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철없는 인간들

2016-07-17     윤기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어제 경상도 성주군청 앞은 난장판이었다. 텔레비전 뉴스화면에 비친 그곳의 시위광경은 처량하기 그지없는 군중의 문둥이 떼쓰기였다. 사드(THAAD)라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배치문제로 생겨난 격랑의 집회였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성난 주민들에게 저간의 경위 설명과 정부의 정책 해명을 시도하는 현장이었다. 생중계된 TV화면이 부산했다.

망난이 같은 전자파 괴담에 휘둘리고 내게 손해가 되는 것은 안 된다는 ‘님비’(Not in my back yard)의식에 사로잡혀 성주 군민 3000여명이 한바탕 전간질 같은 짓을 저질렀다. 총리가 군중 앞에서 “안전에 문제가 없다”면서 사드배치를 사전에 말하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거듭 호소할 때 오히려 그에게 날계란을 던져대고 물병세례를 퍼부었다.

거기에다 뒤대발이 웅녀(熊女)의 후예들인 군중은 “네가 여기 살아라”, “개 XX야”등 몹쓸 욕설과 고함으로 총리의 간곡한 사과변론마저 방해했다. 떼거리 선봉장을 맡은 젊은이들이 정부 관계자들에게 덤벼들기도 했다. 경호원들과의 몸싸움이 벌어져 무법천지가 되어 모든 게 막무가내 상태였다. 총리의 차를 군중과 트랙터가 6시간 이상이나 움직이지 못 하게 했다. 무법 천지를 만들었다.

대통령이 아셈회의 참석으로 해외출장 중이다. 이에 국무총리는 국가의 업무를 책임지고 수행해야 할 입장에 있다. 그러거늘 성주군민은 국가의 안위, 아니 자기 자신의 안전을 팽개치고 총리의 동선을 묶어 놓는 짓을 감행했다. 철딱서니 없는 인간들의 행동거지가 정말 가소롭다. 아뿔사, 김정은이가 엉뚱한 생각을 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가. 나라가 망하면 제 몸도 망하는 이치를 그리도 모르는가.

아무리 화가 치밀어도 국가안위가 우선하는 게 당연한 것일진대 비록 국가가 미처 설명을 구체적으로 하지 않았다 해서 이렇게 난장판 몽니가 필요한 건가. 대체 누구를 위한 사드 배치인가. 나를, 우리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닌가. 성주 군수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그곳 출신 국회의원들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 국가대사, 특히 국가안보사항은 엄격히 보호되어야 한다. 꼬치꼬치 따질 일이 아니다. 개인의 이익취득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드배치를 가지고 국민투표를 하자는 멍청이가 있다. 골육상쟁을 벌인 우리의 6.25를 상기하지 못하는 얼간이 친구가 참으로 가엽다. 노상 철수만 한다는 위인의 발설인 모양이다. 일요일 새벽에 탱크를 몰고 처내려온 대한민국의 참담한 상황을 전해들은 미국 대통령 트루만은 즉각 안보회의를 소집해 미군의 파병을 의결하고 실천했다. 그렇게 신속하게 처리했기에 대한민국의 존립이 가능했다. 무슨 뚱딴지로 국민투표 운운하는가.

진즉 쓰레기 같은 인간은 제 것만 챙기기 바쁘다. 성주군민이 바로 그 범주에 든다는 게 슬프다. 사드의 피해정도를 어느 만큼 알게 되었으니 ‘철없는 인간’소리를 더 이상 듣지 않는 게 좋을 게다. 한민구 국방장관이 자기가 제일 먼저 사드 레이더 앞에 서서 실험해 보이겠다고 용기 있는 말을 했다. 성주참외는 맛이 좋은데 성주 사람들의 마음도 좋을 것 아닌가.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