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는 관계

2016-09-24     이완순

전쟁발발 조짐이 보인다. 인류역사를 보면 시대가 종말을 고할 때쯤에 꼭 큰 전쟁이 일어났다.

장수할 것 같던 자본주의가 자본의 거대화로 인한 계층갈등의 심화로 몰락이 다가오자 민족주의가 꿈틀거리며 전쟁을 유발하고 있다.

영국의 블랙시트가 단초가 되어 터키가 움직이고 있고, 금융위기가 몰고 온 경제공황을 벗어날 수 없자 난민수용을 거부하는 유럽과 북핵을 빌미로 전쟁을 획책하는 미국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한반도에 B폭격기가 자주 출몰하는 등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그 후폭풍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지난 16일 워싱턴 미국 외교협회(CFR)가 주최한 “북한에 대한 선택, 동북아 안정을 위한 중국의 역할” 보고서 발간 토론회에서 마이크 멀린 전 미국 합참의장이 “만약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에 아주 근접하고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선제타격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선제타격론”을 주장했다.

대한민국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참으로 치졸하고 악랄한 발상이다. 핵과 장거리미사일을 정밀타격하면 미국에게는 이익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 대한민국에게는 최악의 재앙이 되기 때문이다.

국제관계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게 진리이고, 미국은 하나도 믿을 수 없는, 절대로 믿어서는 안 되는 국가이다.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실체가 여실히 파악된다.

미국은 패권주의에 사로잡혀 오로지 자국의 이익만 추구하는 전형적인 배신의 나라이다. 가쓰라ㅡ태프트 밀약으로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도록 사주했고 자기들은 필리핀을 점령했다. 존재하지도 않은 화학무기를 빌미로 이라크를 침공했는가 하면 통킹만 사건을 일으켜 베트남 침략의 구실을 만들었다.

아무리 무기를 팔아야 먹고 사는 나라라고 해도 이렇게 당하는 사람의 아픔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도발은 우방의 진정한 모습이 아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의 말처럼 미국이 선제타격을 하면 우리 모두는 죽고, 한반도는 순식간에 잿더미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전시작전권도 가지고 있지 못한 나라라서 생각할수록 불안하다. 선제타격에 대한 북한의 대응 정도에 따라 미국 마음대로 전쟁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4년 빌 클린턴 정부도 1차 북핵 위기 시 북한 영변핵시설에 대한 외과 수술식 폭격을 심각하게 고려했었다. “전쟁발발가능성”을 이유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적극 반대하지 않았다면 분명히 남북전쟁이 발발했고, 아마 지금쯤은 한민족이 흔적 없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자위권적 차원에서 충분히 대북 선재타격을 할 수 있다고 본다.”는 입장을 표명한 국방부는 도대체 제 정신이 있는 집단인지 모르겠다. “무기체계가 많이 발전되어 있기 때문에 핵 탄두시설에만 선제공격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미국을 부추긴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나 이런 매국적인 망언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긴 20대 국회도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우리가 이기든 지든, 남북한이 가지고 있는 미사일이 수백기라서 전쟁이 일어나면 무조건 우리 민족은 공멸한다. 열 개 때리고 다섯 개 맞았다고 국토가 이미 초토화되었는데 그것이 어떻게 이익이 될 수 있겠는가.

길을 걷다가 돌이 나타나면 약자는 그것을 걸림돌이라 말하고 강자는 디딤돌이라 말한다고 한다. 우리 대한민국도 이제 세계 11위 경제대국이 되었으니 북핵을 걸림돌이라 여겨 해치울 방안을 강구하려 날뛰지만 말고 디딤돌로 삼아야한다.

이를 미끼로 우리도 핵무장을 하거나 평화통일을 획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은 이미 플루토늄기반핵무기 6기와 고농축우라늄핵무기 6기, 총 12기의 핵폭탄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한미일이 펼치는 북한 고립주의는 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내몰면 쥐도 고양이에 대드는 것처럼 북한이 극에 달하면 충분히 사고를 칠 수 있다.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포기할 수 있다.”는 북한의 주장을 지렛대 삼아 핵동결 협상을 시작으로 대북 식량지원과 한미군사훈련의 규모와 내용을 수정해야한다.

악랄한 괴물을 이기려면 칼을 휘두르는 것보다 달콤한 것을 미끼로 구슬리는 게 현명한 처사다. 김정은은 세계 야구대회 하나 개최하는 것이 꿈이라 하니 우리가 나서서 북한에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핵문제도 통일도 순순히 풀릴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이 미국, 일본과 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우리가 중국과 러시아에 한 발 더 다가서면 통일을 쉽게 이룰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탁월한 위기의 타개책은 반드시 역발상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