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명언

2017-04-17     文 熙 鳳 (시인·평론가)

웃자고 하는 얘기인 줄은 안다. 그러나 깊이 파고 들어가 보면 그 속엔 슬픔이 진하게 녹아 있다. 하여튼 웃고 보자. 여자가 늙어 필요한 것의 첫째는 돈이고, 둘째는 딸이고, 셋째는 건강이고, 넷째는 친구이고, 다섯째는 찜질방이란다. 꼭 들어 있어야 할 것이 하나 빠져 있다. 그건 바로 남편이다. 남편을 이렇게 대우해도 되는가 묻고 싶다.

그와는 반대로 남자가 늙어 필요한 것은 첫째가 부인이고, 둘째는 아내이고, 셋째는 집사람이고, 넷째는 와이프고, 다섯째는 애들 엄마란다. 이건 또 뭔가. 모두가 부인이 아닌가?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이렇게 극명하게 달라지는가?

아들이란 존재는 뭔가? 어렸을 땐 아들, 사춘기가 되면 남남, 군대 가면 손님, 장가가면 사돈이란다. 촌수를 따져보면 낳았을 땐 1촌, 대학 가면 4촌, 군에서 제대하면 8촌, 장가 가면 사돈의 8촌, 애 낳으면 동포, 이민 가면 해외동포, 잘난 아들은 나라의 아들, 돈 잘 버는 아들은 사돈의 아들, 빚진 아들은 내 아들이란다. 경제적 논리로 접근해 보면 그렇다는데 참 슬픈 명언이다.

한 수 더 떠서 자녀들을 출가시켰다고 가정해 본다. 장가간 아들은 큰 도둑, 시집간 딸은 이쁜 도둑, 며느리는 좀도둑, 손자들은 떼강도란다. 가지고 있는 것 모두 빼내가야 그런 얘기 안 들을는지. 나를 슾프게 하는 명언이 또 있다. 장가간 아들은 희미한 옛 추억의 그림자, 며느리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 딸은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이란다. 웃긴 웃어도 씁쓸한 맛을 지울 수가 없다.

미친 여자 3인방도 있단다. 그 첫째가 며느리를 딸로 착각하는 여자이고, 둘째는 사위를 아들로 착각하는 여자이며, 셋째는 며느리의 남편을 아들로 착각하는 여자란다. 슬프긴 해도 세태를 잘 반영한 것 같기는 하다.

자녀의 수에 따라서도 해석이 달라진다. 메달 색깔이 달라진다.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 딸만 둘이면 은메달, 딸 하나 아들 하나면 동메달, 아들만 둘 이상이면 목(木)메달이라나. 듣고 보니 그럴 법도 하지만 씁쓸한 마음은 지울 수가 없다.

이 세상 소풍 나왔다가 끝낼 때에도 자식 성별에 따라 죽는 방법이 다르단다. 아들 둘 둔 엄마는 이 집 저 집 떠밀려 다니다 노상에 서 죽고, 딸 둘 둔 엄마는 해외여행 다니다 외국에서 죽고, 딸 하나 둔 엄마는 딸네 집 씽크대 밑에서 죽고, 아들 하나 둔 엄마는 요양원에서 죽는다고 한다. 그럴 듯하게 엮어낸 창조자에게 박수를 보내야 할까 보다.

거기다가 재산 안주면 맞아서 죽고, 반만 주면 쫄려서 죽고, 다 주면 굶어 죽는다는 말도 있다. 여하튼 소풍 끝내는 날까지 재산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일찍 주었다간 무릎 관절이나 어깨 관절에서 여름에도 강풍이 지나는 소리를 듣는다.

남편에 대한 얘기는 나를 더욱 슬프게 한다. 집에 두면 근심 덩어리, 데리고 나가면 짐 덩어리, 마주 않으면 원수 덩어리, 혼자 내보내면 사고 덩어리, 며느리에게 맡기면 구박 덩어리란다.

술에 취했을 때의 명언도 나를 슬프게 한다. 1단계 때는 신사지만, 2단계로 올라서면 예술가로 변신한다. 3단계 때는 토사가 되고, 3단계에 진입하면 개가 된다 하니 허, 참이다. 마시는 양에 따라서도 해석이 달라진다 한다.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지만 여남은 잔이 넘어가면 술이 술을 마시고, 그 이상이 되면 술이 사람을 마시니 사람이 아니고 개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 것 같다.

그럴 듯한 슬픈 명언들이긴 하나 마음 한 켠이 아려오는 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