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안19블록 개발 대전도시공사-LH 동상이몽

용적률 오르자 LH "공개매각" 변심

2012-11-03     세종TV

-수의계약 논의 진행하던 대전도시공사 허탈
-호수공원 연계 개발 등 공공성 강화 불투명

대전 도안신도시 1단계 사업구역 중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 건설용지인 19블록 사업을 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대전도시공사가 ‘동상이몽(同床異夢)’을 꾸고 있다

대전도시공사는 도안 생태호수공원과의 연계개발 등을 위해 LH와 수의계약을 원하고 있지만, LH는 공개매각을 통해 신속하게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두 공기업의 동상이몽 이면에는 공적가치가 우선이냐 기업가치가 우선이냐는 해묵은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사실 도안신도시 19블록은 건설사로부터 외면 받는 땅이었다. 3만 3383㎡ 규모에 주택수요자의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60∼85㎡ 358세대를 건설할 수 있는 비교적 덩치가 작은 땅이지만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용적률 120%에 15층 층고제한이 설정된 게 문제였다. 지역 유명 건설업체 한 임원이 “탐은 나지만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때문에 지난 3월 진행된 공개매각에서도 응찰자가 나서지 않았다. 수의계약 형태로 매각방식이 전환된 이 무렵, 도시공사가 토지매수 의사를 LH에 전달하고 협상에 나서기 시작했다.

안 팔리는 땅에 대한 매수 협상에서 매도자보다 매수자가 우위에 서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LH가 ‘용적률 상향’ 카드를 꺼내들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LH는 승인권자인 국토해양부를 설득해 지난달 하순 용적률을 150%로 상향시키는 내용의 실시계획 변경승인을 받았다.

용적률 상향은 지난 3월 이후 진행돼 온 LH와 도시공사 간 토지매각 협의에서 LH 협상력을 높인 결과가 됐다. 이제까지 진행돼 온 수의계약 논의는 원점으로 되돌아갔고, LH는 이달 중 매각공고를 낼 방침이다. 도시공사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토지를 매입할 건설사가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천문학적 빚을 지고 있는 LH가 실적을 내는데 전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이해가 가지만 짧게는 보름, 길게는 한 달만 기다려주면 좀 더 나은 개발이 가능한데 아쉽다”고 토로했다.

LH가 공개매각절차를 밟으면 40일, 도시공사와 수의계약 체결을 위해 실시계획 변경절차를 밝으면 60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개매각이 추첨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LH가 금전적 이득을 볼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는 이야기다.

일련의 과정을 잘 알고 있는 한 대전시 공무원은 “도안 호수공원과 인접해 있는 19블록 토지를 도시공사가 개발해야 통일된 경관계획을 세우는 등 유리한 측면이 많다”며 “이 같은 맥락을 국토해양부에 건의해 도시공사의 수의계약 체결에 대한 긍정적 답을 얻었는데도 결국 LH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지역 건설업계도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도안신도시나 세종시 개발을 통해 지역 건설업체가 얻은 실익이 없다”며 “외지 민간건설업체가 19블록 아파트 분양사업을 하는 것 보다 지역업체를 50% 이상 참여시키는 도시공사가 사업을 하는 편이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서 훨씬 더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