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우 받는 국회의원

2018-09-04     문 희 봉(시인·평론가)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존경 받는 인물 중 한 사람을 들라 한다면 누구를 선택할까 ? 나는 서슴없이 황희 정승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의원 나리들께서는 누구라고 대답할까 궁금해진다.

그는 고려 말 14살 어린 나이에 관직 생활을 시작하면서 무려 18년간을 영의정과 우의정 그리고 좌의정 등 24년간을 봉직하고 조선 초까지 관직에 있다가 87세에 벼슬을 내려놓았다. 요즘 같으면 은퇴할 나인데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국정을 성실하게 수행한 것이다. 황희는 성품이 온화하고 청렴한지라 업무처리를 소신과 원칙에 따라 수행하여 요즘 사람들과 다르게 권력에 타협하지 않고 오직 자기주도적인 삶을 누린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때 양녕대군 폐위사건에 휘말려 모든 관직을 박탈당한 채 남원으로 귀향 가는 불운을 겪은 적도 있었다. 당시 이조판서 황희는 대부분 신하들이 찬성하는 세자폐위를 반대하며 날을 세웠다. 이와 같이 황희 정승은 자기가 옳다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깨끗하고 청렴하게 국정을 다스려 청백리로 살아온 사람으로 우리들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그는 다른 관리와 달리 여러 관직을 거치면서 매사에 깨끗하고 올바른 정치를 철학으로 삼아 조선 개국 초기의 잘못된 관행이나 제도를 쇄신하는데 주저함 없이 밀고 나갔다. 그래서 청백리의 표상으로 지금까지 존경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시대 황희 정승처럼 깨끗하고 정의로운 삶을 누리며 살고 있는 사람을 찾아보려 노력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개인의 안위는 돌보지 않고 오직, 사회로부터 거들떠보지 않는 소외된 서민이나 노동자만을 찾아가 눈물을 흘리며 그들의 애환을 자기 일처럼 보듬어가며 정치를 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지금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국회의원들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299명 중에서 몇 명이나 국민의 진정한 머슴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대답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의원님들이시여! ‘내가 여기에 해당되오.’라고 손 한 번 들어보시라. 선거 때만 되면 으레 굽실거리고 땅바닥에서 큰절도 하지만 당선이 되면 그걸로 끝이다. 선거 때면 유권자들 앞에서는 그저 뱀 만난 개구리마냥 나 죽여달라 설설 기다가도 당선이 되면 그걸로 끝이다. 그러면서도 국회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마다 입을 맞춘 듯 국민이 무섭지 않느냐고 앵무새처럼 말하고 있다.

국민들이 봉인가. 이제는 국민들도 일하지 않고 설득력 없이 국정을 혼란스럽게 하면서 데모나 하는 의원은 절대 뽑지 말아야 한다.

여야 대표들은 얼마 전 국회 활동비(특활비)를 완전히 폐지한다고 국민 앞에 버젓이 맹세했다. 국회 활동비란 게 뭔가? 그 많은 특혜를 부여받으면서도 거기에 특별활동비라는 게 또 있단다. 그 액수가 자그만치 연간 62억 원 정도란다. 얼마 전 그 경비를 완전히 폐지한다고 국민 앞에 맹세하더니 며칠 안 되어 꼼수를 부린다. 전체의원에게 돌아갈 특활비 중 15억원만 폐지하고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회에 지급하는 특활비는 삭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단다. 국민을 우롱하는가? 그렇잖아도 의원수를 100명 정도로 줄이자고 원성이 높은 판인데 제 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가 묻고 싶다.

입버릇처럼 민생이니 서민경제니 국민 앞에 무섭지도 않느냐 하면서 여야 간 으르렁거리고 원수처럼 치고 박고 싸우며 국민을 조롱하듯 원맨쇼를 연출한다. 그러다 막상 자기들 밥그릇을 챙길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마치 같은 핏줄처럼 죽이 척척 맞게 맞장구치는 것을 보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울화가 치민다. 그 돈으로 쪽방촌에서 하루하루를 어렵게 견뎌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쓰라고 권하고 싶다.

