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존엄’의 간질병
과거에 일본이 군국주의 침략자이면서도 뻔뻔스럽게 이 따위 ‘존엄’을 앞세워 어린 학생들까지 괴롭혔다. 이른바 ‘꼬우고우시(神神しい)’라는 말로 그들의 천황과 황후의 사진마저 ‘존영’아라면서 똑바로 바라보지 못 하게 했다. 숭엄하고 성스럽고 거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게 곧 으리으리한 권위를 발휘하는 ‘존엄’이었던 것이다.
그렇건만 얼마나 아이디어 빈곤에 빠져있기에 겨우 그 못된 왜국의 제국주의 행태를 흉내내고 싶어 하는 북괴인가. 정말 부질없이 불장난에 허겁지겁하는 청년에게 ‘존엄’을 덧씌우는 건가. 아무래도 한없이 ‘모자라는 짓’이 아닌가. 주제넘은 황국신민 모방은 절대금물이기에 말이다. 떠들어 볼 게 그리도 없어서 그러는 건가.
그런데다가 강력한 대북응징 의지를 확고히 천명한 김 관진 국방장관에 대한 몹쓸 장난질을 했다니 가소롭고도 치사하다. 북한 군대가 김 장관을 ‘보복 타격의 첫 번째 벌초 대상’이라면서 그의 사진을 타킷 삼아 사격훈련을 하고 군견이 그의 허수아비인형을 물어뜯는 장면을 방영했단다. 일제의 만행이 다시 떠오른다. 정녕 소스라칠 일이로다.
제2차 세계대전에 끼어든 일본이 어린 학생들에게 강요한 목불인견의 참사가 있었다. 지금의 80대 노령인구가 초등학생일 때 학교 운동장에 두 개의 허수아비를 세우고 저지른 만행이 금방 가슴을 차갑게 만든다. 민족적 분노가 비등할 망발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전쟁성취를 빌미로 고사리 같은 초등학교 저 학년생마저 동원령의 대상으로 삼았기에 더욱 그렇다.
당시의 일본 적대국인 영국의 수상 처칠을 ‘짜찌루’, 미국의 대통령 루스벨트를 ‘루스베르또’라 칭명하고 그들의 초상형 허수아비를 죽창으로 찌르게 했다. 그런 동작과 함께 ‘축생격멸(畜生擊滅)’이라는 구호를 소리 높이 외치며 달려들어야 했다. 아팠던 손목은 둘째이고 얼마나 처량했던가. 눈물도 말랐었다.
바로 그런 짓거리를 모방해서 김 장관 ‘혼내주기’를 자랑삼아 방송하는 추태야말로 천인공노를 넘어 괴멸 붕살의 대상이 아닐 수 없잖은가. 그건 되레 ‘김 관진 이펙트’라는 평가를 받게 해주었다. 호 불호 간에 그건 민족적 자존의 파괴가 아닐 수 없다. 그런 방식으로 ‘남남 갈등’이라는 수확을 얻으려는 꼼수를 부리는가. 옹졸하기 그지없는 왜놈 흉내가 그리도 좋단 말인가.
허둥대는 야당 정객들은 역시 그들의 장단에 맞장구를 치는 언사를 서슴지 않는다. 대북특사를 보내야 한다고 거품을 문다. 도라산 개성공단 입구에 가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썩대는 여인네도 있다. 대화를 해야 한다고 꺼떡대는 얼간이들도 있다. 전쟁에 급급해 하는 족속에게 무릎 꿇고 항복하라는 겐가. 똑똑한 대한민국 국민은 기가 막히지만 우선은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떠나라고 얼러대기를 자행하고 있단다. 하지만 말의 씨가 먹혀들지 않는 현실이다. 평양의 외국대사관들에게 출국을 권고해도 들은숭 만숭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그들의 관찰력과 판단력이 꽤나 수월한 게 분명하다. 하룻강아지야 당초에 범 무서운 줄 알 턱이 없다는 사실을 그들이야말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게다.
그러기에 박 근혜 대통령은 그릇된 행동에 타협과 보상은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 반면에 민주통합당 의원총회는 남북관계정상화 촉구결의안이라는 걸 내놓았다. 북한의 정세악화 중단, 개성공단조치 즉각 철회, 특사파견과 관계정상화, 국제사회의 중재자 역할 그리고 민주당의 협력이라는 다섯 가지를 주장했다. 뭘 한다고 뇌까린 건지 모르겠다는 시민들의 항변이 함성으로 들려온다.
어설픈 ‘문카프, 본 헤드’들이 개떡 같은 것을 내민 게 얼핏 양비론적 제스처로 보인다. 그런 결정을 하면서 몇 몇 발언은 위기의식을 고양하는 무드를 띠고 있다. 무조건 즉각 대화해야 한다는 너스레는 듣기 민망한 게 아니라 듣지 않아야 하는 뚱딴지 억지 허풍에 다름 아니라는 국민의 레지스탕스가 일고 있다. “현 시점에서 대북특사를 보내서는 안 된다”는 전 외교통상부장관 송 민순 교수의 일갈을 경청할지어다. 꼼수는 쓰레기통에 던져버릴진저.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