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과 주한미군 어찌 돼야하나

2018-05-22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

상당히 오랫동안 공석이던 주한 미국대사에 현 태평양사령관 해리스 대장이 임명될 예정이란다. 반가운 소식이다. 한미동맹의 현 상황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서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해리스 사령관은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 아버지에 일본인 어머니의 아시아계 첫 미 해군제독이다. 그는 석 달 여전에 아그레망까지 받아 놓고 임명 직전에 낙마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인 한국계 미국인 빅터 차에 못지않은 대북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의 그동안 대화가 실패라는 글을 올린 후에 주한 미국대사에 빅터 차가 임명됐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다 뜻밖에도 임명 취소가 되었지만 빅터 차의 임명은 중요한 메시지를 가졌었다. 빅터 차는 한국의 현 386정권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인물이다. 한반도 정책에 대해 트럼프에게 조언하는 그는 북한과의 대화가 사실상 의미 없다고 생각하고 대북 대중 강경정책을 지지하여 끝까지 제재를 가하고 압박해야 한다는 '매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더욱이 그는 철저한 반공주의자이기도 하다.

 

그런 빅터 차에 못지않은 대북강경파로 알려진 해리스 내정자는 미국의 최대 위협이 북한이라며 미북 정상회담의 낙관론을 경계하면서 지난 3월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 김정은이 핵무기 보유를 통해 한반도를 적화통일하려 한다는 자신의 입장을 거듭거듭 밝힌 바 있다. 그는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철수할 경우 "김정은이 승리의 춤을 출 것으로 믿는다"며 "우리가 한국, 일본과 동맹을 파기한다면 김정은은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투철한 대북강경의지를 가지고 있다.

 

해리스 사령관은 남북정상회담이 역사적인 사건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성공에 도취해서 미군철수부터 떠들어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보 문정인이라는 사람의 망동에 쐐기가 될 만한 인물이다. 미국의 「포른 어페어스 Foreign Affairs」라는 잡지에 한국관련 글을 기고한 문정인 씨는 그 기고문에서 한미동맹의 의미를 희석하는 투의 말을 했다. 이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척 하며 미국인 스타일의 영어풀이를 강행하며 어설픈 변명을 늘어놓았다. 문정인 특보의 그 따위 말을 해리스 예비대사는 콧방귀도 뀌지 않을 게 분명하다. 함부로 내둘리는 혓바닥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정인 특보는 또다시 엉뚱한 소리를 해대고 있다. 장기적으로 한미동맹체계는 없애는 것이 최선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망언을 늘어놓았다. 미국의 시사 잡지 「더 애틀랜틱 The Atlantic」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 잡지가 한 층 높여서 호칭한 ‘한국 대통령의 최고위 보좌관(top advisor)’이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제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는 동맹이라는 것이 국제관계에서 매우 부자연스러운 것이라며 동맹 체제를 탈피하면 우리나라가 지정학적인 입장에서 굴레를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피력한 모양이다.

 

그는 일견 매우 호탕한 평화론자처럼 얘기한 것 같다. 남북이 통일 된 뒤에 미국과 중국의 틈새에서 어느 한 쪽의 선택에 고민할 것이지만 그래도 우리나라가 ‘홀로 서기’를 할 수 있다고 장담한 듯하다. 북한과 같은 공동의 적이 없어지면 우리가 동북아시아의 다자간 안보 구조를 만드는 데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 말을 한 것 같다. 마치 남북정상회담에 있어서 문재인 대통령의 운전자 역할과 같은 맥락의 주장을 펼쳤나보다. 물론 그렇게 되기만 한다면야 얼마나 좋을 건가. 꿈도 야무지다.

 

「더 애틀랜틱」이 문 특보의 놀라운 발언이라고 적시한 주한미군문제에 대해 ‘만약 북한의 반대가 없다면 평화협정 후에도 한국에 미군을 두자는 것이 내 입장’이라고 언급한 것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었다. 그렇다. 좋은 의견이다. 허나 ‘만약’이라는 조건부 언명은 비겁한 발상에서 나온 기회주의 논법이라 사람을 감질나게 하는 악의가 엿보이다. 「더 애틀랜틱」도 한미동맹에 회의적인 허풍쟁이 트럼프 대통령에 빗대어 ‘트럼프처럼 지껄이는 말’로 치부해버렸다.

 

아무리 맹랑한 말버릇을 가졌다 해도 명색이 대통령 특보라면서 우리의 생활안정을 보호해주는 주한미군을 어찌 보면 무참하게 능멸하는 듯한 언동을 해대는 게 참으로 가소롭고 게욱질이 난다. 문 특보 이 위인(偉人 아닌 爲人)은 제주도 출신으로 중앙정보부의 지원사병으로 군복무를 마쳤기에 그런지 허튼 소리로 물의를 일으키기 무척 좋아 하나 보다. 걸핏하면 주한미군철수를 들먹이기는 악취미를 가졌나 보다. 햇볕정책(Sunshine policy)의 주창자로 유명한 그는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주장하고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취하는 작자로 정평이 나있다.

 

그는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북한위원회(NCNK)주최 북한문제 세미나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은 군사주권을 가지고 있으며 주한미군이 나가길 명령한다면 주한미군은 나가야 할 것‘이라고도 말해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미군철수 주장이 미국에게 긴장감을 주기 좋은 발언이라고 제 멋대로 생각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식자들이 꽤 많다. 어떤 측면에서 청와대와 ’투 트랙‘방식의 전략을 구사하며 미국의 의도대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끙끙이 속을 가지고 외교적 발언을 희화적으로 행사하는지도 알 수 없다.

 

어쨌거나 지난 진보정권의 안보독트린을 수립하는 데 관여했던 그가 대북적대 정책을 거부하고 유화정책으로 북한의 신뢰를 확보해서 평화체제를 구축하자고 떠드는 사람인 건 틀림없다. 그 자체야 크게 나무랄 건 아닐 게다. 이슬람 신도였대서 빈미주의자 아니냐는 추측이 생기기도 한 그는 이번 한미공군 연합훈련 맥스 선더(Max Thunder)로 남북고위급회담이 돌연 북측의 거부로 무산된 사건을 어찌 다룰지 궁금하다. 이제 2030 세대도 주한미군 철수를 반대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진로는 미군철수와 맞물려 있다. 그러므로 문정인의 추잡한 발언이 여전히 굳건한 한미동맹의 실체를 결코 훼손하지 못 한다는 사실을 모든 국민이 잘 인식해야 한다. 그의 날름거리는 혓바닥에 청태가 낄 날도 멀지 않을 거라고 예언하는 복지관의 어르신 말씀이 너무도 그럴 듯하다. 포 레버(forever) 한미동맹이여. 포 레버모어(forevermore) 주한미군이여!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