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만인보〉 집필 고은 시인 실제서재 서울도서관서 재탄생
서울시, 한국 대표 현대시인 ‘고은’의 서재를 재구성한 〈만인의 방〉 11월 오픈
2017-05-16 세종TV
[세종TV-세종TV]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시인 고은 시인이 25년 간 〈만인보(萬人譜)〉를 집필했던 실제 서재(안성서재)를 오는 11월 서울도서관(3층 서울기록문화관 내 약 80㎡ 규모)에서 만날 수 있다.
서울시는 고은 시인의 창작모태가 된 서재를 재구성한 〈만인의 방〉을 조성,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고 밝혔다.
〈만인보〉는 1986년부터 2010년까지 25년간 4,001편의 시를 총 30권으로 엮은 한국 최대의 연작시집이자 ‘시로 쓴 한국인의 호적’으로 불리는 대작이다. 1980년 시인이 민주화운동으로 투옥됐을 때부터 구상을 시작, 김구 선생의 어머니인 곽낙원, 장준하, 이육사 등 독립운동가를 비롯해 고대와 현대를 뛰어넘는 온갖 인간군상을 총망라해 등장인물만 5,600여 명에 달하는 인물백과시집이며 고은 시인의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만인의 방〉에는 집필 기간 동안 고은 시인이 직접 사용한 서가와 책상, 〈만인보〉 육필원고와 집필을 위해 조사했던 인물 연구자료 및 도서, 자신만의 특유의 방식으로 기록해온 메모지 등 시인이 기증한 소장품 및 일부 자료를 그대로 옮겨놓아 〈만인보〉의 창작 배경과 집필 과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만인의 방〉이라는 고은 시인이 직접 이름 붙였다. 시인은 〈만인보〉가 만인(萬人)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인 만큼 이 공간을 〈만인의 방〉으로 명명한다고 설명했다.
박원순 시장과 고은 시인은 16일(화) 15시 서울도서관 3층 서울기록문화관에서 '〈만인의 방〉 조성 및 작품 등 기증에 따른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서울시는 협약에 따라 고은 시인으로부터 책상, 서가, 작품 등을 무상으로 기증받는다.
협약에 따라 서울시와 서울도서관은 〈만인의 방〉 조성 및 시인의 작품기증과 관련해 필요한 제반사항을 정하고 〈만인의 방〉 위치, 구조, 장치 등에 대해 시인과 협의한다.
서울시는 이번 협약 이후 고은 시인의 자문을 거친 기증자료 조사, 공간 기획, 운영계획 수립 등의 과정을 거쳐 오는 11월 경 개관식을 열고, ‘만인보 이어쓰기’ 등 〈만인보〉를 주제로 한 다양한 시민 참여 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만인의 방〉 조성은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서울시가 추진하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핵심 중 하나로 추진된다. 〈만인보〉는 시민이 중심이 돼 펼쳐진 3·1운동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만인의 방〉이 조성되는 서울도서관 건물은 일제강점기 식민통치의 상징인 경성부 건물이자 이 일대가 3·1운동 현장이기도 해 더 의미가 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서해성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총감독은 “3.1운동을 통해 한국인은 백성에서 스스로 시민 또는 국민이 되었고, 고은 시인의 〈만인보〉는 그 가치를 가장 탁월하게 기록하고 형상화해낸 작품”이라며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3대 지표는 공간·시간·인간의 건국이라는 점에서 일제강점기 경성부 건물이자 일대가 3.1운동 현장이기도 한 서울도서관에 〈만인의 방〉을 통해 〈만인보〉를 재구성하는 일은 3.1혁명의 주체를 문학으로 분명히 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정수 서울도서관장은 “〈만인의 방〉은 25년간 진행된 〈만인보〉 창작 과정과 뒷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으로서 서울도서관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라며 “이곳을 전문자료실같이 조성하고 시민 참여 행사를 다양하게 마련해 시민들이 고은 시인과 〈만인보〉에 대해 많이 알아가고 3·1운동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