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야 같이 놀자

2012-05-10     세종TV

   
윤기한 세종tv 사장
요즈음 꼼수 퍼레이드가 정말 웃긴다. 쩨쩨하다는 뜻의 꼼수가 신나게 펄렁인다. 인터넷방송 ‘나꼼수’의 방종이 불러온 진짜 꼼수놀이가 미친년 날뛰듯 한다. 바보들의 행진처럼 멍청한 돌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어쩌다 야당의 선택을 받아 국회의원 후보가 된 꼼수의 장본인이 신문과 방송에 클로즈 업하며 인구에 회자된다. 그걸 엄청난 행운으로 알고 들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참에 옛날 초등학교 국어책에 실린 “철수야 같이 놀자”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광복직후 우리글을 가르치기 위한 문장이다. 모처럼 우리말로 만들어진 이름 ‘철수’는 하고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며 인기가 높았다. 김철수, 이철수, 박철수 등 작명가들이 선호한 이름이기에 당시의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등장한 것이다. 어린 아이들이 친구들과 평화롭고 다정하게 어울려 놀고 싶어질 때 흔히 서로 부르던 말이다.

그 옛날 마치 팝송처럼 유행하던 이 “철수야 같이 놀자”가 지금은 “꼼수야 같이 놀자”로 잠시 변신을 하는 추세이다. 어제 아침에 배달된 어느 중앙지의 톱기사로 상재된 꼼수의 히어로가 너무나 슬프리만큼 멧돼지 멋을 부리고 있다. 목회자의 옷을 입고 테 굵은 안경에 두 손을 벌리고 목사의 흉내를 연출하면서 기독교를 조롱하는 모습의 사진이 시선을 끌었다.

그런데 오늘의 조간신문에는 또 다른 장면이 실렸다. 부활절을 맞아 선거사무실에서 자기 아버지 목사로부터 안수기도를 받고 있는 꼼수장군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형국의 그림이다. 며칠 전에 노인들에게 엎드려 사죄하는 행태도 보도되었다. 아무리 그리 해도 ‘인간개조’는 불가능 한 것이다. 인간의 DNA에도 물리학적 ‘관성의 법칙’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 속담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가 곧 그걸 증언하고 있지 않은가.

어쨌거나 묵직한 중량감을 보이는 그 히어로는 일찍부터 못난이와 바보들의 인심을 얻었던 모양이라 국회의원후보로 추천되는 기적을 만들었나 보다. 거기에다 무던히 억센 입심이 한몫 더 떠서 그런지 구변 좋다는 여성야당대표도 그의 진퇴에 일언반구 벙긋도 못 하고 있다. 원체 닥치는 대로 막말로 ‘씹어’대니 덤벼들기에 난처할 게 틀림없다. 그의 발언대상이 미군, 여성, 섹스, 노인 등 가리는 게 없이 불가사리 엿판이라니 정말 위대하다는 찬사를 보내야 할 게다.

그가 공중에 띄워 내려온 말들은 기막힌 구린내를 내뿜고 있다. 수사학의 분뇨더미와 같다. “시청광장 근처에다 테러조직 아지트를 지어 주는 거다. 그러면 ‘조지 만세하는 놈들 모여 봐라’해도 이 사람들 근처도 안 올 것‘이라고 했단다. 저보다 결코 못나지 않은 국민을 자기 맘대로 ’놈‘이라고 얼러댔다. 또한 ”지금 남한에 있는 주한미군을 다 생포해 인질로 삼고 48시간 내 부시가 사퇴하지 않으면 인질을 한 명씩 장갑차로 밀어버린다“고 살인마 같은 폭언을 했다는 것이다. 목사의 아들로  신학교를 나온 탓에 이런 돼먹지 않은 말이라도 할 수 있는 건가.

스스로 ‘시사돼지! 막말 돼지! 김용민의 막말’을 자랑하는 그는 “유영철을 풀어 가지고 부시, 럼즈펠트, 라이스는 아예 강간을 해가지고 죽이는 거다”라며 치사한 호언장담을 늘어놓았다. 왜 하필이면 유영철을 시키고 싶었을까 궁금하다. 자기가 직접 덤벼들어 하면 더 이득이 컸을 텐데 말이다. 양〇의 〇〇에다 태극기를 꼽는 쾌감도 만끽할 것이 아니었겠는가. 그랬다면 일거삼득에 일확천금, 일확만보할 절호의 기회를 얻는 기쁨조 잔치가 되었을 텐데 그걸 일실하고 말았으니 안타깝다.