선거 때만 되면 내키지 않는 사람에게 표만 찍어줄 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힘없는 국민들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이번 특활비 폐지 이야기를 기화로 국회의원들의 ‘특권 내려놓기’가 다시 도마 위에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염라대왕도 부러워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니 가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특활비 이외에도 국회의원들의 특권은 늘어놓기가 민망할 정도로 정말 사치스럽다.

한번 짚어보자. 국회의원 한 사람에게 들어가는 세비가 월 600만 원에 입법 활동비 월 300만 원, 정근수당, 명절휴가비 775만 원, 관리업무수당 월 58만 원을 합쳐서 연봉이 1억4,000만 원이나 된다. 여기에 유류비와 차량유지비, 항공기 1등석, KTX와 선박은 최상급으로 전액 무료다. 전화료와 우편요금 91만 원, 보좌진 7명 운영비가 연 3억8,000만 원이다.

뿐만 아니라 연 2회 이상 해외 시찰이 있고, 18대 이전 국회의원들은 지금도 단 하루라도 국회의원을 했던 사람은 국민이 회사를 30년간 근무해도 받을 수 없는 연금 120만 원을 65세부터 죽을 때까지 받는다. 이뿐이겠는가? 국회의사당 내 사무실도 45평 정도를 의원 개인에게 제공하는데 돈으로 환산하면 11억 원이 넘는다.

공무원은 겸직할 수 없는데 변호사, 의사, 약사 등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은 다 할 수 있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국민의 머슴’으로 청렴하게 국정에 전념할 수 있을까. 정치후원금은 1년에 1억5천만 원, 선거철에는 3억 원까지 모금할 수 있다. 국회의원회관 안에 있는 부대시설인 헬스, 병원은 전부 무료이니 4년간 국민 혈세를 축내는 공짜인생을 살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개헌을 하면 이러한 불필요한 특권들은 과감히 없애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 죄를 졌는 데도 국회의원이라고 ‘불체포특권’을 남용하고 출석 체크만 하면 개인적으로 집에 가도 되고, 명분 없는 데모나 하며, 개인 일로 외국에 나가도 된다는 이런 특권이 세상 어디에도 없고 오직 대한민국에서만 통용되고 있는 악법 중의 악법이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준수해가며 세비 외 특별수당이 없어도 불편한 기색 없이 보람을 갖고 국민의 알뜰한 머슴이 되어 도서실에서 공부하면서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는 외국 국회의원들을 본받기를 바란다.

해외 시찰할 때 ‘묻지 마’ 식 관광을 해서 국민들로부터 호되게 얻어맞지 말고 이와 같은 모범적인 사례들을 좀 본받아서 실제로 국정에 이용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2년간 최저임금을 두 자리 수인 27.3% 올렸지만 국회에서 과도하게 올렸다고 지난 5월에 차량 유지비와 식대 등을 최저임금에 가산하는 ‘최저임금 산입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이에, 향후 5년 동안 20%씩 임금에 가산됨에 따라 사실상 21.8%정도 인상한 것이나 다름없는데도 경제가 파탄되고 소상공인이 다 죽는다고 야단법석을 떨면서도 자기네들 챙기는 부분은 절대 양보하지 않는 것을 보면 정말 뻔뻔함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이제 국민이 나서서 불량 국회의원을 퇴출시켜야 한다. ‘싸움꾼 의원’, ‘갑질 의원‘, ’시대에 맞지 않는 수준 떨어지는 의원’, ‘억지와 궤변을 늘어놓는 의원’, ‘퇴비 의원’, ‘입법 활동을 게을리하는 의원’을 소상히 찾아내 밝혀 ‘국민소환제’를 엄격하게 실시하여 우리나라 정치발전에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사회풍토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