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역세권 포기 땐, 주민 ‘빚더미’ 올라
충북 KTX오송역세권 개발 예정지 주민이 빚더미에 앉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생겼다.
도가 역세권 개발을 포기하면 개발 기회를 노려 금융권에서 자금을 끌어다 쓴 주민은 이를 고스란히 떠 앉을 수밖에 없는 파산 위기에 직면한다.
9일 오송역세권 개발 예정지에서 농사를 짓는 A씨는 언론에서 도의 발표를 접하고 고민이 깊어졌다.
오송신도시 개발계획에 퇴직금과 대출금을 합쳐 집도 사고, 땅도 샀지만 도가 역세권 개발을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앞길이 막막하다.
그는 “역세권 개발을 기다리며 매달 이자로 90만원 가까운 돈을 내고 있다. 보상을 노렸다는 점에서 할 말은 없지만, 사업이 무산되면 집과 땅이 경매로 넘어간다”면서 “대부분은 사정이 비슷할 것이다. 연간 1억원의 이자를 낸다는 사람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A씨뿐만 아니라 대다수 주민도 사업 백지화에 따른 은행 대출금 걱정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와 신협, 단위농협 등 제2금융권을 통해 자금을 빌려 집과 땅을 샀다가 수년째 개발이 지연되면서 쌓인 대출이자와 원금이 비수가 돼 돌아오게 됐다.
일부는 이자를 갚지 못해 벌써 압류까지 가는 단계에 들어갔다.
2005년 역세권개발 등 오송신도시 기본계획을 수립 당시 이 지역 주민에게 자금을 빌려준 한 금융기관.
현재 축소된 오송역세권 개발 예정지 주민 60% 이상이 이곳에서 대출을 받았다고 한다.
이곳에서 빌려준 자금만 최소 100억원에 달한다.
신협과 단위농협 등 다른 금융권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이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금융기관 관계자는 “당시 역세권 지역 내 주민 대다수가 대출을 받아 투자금으로 사용했다. 6개월에 한 번씩 이자를 받는 등 편의를 봐줬지만 이 또한 갚지 못해 현재 몇 건은 경매절차에 들어갔다”며 “일부는 대출받아 이자를 갚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역세권 주민은 도가 사업을 전면 백지화해 없던 일로 하면 도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물론 다음 달 열리는 오송화장품뷰티박람회도 무산시킬 계획도 있다.
오송역세권개발 대책위 관계자는 “투기라고 비난할 수 있겠지만 10년 동안 재산권을 행사 못했다. 이런 마당에 사업까지 중단하면 주민은 빚만 지게 된다. 극한 상황까지 끌고 가겠다는 각오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는 지난 8일 역세권 개발을 놓고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하되, 이달 중엔 어떤 식으로든 결론 짓겠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민간 투자자 확보가 어렵고 공영개발 성공 가능성도 불투명해 사실상 사업을 포기하는 쪽으로 결론 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