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결과였다

2016-04-14     문희봉 (시인·수필가·평론가)

오만과 불손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 새누리당의 참패는 예견된 결과였다. 광범위한 민심이반의 표출이 현실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은 선거전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최대 180석까지 얻을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 야권의 분열로 찾아온 호기를 스스로 뭉개버렸다.

잘 차려진 밥상이었는데 먼저 먹겠다고 음식 싸움만 하는 형국이었다. 매일 TV 화면에 비치는 최고위원회에서 친박·비박 간 오가는 고성이 국민을 짜증나게 했다.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과 불손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 만약 야권이 분열되지 않았더라면 어떤 참담한 상황이 왔을지 알 수 없다. 젊은 층은 투표장을 향하는데 50대 이상의 전통적 지지층은 투표장에 나가지 않은 현실을 무슨 말로 설명해야 하는가. 그런 엉터리 공천으로 표 떨어져 나가는 소리가 심장 박동소리보다 더 크게 들렸는데 왜 그걸 모르는 체 했는가.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보수층의 결집을 스스로 뭉개버린 대통령과 소위 친박은 무슨 말로 국민을 위로할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은 지난 해 5월 자신의 말을 충실히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배신자'로 지목해 끌어내렸다.

 친박이라는 사람들은 이번 공천을 주도하면서 유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사람들을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모두 잘라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거칠게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말이 쏟아졌지만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눈 밖에 난 사람들을 몰아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원내대표라는 사람은 당의 지시를 외면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사람이 당선돼 돌아와도 복당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게 문제가 아니었는데 말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대통령한테 직언 한 마디 할 줄 모르는 그들에게 심한 모멸감을 느낀다. 어찌 됐건 유권자를 한 줄로 세울 수 있다는 오만이 아니었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공천관리위원장이란 사람의 행태는 눈 뜨고는 봐줄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해 냈다. 그 표정이 그렇게 표독스러울 수가 없었다. 기자회견장에 나오는 사람의 복장 자체가 국민들의 거부감을 샀다.

넥타이도 없는지 늘 노타이 차림이었다. 상대당의 정장차림 등장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공천을 마무리 하고 나서 국민한테 공천과정을 설명하고 잘못을 빌어야 했다. 그런데 그런 일은 없었다. 완전히 등을 돌리게 한 원인 중의 하나였다.

이번 총선 결과는 대통령의 독주, 이걸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진박, 이 판을 뒤집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따라간 여당 전체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안보·경제의 동시 위기다. 실제 상황이 그렇다. 밖으론 격동하는 동북아 국제 정세 속에서 평화와 통일을 우리 손으로 주도해갈 수 있느냐, 아니면 강대국들 틈바구니에서 우리 운명을 휘둘릴 것이냐는 갈림길에 섰다.

경제도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 자칫 길을 잘못 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정신 차려야 한다. 여소야대가 된 마당에 경제입법을 추진할 동력이 상당 부분 잃게 되었으니 나라의 앞날이 암담하기만 하다. 제1당도 되지 못한 현실을 무엇으로 설명해야 하나 답답한 마음뿐이다. 김정은은 얼마나 좋아할 것인가? 국가의 앞날이 풍전등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