게다가 출산율 높이기 대책의 기발한 아이디어처럼 분식회계한 언어최면의 비속어 도배를 마다하지 않았다. “출산율이 오를 때까지 매일 밤 10시부터 등화관제 훈련을 실시하고 불을 켜는 X새끼들은 다 위에서 헬기로 갈겨야”한다고 망발한 바도 있단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 빌어먹을 소리가 아닌가. 등화관제는 일제가 미군의 공습에 질려서 강요한 제국주의의 잔재이다. 그런 걸 깡그리 모르는 무식꾼을 자인하고 말았으니 딱한 일이다.

고약하기 이를 데 없는 그의 쌍소리는 ‘가관’을 지나 ‘꼴불견’이다. 아니, 자기의 사부님 같은 존재의 “봉주형, 봉주형, 나는 봉주형의 X(성기)이 될래”라고 애소하는 자폐증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것만이 아니고 “우리 큰 목사님도 ‘목사질’하는데 뭐”라고 어쩌면 기똥찬 〇구멍의 방귀소리를 서슴지 않았다. 부전자전의 4자성어를 확언한 셈이다. 아비의 ‘목사질’ 실상을 폭로하는 만용은 참으로 가상하지 않은가.

얼핏 그가 그처럼 즐겨 사용하는 ‘X발’은 ‘쌍시옷에 막대기를 세운 발’이며 ‘지랄’은 점잖게 ‘G-ral'로 바꿔 쓸 수 있고 ‘X까’의 욕설은 봉주형의 그것을 까발린다는 횡설수설이다. 일찍이 필자의 중학생 시절에는 금기시되던 그 단어를 ‘一八六’으로 해자(解字)해서 애용했다. 얼마나 점잖고 아름다운 발상인가. 참으로 의젓하고 재치있는 낭만이 넘쳐나지 않는가. 그런 위트 없는 너절너절 욕지걸이에 오염만삭인 꼼수위인이라서 마이동풍으로 용퇴마저 마다한단다.

무엇보다 몰상식한 행투는 노인비하에 있다. 성도착증 중증환자인 게 분명한 그는 “노인네들이 (시청 앞에 시위하러) 오지 못하도록 시청역 지하철 계단을 지하 4층부터 하나로 만들고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를 모두 없애면 된다”고 헛소리를 뇌까렸다. 정 모라는 아나운서 출신 대선후보가 늙은이니들의 선거참여를 막고 싶어 “노인들은 집에서 편히 쉬시라”라고 까불었던 말 보다 더 저급한 양승이 흉내를 냈다. “제 놈들은 늙지 않는 다는 거냐”고 노인들의 분노가 치솟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노인정에서 투덜대는 늙은이들의 아우성이 그걸 웅변한다.

뭐니 뭐니해도 꼼수의 악랄한 실체는 교회를 범죄 집단으로 몰아 세웠다는 데 있다고 한다. 나꼼수 방송에서 그는 “음담패설을 일삼는 목사 아들 돼지 김용민입니다”라고 자기소개에 신이 나서 교회와 목회자의 비위사실을 열거하고 찬송가 가사를 음험하게 고쳐 부르기도 했단다. 기독교계의 분노야 차치하고 이런 몰염치한을 한 나라의 국회에 보내겠다고 입에 거품을 물다 싶이 하면서 비열한 옹호발언을 서슴지 않는 진보진영의 여성대표는 뭘 믿고 그리도 당당한가. 셰익스피어가 “약자여 그대 이름 여자니라”고 한 고전을 잘 받들어야 할 게다.

서울의 찬가를 못내 자랑하는 서울시민들은 노랫말처럼 ‘찬란한 서울’을 만들어야 한다. ‘나꼼수’의 최음술에 희희낙락하는 네티즌들은 편애편중을 자성하고 금단현상을 극복하는 용기를 보일 만큼 현명하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며칠 뒤 투표장에 나갈 ‘노원 갑’의 유권자들이야말로 지혜로운 선택으로 자기위상을 격상하는 데 인색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니 어떻든 “꼼수야 같이 놀자”. 이왕이면 어설픈 ‘뼈 속까지 짬뽕’이 아니라 진정으로 ‘뽄 떼’를 보여주는 국민적, 국가적 행복을 누릴 권리가 우리에게 있으니 말이다.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