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숨 쉬기가 너무 힘들어요”

기업·정부 보상 외면, 진상조사도 중단-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억울함에 눈물만

2013-05-17     세종TV

[환경일보] 김채미 기자 =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백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이 일어난 지 2년이 지났는데도 불구 엄청난 병원비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은 아직도 제대로 된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제품을 생산한 기업들은 피해보상이 아닌 대형로펌과 함께 법적 소송에 돌입했고 허가를 내 준 정부는 ‘근거법령이 없다, 예산이 없다, 소관부처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 예산으로 200억원 증액을 요구했으나 소위 심사 과정에서 피해자 정확한 조사가 다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 50억원만 증액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예결위로 넘겼다. 
 
그러나 50억원 예산마저 지난 5월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과정에서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전액 삭감돼 논란이 일었다.   
 
현재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피해 접수 현황은 401건(환경보건시민센터)으로 조사된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환노위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피해구제 방안을 모색하는 간담회가 개최됐다.    
 

지난 5월15일 국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방안 간담회가 열렸다.
▲지난 5월15일 국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방안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김채미 기자>

심상정 의원(진보정의당)과 장하나 의원(민주통합당)이 제안하여 마련된 이 간담회는 5월15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진행됐다.    
 
간담회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그 가족 8명들이 겪은 피해에 대한 증언으로 이어졌다. 피해자 신지숙씨는 2011년 5월 폐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병원에서 ‘원인불명 폐질환’ 진단을 받고 폐이식 권유를 받았다. 그는 “병의 원인도 모르고 있다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례 뉴스를 보고 자신과 증상이 비슷해 의심하게 됐다”라며 산소호흡기를 끼고 힘겹게 말했다.   
 
그는 “퇴원하고 집에 와도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병원비가 어마어마해 가족들이 일해서 병원비를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라며 “딸과 남편도 폐에 이상이 없는지 검사 비용을 지원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산소호흡기를 낀 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피해자 신지숙씨.
▲산소호흡기를 낀 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피해자 신지숙씨

2009년 2월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아내를 잃은 최승영씨는 “병원에 계속 입원치료하는 탓에 금식을 해야했던 아내는 마지막까지 ‘배고프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라며 “아내의 마지막 모습을 잊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내를 잊으려고 이 문제를 피하고 싶었지만 나처럼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용기를 내 이 자리에 나왔다”라고 말했다.    
 
2006년 3살 된 딸을 잃은 백승목씨는 “무엇보다 힘든 것은 내 손으로 가습기 세척제를 계속 넣어줬다는 것”이라고 울먹였다. 그는 “정부가 허가해 기업이 상품화한 제품을 사용한 죄 밖에 없지 않냐”라며 “피해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기업이 나몰라라 하고 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우리나라가 선진화되고 민주화된 곳이라면 영향력 있는 정부와 기업들이 사과하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해결해 줘야한다”라고 강조했다.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12살 임성준 어린이는 10년째 치료 중이다. 임군의 어머니 권미애씨는 “아이가 목에 구멍을 뚫어 숨쉬고 있어 피부 간지럼증도 심하고 불안장애로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환경보건센터는 “더 이상 부처 간 책임 미루기를 멈추고 관계부처를 포함해 범정부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고 “예산결산특위에서 삭감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예산을 2014년 정규예산에는 포함시켜달라”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 이호중 과장은 “아직까지 관련 정부 부처의 의견을 수집 중이며 아직까지는 환경부의 공식 입장은 없다”라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정부의 조속한 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추가 조사의 필요성이 점점 높아져가지만 정부는 이마저도 손을 놓고 있다. 복지부가 전문가들로 구성된 ‘폐손상 조사위원회’에서 조사위원들은 최근 복지부에 “추가정밀조사를 진행, 가족단위 피해자 등 가습기 살균제 노출평가와 경증환자의 특성을 파악하자”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근거법령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해 조사위원들이 이에 항의하며 전원 사퇴의사를 밝혔고 현재 조사위원회 활동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에 대해 심상정 의원은 “중단된 조사위원회를 다시 가동하고 가습기 부분에 대한 특례 조항을 만들어 피해 보상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2004년부터 800만개의 살균제가 만들어지고 피해가 큰 만큼 정부는 더 이상 우물쭈물하지 말고 환노위와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자”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