기 보다는 큰 틀에서 제시되고 있는데다 정책의 바탕이 되는 재정 대책은 거의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안 후보에게만 나타나는 문제는 아니지만 콘텐츠 부실이라는 비판에서는 벗어나기 어렵다.
최근 안 후보는 비교적 구체적으로 정치쇄신 방안을 내놓고는 있지만 여기에도 모호함이 나타나고 있다. 의원정수 축소를 얘기하면서 축소 규모는 공란으로 남겨두고 정당 국고보조금 삭감을 주장했지만 삭감 규모는 언급하지 않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