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움

2017-06-03     한상은

들 리 움

            석당 한 상 은

밤은 인경[寅時]을 지나 새벽에 와 닿고

바람도 꿈에 젖어 달빛 머금는 밤

주마등 같이 스치는 추억의 발자취

고희(古稀(고희))에 밤의 여정은 깊어라

 

저 만치 산기슭 외딴집 개 짖는 소리

새벽으로 치닫는 밤의 여명을 알리면

머리맡 창틈 아스라이 초승달 스미고

담장에 등겨 눕은 매화는 사랑에 깊어

 

한경의 밤 지새워 추억의 이삭 줍고

얽힌 실타래 속 삶의 궤적을 뚫으며

함박꽃 미소의 님과 인연을 맺어

아들딸 낳아 복으로 함께한 날들

 

잔잔한 주름위로 수줍던 지난날 사랑이

한 마디 대답 없는 사랑의 눈빛만으로

항라 적삼 옷고름 풀어 사랑을 함께한

그렇게 살아온 추억의 잔상을 더듬고

 

밤의 여정은 깊어 새벽으로 치달아

그렇게 그렇게 채워져 가는가보다

아, 오늘도 그렇게

또 그렇게. 그렇듯이...

 

희(古稀(고희)): 고래로부터 드문 나이란 뜻으로 일흔 살을 이르는 말

杜甫(두보)의 曲江(곡강)詩(시)에서 나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