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때문에
민효선의 생활 칼럼
蝸利鷺 惟我無蛙 人生之恨 (와이로 유아무와 인생지한)
‘개구리는 백로의 먹이인데, 나는 개구리가 없는 것이 오로지 인생의 한이다.’
고려 말 이 규보 선생께서 번번이 과거에 낙방하고 초야에 묻혀 살 때 집 대문에 붙였던 글이라 한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노래를 잘하는 꾀꼬리에게 까마귀가 찾아왔다. 3일후에 노래 시합을 하자고 제안했다. 꾀꼬리의 노래 소리에 시기심이 발동했던 것이다. 심판은 심성이 착한 백로에게 해달라고 부탁하자 했다. 꾀꼬리는 어이가 없었지만 까마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숲속에서 나오지 않고 노래 연습에 열중했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그런데 노래 시합을 제안한 까마귀는 노래 연습은커녕 논두렁에 나가 개구리를 잡으러 돌아다녔다. 이윽고 경연을 끝내고 심판관인 백로는 까마귀의 손을 들어주었다. 꾀꼬리가 실망한 것은 당연했다. 이 세상이 자기 재능만으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능에 뇌물이 플러스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꾀꼬리가 어찌 알았으랴.
사회를 병들게 하고 나라까지 망하게 하는 이 말 와이로(蝸利鷺)!
뇌물을 뜻하는 일본어로, 일제 강점기부터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우리말처럼 보편화되어 사용되는 이 말 때문에 김영란법이 탄생하게 되고, 그런 관행을 없애려다가 박대통령이 곤혹을 치루고 있는 것이다.
요즘 혼란스런 사회를 보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대의 변화에도 바뀌지 않는 인간의 욕망 중 하나가 출세욕이지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의 욕망은 수많은 역사와 함께 현재까지 함께 함을 볼 수 있다. 권력과 명예를 갖기 위해 역사 속 인물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얼마나 보았던가.
이 마음속 깊이 내재한 욕심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은 죄를 지으며 살아가고, 욕망을 억누르고 이겨내는 사람들은 선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이나 부처님은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하셨고 순자(荀子)나 한비자(韓非子)는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하셨던 것이다.
그러기에 뒷거래를 해 본적 있는 사람들은 잘 안다하지 않았던가? 뒷거래가 재능이나 실력보다 우선순위라는 것을. 그래서 정치하는 사람들은 뇌물을 챙기게 되고, 챙긴 뇌물을 가지고 또 다른 뇌물로 바쳐지게 되는 것이다. 기업은 권력에 뇌물을 바쳐야 기업을 잘 운영할 수 있고, 권력은 더 높은 권력을 거머쥐기 위에 긁어모은 뇌물을 갖다 바치는 연결고리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요즘 TV만 틀면 매일 최순실 뇌물에 대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듣게 된다.
언론보도를 통해 이들이 얼마나 뒷거래를 했는지, 그들의 출세욕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움직였는지 모두 한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 그들의 욕망을 볼 수 있다.
모범을 보여야하는 상류층이나 정치인들의 뒷거래 때문에 대한민국이 얼마나 병들어 가고 있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의 우리 사회는 뇌물의 병폐가 극에 달해있는 실정이고, 일의 성사를 위해선 당연히 주고받아야 하는 것으로 상식화 되어있는 게 문제인 것이다. 국회의원 공천을 받으려면 몇십 억의 개구리를 뇌물로 바쳐야 되고, 대학 교수나 사립학교 교사가 되는 데도 몇 억씩의 개구리를 바쳐야 되는 세상이라 하니 개구리 없는 사람들에겐 한숨만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말 와이로.
없애서도 안 되는 말이고, 있어서는 더욱 사회를 병들게 하는 이말 때문에 골치가 지끈거리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