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한다?

2017-05-02     문희봉(시인·평론가)

마루를 닦듯이 마음을 닦는다. 어제도 닦고 오늘도 닦는다. 힘들여 닦아도 욕심의 때는 남는다. 내 인생이 끝나는 날까지 마음을 닦고 또 닦겠지만 깨끗하게 닦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세상은 닦으면 깨끗해지는 것들이 많다. 이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만난다. 열심히 닦고 쓸고 있다. 그들을 만나면 조건 없는 행복을 느낀다.

고층빌딩을 밧줄에 의지한 채 유리를 닦는 사람들을 본다.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싼 생명보험에 저당 잡혀 놓고 유리를 닦고 있다. 나에게는 억만금을 준다 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부터 십여 년 전에 전라도 진주에 출장을 간 일이 있다. 도시가 참 깨끗했다. 시민들의 얼굴 표정도 깨끗했고, 거리 곳곳도 정말 깨끗했다. 어느 거리, 어느 골목도 지저분한 곳이 없었다. 껌 조각 하나, 담배 꽁초 하나, 쓰레기 하나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쓰레기라면 보물찾기를 해도 찾지 못할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다 보면 입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밖으로 새는 것이 더 많을 때가 있다. 아이들도 고집이 있어서 먹여주는 것은 싫고 자신이 먹으려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숟가락질을 하지 못하니까 손으로 먹기도 한다. 그러나 흘리는 건 역시 마찬가지다.

어젯밤 꿈에 천사들을 만났다. 천사들은 부지런히 무엇인가를 닦고 있었다. 천사들에게 물었다.

"무엇을 그렇게 열심히 닦고 있습니까?"

한 천사가 대답했다.

"세상이 너무 더러워서 닦고 있습니다."

나무와 지붕과 고층빌딩과 거리를 비를 뿌려 닦고 있었다. 아주 지저분한 곳에는 많은 비를 뿌렸다. 약간 더럽다 싶은 곳에는 조금 뿌려 닦아냈다. 그러고 나니 산과 바다와 나무들이 깨끗하게 빛났다. 천사의 손이 닿는 곳마다 나뭇잎의 빛깔이 푸르게 변해갔다.

그런데 아무리 닦아도 빛나지 않는 것이 있었다. 천사에게 물었다.

"그것은 왜 정성들여 닦아도 빛이 나지 않지요?"

천사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사람들의 마음이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의 마음은 자신이 닦아야 비로소 빛을 낼 수 있답니다."

그렇다. 사람의 마음은 자신이 닦아야 빛난다. 가끔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본다. 겉으로는 번지르르한 말들을 쏟아내는데 속으로 하는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럴 때는 역겨움을 느낀다. 어찌 저렇게 표리부동할까?

그런 사람은 분명 마음속에 거울이 없을 것이다. 거울이 있다면 자주 자기 자신을 비추어 볼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씁쓰레한 웃음을 짓는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이는 어른이라는 거울을 보고 자란다. 어른들의 솔선수범이, 본보기가 되어줌이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는 바로미터다. 어른들을 거울 삼아 아이들은 하나의 인격체로 자라난다. 그걸 보는 어른들은 멋진 세상을 미리 보는 희열을 갖게 된다.

거울은 말하지도, 판단하지도, 눈물을 흘리지도 않는다. 단지 비춰 보이기만 한다. 영혼이 비추이는 샘물 같은 얼굴로 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가고 싶다.

요즘 대통령 선거 유세가 한창이다. 엊그제는 친노 좌장이라는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이 이런 말을 했다. ‘극우 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하여 ‘쭉 장기집권’을 하겠다고 말이다. 그의 말에서 섬뜩함을 느낀다. 말이라고 해서 다 말이 아니다. 말은 뱉어내면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 지난 번 자기집 주변 퇴비로 인한 악취 소동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더니 이번에는 ‘궤멸’시킨단다. ‘궤멸’이란 말의 뜻을 제대로 알기나 하고 썼는지 의심스럽다. 이런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우리들이 크게 반성해야 할 것 같다. 돈은 없어도 거울 하나 쓸 만한 것 하나 사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