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간첩은...

2016-07-24     한재명 기자

1960년~70년대 마을에는 ‘때려잡자 공산당!’이라고 붉은색 글씨로 새겨 붙여놓은 곳이 대부분이였고 인사를 할 때도 ‘멸공’이라고 구호를 붙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간첩이라고 하면 무서운 생각이 들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유는 그들이 중무장하고 다니던 무기(기관단총, 권총, 수류탄, 단도 등)로 시민들마저도 살해하는 잔인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1968년 1월 17일 김신조외 무장공비 31명은 국군복장에 중무장한체 개성을 출발한다. 이들의 임무는 청와대와 미 대사관의 요인들을 암살하고 교도소를 공격해 죄수들을 탈출시키는 것이었다 이들은 1월 18일 임진강 앞에 도착했고 19일 새벽에는 얼어붙은 임진강을 횡단하여 파주 법원리의 야산까지 도착했다 무장공비들은 낮에는 쉬고 밤에만 움직였다. 5명씩 사주경계를 서고 있던 중 인근에 사는 나무꾼 우씨 4형제와 마주친 것이다. 형제들은 죽음에 몰렸다. 공비들은 땅이 얼어붙어 묻기도 어려우니 살려 보내자는 의견으로 모아졌고 풀어주는 조건으로 신고하지 말아 달라 부탁하며 엿과 오징어, 시계도 주었다  “신고하면 가족을 모두 죽이겠다.”라고 겁을 주어 밤 8시에 풀어주었지만 협박에도 불구하고 밤 9시경 인근 파출소에 신고하게 된다.

신고를 받은 군•경은 휴전선주변과 인근 군부대 시설을 수색, 경계를 강화를 하였지만 무장공비들은 서울시내 야산에서 청와대 공격을 위한 휴식도 취했고 다음날(21일) 새벽에는 청와대 뒷산까지 도착했다.

도심에서 첫 번째 경찰검문을 미군첩보부대로 속여 통과 후 두 번째 경찰검문에서는 종로경찰서장 최규식 총경의 검문을 받고 외투안에 무엇이 있냐는 질문을 받던 중 다가오는 시내버스를 군의 지원 병력 차량으로 착각해 기관총으로 최서장과 경찰을 공격했고 버스에 총격과 수류탄 투척 후 뿔뿔이 흩어졌다. 수색과 총격전 과정에서 군인과 시민 32명이 사망하고 52명이 부상 미군 4명이 사망했고 무장공비는 29명사살, 1명 실종, 1명 생포(김신조)로 막을 내렸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시민증과 도민증이 없어지고 주민등록증이 생겨 “민증없으면 간첩이다”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그리고 전국에 250만명의 향토예비군과 전투경찰(전경) 고등학교의 교련이며 군 생활도 3개월씩 길어지는 계기도 되었다 이 외에도 울진, 삼척의 무장공비 침투사건(이승복), 강원도 해안가 잠수함 침투사건 등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러면 요즘 간첩들은 어떨까? 예전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잠수함과 배, 강과 육상을 통해 왔다면 지금은 탈북자로 가장하여 아주 자연스럽고 편하게 온다. 그러면 군·경, 국정원, 기무사의 합동심문을 받게 되고 간첩으로 걸러지지 않게 되면 하나원에서 적응훈련을 받고 의식주 문제와 각종 지원을 받게 된다.

그것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고정간첩이 된다. 지금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워낙 활발해 미녀의 얼굴로 계정을 가입해 활동하며 전·현직 공무원이나 목표로 삼는 인사들에게 친구 맺기를 요청해 정보를 캐내기도 하고 동향을 살핀다. 평범한 사람으로 활동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문제연구소, 안보연구소 등 그럴듯하게 접근하여 연구하듯 자료를 요청하기도 한다. 웃기는 글에 북한을 동조하거나 좋은 점을 올려 댓글이나 긍정을 보이는 사람들을 포섭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군인과 외교관에게 미인간첩들이 미인계로 접근해 성관계를 맺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군사정보를 캐다가 걸리는 사건도 있었다.
 
요즘 뉴스보도에는 북한의 난수 방송을 16년만에 재개하여 혼란을 주려하고 있다.
난수방송이란 암호방송이라고도 하며 숫자나 문자, 단어 등의 나열을 조합한 난수를 사용해 만든 암호를 특정 상대에게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공식적으로 운영되는 출처 불명의 방송이다 난수 방송을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고전적이지만 당국의 단속을 피할 수 있고 둘째는 15년 이상 된 오래전 남파된 간첩을 깨우는 것이고 셋째는 한국 국민들에게 간첩이 많다는 것을 알려 불안감을 주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는 약 5만 명 이상의 간첩이 활동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 많은 사람이 교수로, 의사로, 국회의원으로, 사업가로, 평범한 서민으로 활동하고 있다 심지어 종교지도자라는 직함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미군비행장도면, 군부대시설현황, 탈북자명단 및 동향, 국회의원 보궐선거 및 통진당 해산결정 등 정치동향정보를 북측에 보내고 있다.

한국 물정에 어두운 간첩들은 보이스피싱으로 공작금을 사기당하기도 하고 꽃뱀에게 물려 이용당하고 사기당하는 경우도 많다. 예전의 간첩은 중무장한 간첩이었고 임무완수 후 북으로 돌아가는 게 목표였다면 지금 간첩은 한국에서 거주하는 생계형 간첩이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이 극도로 심한 나라에서 벌어먹으면서 간첩활동을 하는 게 보통스트레스는 아닐 것이다. 그들은 법도 잘 알기에 법망도 교묘히 빠져 다니며 활동한다. 안보이슈에 끼어들어 분위기를 조장하고 카카오톡 등 단체대화방에서 정권을 끊임없이 공격하면서 언쟁을 만들고 상대가 욕하게 만들어 화면 캡처를 통해 사이버수사대에 고소하여 벌금도 나오게 하고 합의금도 받는다 이런 사람에게 걸리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한국의 인터넷 환경은 북한에 아주 영양가 있는 양식장과 같다. 정보를 건지기도 쉽고 보내기도 쉽다.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살기가 퍽퍽한 이 시대에 우리의 안보 관심은 너무도 낮다 우리 국민의 수준 높은 안보의식과 신고 정신이야 말로 간첩활동을 막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