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열병합발전소 건립, 깊어지는 갈등

-주민 "충남에 발전소 몰려있어 대기오염 더 심해져"

2017-11-25     황대혁 기자

-업체 "배출기준 강화, 환경영향평가 승인받아 문제없어"
-충남도 "추진 무리,열제한 공급 선회" 

충남도청이 있는 내포신도시에 고형폐기물연료(SRF)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하는 문제를 놓고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과정에서 사업자와 충남도마저 첨예하게 대립해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당초 SRF 발전소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던 충남도가 주민 수용성 등을 이유로 건립 불가 입장으로 돌아서자 그동안 임시보일러를 가동해온 사업자가 열 제한공급을 선언하는 등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업체 측이 자금 부족을 내세우며 임시보일러 가동 중단을 예고해 겨울철 난방·온수가 끊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쓰레기를 태워 연료로 사용하는 SRF를 이용해 내포신도시에 짓는 열병합발전소는 지난 2012년 말 신도시 조성 당시 집단에너지 공급 사업의 하나로 추진됐다.

건립은 한국남부발전, 롯데건설, 삼호개발 등이 설립한 내포그린에너지가 맡으며 2023년까지 예산 삽교읍 목리에 SRF를 사용하는 시설 1기와 LNG를 사용하는 시설 5기를 건설키로 하고 지난해 말 공사에 착수했다.

공사가 끝나면 최대 열 공급량 394G㎈/h, 발전용량 97㎿의 설비를 설치해 내포신도시에 전기와 열을 공급하게 된다.

그러나 주민들은 올해 초부터 SRF를 연료로 사용하는 열병합발전소에 대해 쓰레기 소각장이나 다름없다며 반발해 왔다.

 주민들은 전국 화력발전소의 절반이 충남에 모여있다 보니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데 SRF발전소까지 세워지면 대기오염이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해 SRF를 사용하는 시설을 LNG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체 측은 LNG로 변경할 경우 사업성이 떨어져 전환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 설계 기준을 LNG 수준으로 강화했고 환경부로부터 환경영향평가 승인도 받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난처한 상황에 빠진 충남도는 갈팡질팡하고 있다. 당초 주민 공청회까지 열며 SRF 열병합발전소의 안전성을 알리고 주민 설득에 나섰지만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 8월 ‘추진 무리’로 입장을 바꿨다. 새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등 사회적 여건이 바뀐 만큼 그에 맞춰 도의 에너지 정책도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하지만 열 전용 보일러 공사가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된 상황에서 도가 갑작스레 입장을 바꾸는 바람에 갈등의 씨앗을 남겼다.

사업자는 충남도가 부정적 입장으로 선회하자 곧바로 ‘열 제한공급’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내포그린에너지는 공사 계획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 및 인가 지연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어 임시보일러를 정상 운영하기 어렵다며 지난 9월 25일부터 1단계 비상운전계획에 들어갔다.

내포신도시 내 아파트, 상가, 관공서 등에 100도 수준으로 공급하는 난방용 및 급탕용 온수를 80도로 낮춰 조정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산자부를 상대로 행정부작위에 대한 행정심판 소송을 청구했다.

업체 측은 산자부의 인가 지연으로 전체 1200억원 규모의 자본금 중 40%에 이르는 467억원이 빠져나갔다고 주장했다.

지난 20일에는 지난해 말부터 진행해 온 열 전용 보일러와 LNG 열 전용 설비 공사를 중단한 데 이어, 다음 달부터는 일정 사용량을 초과할 경우 출근시간 대 공공기관의 난방과 온수 공급 중단을 예고했다.

열 전용 보일러 준공률은 90%, LNG 열 전용설비 공사를 포함한 전체 공정률은 39.2%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난 때문에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롯데건설에서 공사 중단을 요청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당초에는 사업자가 보유한 임시보일러 8대를 가동해 연말까지는 차질없이 열 공급을 지속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정재홍 내포그린에너지 부사장은 지난 20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의 자금력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그 전에라도 중단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처럼 사업자가 연일 초강수를 두면서 겨울철 난방·온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