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팟 반영 대학 2개에 그쳐…학생·교사·대학 외면

2013-03-09     세종TV

중·고등학생들의 자율생활기록부인 ‘에듀팟’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더욱이 대학입시에서 철저히 외면당하는 건 물론, 애초 학생들의 교내외 ‘창의적체험활동’을 충실히 담아내는 그릇 역할을 하겠다던 에듀팟이 학교장 승인을 통한 교외 활동만 인정하고 있어 학생들에게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8일 대전지역 진로진학상담교사 및 대입전문가들에 지난해 ‘에듀팟’을 입시에 반영한 대학은 전국적으로 단 2곳에 그쳤고, 2012학년도 대입 전형에서 에듀팟 포트폴리오는 728건 제출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얻었다.

이는 교과부가 전국 중·고등학생의 80%가 에듀팟에 가입했다고 밝힌데 비하면 지나치게 저조한 활용도를 보여주고 있는것은 물론, 교사들 역시 에듀팟 권장을 망설이고 있어 예산낭비라는 비판이 거세다.

‘에듀팟’은 2009년 개정된 교과과정에 의해 2011년부터 시행된 ‘창의적체험활동’(자율·동아리·봉사·진로 4개의 활동 영역으로 나뉨)을 개인이 일괄적으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온라인 사이트로, 지난해까지만 총 62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큐레이터가 꿈인 김민선 양(가명, 대전D여고 3년)은 "미술 전시회 관람 후기 등을 따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기록 중"이라며 "교내 동아리 활동도 생활기록부에 어느 정도는 기록되는데 따로 에듀팟에 올려야 할 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이는 에듀팟에 기록할 수 있는 개인의 체험활동을 ‘공공성 인정 기관이나 학교장 추천(허가)에 의한 체험활동’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교내 활동 내용을 공을 들여 올린다해도 대학에서 에듀팟을 반영할 지 말지도 모르는데 괜한 공부시간만 뺏기는 건 아닌가하는 걱정이 크다는 것.

올해 고3을 맡게 된 대전의 A고등학교의 K모(49)교사는 “이전 교과부 지침이라 학생들에게 어쩔 수 없이 작성하라고는 하지만 저조차도 확신이 안선다”며 “학생들이 에듀팟을 기록해야 하냐고 자꾸 와서 묻는데 어떻게 답해줘야 할 지 모르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지역대학들은 시행 3년 차를 맞고 있지만 에듀팟을 입시에 활용하는 것에 대해 “객관적인 자료로 볼 수 없어 반영은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대입 포트폴리오로 반영하는 대학이 늘어날 거라는 교과부와는 상충되는 입장이다.

대전지역 B대학 입학사정관은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검토하게 되는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추천서만 보기에도 버겁다”며 “학생부조차도 (진위여부에 대한)우려가 큰데, 본인이 임의로 작성한 기록을 어떻게 100% 신뢰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대학들이 에듀팟을 입시자료로 반영하는 데 부정적 시각을 드러냄에 따라 에듀팟 무용론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올해 입학사정관 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이 지난해 119개에서 121개로 늘어나고 학생모집 수도 전년도에 비해 2000여명이 증가, 입학사정관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자기소개서 또는 포트폴리오 작성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에듀팟을 기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입시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에듀팟과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를 연계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 교사가 에듀팟 승인을 하는 과정이 일원화 되고, 신뢰성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며 “시행 초기 인만큼 시스템이 안정화되면 반영대학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교외 활동 기록이 학교장 승인을 통해서만 이뤄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고가의 사교육이나 신뢰할 수 없는 신생단체에서 교외 활동을 조작하는 경우가 조장될 수 있어 불가피한 부분”이라며 “학생들도 진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장기적으로 활동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겠냐”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