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치쇄신안' 공개… “개헌, 국민이 원하면 집권 후 추진”

2012-11-06     뉴스1

 
▲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정치쇄신안과 관련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박 후보는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해서,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들의 비리와 부패를 원천적으로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2012.11.6/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그간 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위원장 안대희)를 통해 준비해온 정치쇄신안이 6일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회견을 열어 △정당 개혁 △국회 개혁 △민주적 국정 운영 △깨끗한 정부를 핵심 과제로 하는 정치쇄신안을 공개했다.

박 후보는 회견에서 "우리 정치가 국민 삶을 최고 가치로 두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며 "잘못된 정치야말로 국민 행복을 가로막는 걸림돌인 만큼 잘못된 제도와 관행 모두 바로 잡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간 관심을 모았던 개헌 문제에 대해선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데다, 공천 개혁 등 일부 내용을 제외하곤 획기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당 안팎의 당초 기대와 달리 "이번 대선의 최대변수로 꼽히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 단일화에 대응할 만한 '카드'로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 후보 여야 동시 경선 등 '공천 개혁'안 제시

박 후보가 제시한 '정당 개혁'의 핵심은 공천 개혁이다. 박 후보는 "그동안 각 정당이 상향식 공천을 도입했지만, 제대로 실천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국회의원 후보 선출시 여야 동시 국민 참여경선을 법제화하고, △비례대표 후보 공천시 '밀실공천'을 근절하는 내용의 안(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안대희 정치쇄신특위원장은 "정당의 가장 중요한 인사권인 공천권을 말 그대로 내려놓겠다는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공천비리가 없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과 박 후보는 올 들어서만도 지난 4·11총선 당시 친박(친박근혜)계 현영희 의원 등이 연루된 공천 관련 금품 수수 의혹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아울러 박 후보는 '각 정당의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이 늦어지면서 정책선거가 실종되고 유권자들의 선택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정당 국회의원 후보는 선거일 2개월 전, 대통령후보는 선거일 4개월 전까지 확정할 것을 법으로 정하겠다"고 밝혔다.

각 정당의 국회의원 총선거 후보는 2월까지, 대선후보는 8월까지 확정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잇단 선거에서 보여온, 선거일에 임박한 야권의 후보 단일화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한 뜻도 엿보인다.

이와 함께 박 후보는 △기초지방자치단체장 및 기초의회 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 △부정부패에 따른 재보궐선거가 발생할 경우 원인 제공자가 비용 부담 △공천 관련 금품 수수자에 대한 30배 과태료 부과 및 20년간 공무 담임권 제한 △정치자금 관련 자료 공개 기간 4년으로 연장 등을 쇄신안에 포함시켰다.

◇국회 윤리특위 기능 강화로 '제 식구 감싸기' 논란 불식

'국회 개혁' 방안과 관련해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기능 강화와 함께 지난 4·11총선 당시 제시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제한 및 불체포 특권 폐지 등을 제안했다.

국회 윤리특위를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하고, 의원 징계 등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주도록 하겠다는 게 박 후보의 구상이다.

이는 의원들이 폭력·막말 등으로 물의를 빚어 윤리특위에 징계안이 회부되더라도 동료 의원들이 징계 수위를 최종 결정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제기돼온 사실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아울러 박 후보는 선거구 획정 문제도 국회의원 등 출마 당사자가 외부인사에게 맡겨 '게리맨더링'과 같은 자의적 선거구 조정 관행을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해 상시적인 예결산 심사가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도 이번 쇄신안에 포함됐다.

이밖에 박 후보는 회견 첫머리에서 "정치가 실망스럽다고 해도 없앨 순 없다. 정치 쇄신의 목표는 정치를 죽이는 게 아니라 복원하고 정치가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앞서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정치쇄신안으로 내놓은 국회의원 정원 축소 문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우회 피력하기도 했다.

◇'낙하산' 인사 근절… 대통령 연설 정례화로 국회와의 소통 강화

이와 함께 박 후보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기 위한 '민주적 국정 운영' 방안으로 "현재 사문화돼 있는 국무총리의 국무총리 제청권을 보장하고, 장관에게도 부처 및 산하기관장 인사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회전문'·'편중'·'낙하산' 인사 논란을 방지하기 위한 △탕평인사 원칙 △공직 임용시 공평 대우 보장을 위한 기회균등위원회 설치 등의 정책적 방안도 제시됐다.

안 위원장은 "대통령의 인사권은 헌법과 법률에 따르되, (선거에서) 도움을 줬다고 해서 연관성·전문성이 없는 사람을 '낙하산'으로 임명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박 후보는 "대통령은 국회를 존중하고 여당은 물론 야당들과도 소통해야 한다"면서 행정부 수반 자격으로 매년 정기국회에서의 대통령 연설을 정례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별 감찰관'·'상설특검' 통해 고위공직 부정부패 근절

'깨끗한 정부' 실현을 위해선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들의 비리·부패 근절을 위한 '특별 감찰관제'와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를 위한 '상설특별검사제' 도입이 추진된다.

특별 감찰관은 독립성 보장을 위해 국회의 추천을 받으며, 자체 조사권도 갖게 할 계획이다.

안 위원장은 상설특검에 대해 "경찰과 검찰의 수사활동을 보장하되, 검찰 수사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 언제든 특검으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이것만으로도 검찰에 대한 규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위원장은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를 위한 상설특검이 설치되면) 조세나 정치자금 관련 수사를 전담하게 돼 기존 대검 중수부의 역할은 없어진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결국 상설특검 도입은 관련 수사를 맡아왔던 대검 중수부의 폐지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박 후보는 "공무원의 직무수행과 관련된 사익추구는 철저히 금지하겠다"고 강조했다.

◇4년 중임제 등 개헌 논의는 "집권 후 추진"

박 후보는 이날 정치쇄신안 발표에서 개헌 문제에 관한 자신의 입장도 함께 밝혔다.

박 후보는 "오늘 제시한 과제들은 대통령의 의지로 가능한 것도 있지만, 법률은 물론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도 있다"면서 "집권 후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국민의 생존권적 기본권 강화 등을 포함한 여러 과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국민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그간 4년 중임 대통령제로의 개헌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치권의 개헌 논의로 인해 민생이 실종되거나 대선을 앞둔 정략적 접근이 이뤄져선 안 된다는 소신을 피력해왔다.

박 후보는 이날도 "지금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가 닥쳐오고 있고 국민 생존도 위협받는 실정"이라며 "국정 최우선 과제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 삶을 편안하게 하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거듭 밝혔다.

안 위원장은 "개헌은 혼자 마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국회 의결 요건도 강하고 국민이 동의해야 한다"면서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 위원장은 당초 쇄신특위에서 박 후보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중앙당 권한의 대폭 축소를 통한 원내정당화 방안이나 국세청 등 권력기관의 특권폐지 방안에 대해선 "오늘 박 후보가 발표한 게 (쇄신안의) 전부가 아니다"며 "다음에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