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 버린 세대 간의 질서
정치니 이데올로기니 하는 것을 떠나, 요즘 몇몇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자세에 관한 한 가지 깊이 생각하게 하는 바가 있다.
요즘 우리 사회는 세대 간의 종적인 관계가 정신적, 윤리적 조건을 잃어 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전국 각 대학 캠퍼스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구호를 외치는 살벌한 젊은이들의 모습은 잦아들었지만 의정 단상이나 공석 상에서 원로 다선 의원과 정계 선배들을 제쳐놓은 채, 고성을 질러가며 좌충우돌 하는 일부 초선의원들의 서슬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아름답고 값진 가치의 기둥 하나가 어이 없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서글픔을 느낀다.
그 젊은 학생들과 의원들이 내세우는 논리의 내용 자체를 이렇다, 저렇다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그 주장 내용이 어떠하든 간에, 우리는 그들의 태도를 비롯해 눈빛, 시늉, 언사, 동작에서 보듯 '천상천하 유아독존'식의 반 권위를 개탄 하는 것이다.
물론 권위란 반드시 다 옳은 것만 있는 것도 아니고, 위 세대라고 해서 모두가 다 정당한 권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사람이 나이를 헛먹는 것만은 아니기에, 인간의 세상에서는 선배의 권위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그 경륜을 귀담아 들으려는 당연한 미덕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젊은이는 패기를 가지고 맹렬히 뛰면서도, 앞 세대의 지혜와 원려(遠慮)를 겸손하게 받아 배움으로써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세대적인 연속성과 상호 보완이 깨어질 때, 그 사회는 불균형으로 치우치게 되는 것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세대 간의 단절이라는 것이 발생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젊은 세대가 청년 문화를 구가하며 일체의 기성 세대적인 사고의 척도를 배격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 사회가 얻은 것은 이른바 성취의 문화였지만, 잃은 것도 그만큼 크다, 그것이 바로 규범의 해이 현상인 것이다.
굴레 벗은 말이라 할까, 아무런 규범적인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그저 기성 세대적인 것이라면 덮어놓고 부정하려 드는 중국의 홍위병 적인 폭력적 문화를 싹텄던 것이다.
중국의 홍위병들은 조반유리(造反有理)라 해서 무조건 위 세대를 타도하고 치받는 것만이 가진 진취적이라는 듯 날뛰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대 황폐였을 뿐이다, 당연한 일이다 세대 간의 윤리적인 규범이 무너진 곳에 문화가 꽃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새로운...., 하며 새것을 찾으면서 옛것을 타도해 버려야 한다고 하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는 법이다.
요즘 일부 학생들은 스승도, 선배도, 부모도, 사회도 눈에 안보인 다는 듯이 주먹을 불끈 쥔 채 달려든다, 그러나 그래서는 않된다, 스승과 부모와 선배의 말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 이유는 젊은 그대들이 부모가 되고 선배가 되었을 때 알게 된다.
붉게 충혈 된 일부 젊은이들의 안하무인의 눈빛을 보면서, 무섭게 달아오른 일부 초선의원들의 독불 장군식의 열기를 느끼면서, 우리 사회의 종적인 유대 관계의 회복이 너무나 아쉽고 시급함을 절감한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자연의 원리요 도리다, 흐르는 강물을 막고 도랑으로 돌려놓으면 도랑 뚝은 무너진다, 흐르는 강물은 흐르게 나두고 내가 필요한 만큼 빼어 쓰는 지혜를 발휘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