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정 내실까 두려워서

2013-06-29     세종TV

◯ 왜 이리도 조용한가. 그토록 열을 올리던 방송국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구나. 대통령기록물은 절대공개불가라면서 침을 튀기며 삿대질하던 사람들도 ‘포르케 노 테 카야스’에 빠져 있다. NLL문제를 붙잡고 흰소리 작작하던 무리의 ‘더티 마우스’가 딴전을 부리고 있다. 국정원을 국정감사한다는 핑계로 국민의 눈을 가리고 있다. 쪽발이 야폰스키들이 하는 짓거리를 흉내하면서.

◯ 간지럽다. 닭살이 오른다. 지난 24일에 2007년의 노무현․ 김정일회담 회의록을 남재준 국정원장이 전격 공개했다. 그런데도 지금 떠벌이 방송들이 되레 입을 다물고 있다. 그 전날까지도 지상파나 종편이나 못난 수다쟁이 끌어다 놓고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었다는 NLL에 관해서 이러쿵저러쿵 입방아를 찧어 댔다. 그러더니 막상 터뜨려 놓았으나 ‘벙어리 삼룡이’ 노릇하느라 바쁘다. 참말로 딱할시고.

◯ 쥐뿔도 아는 게 별로 없으면서도 입에 거품을 물다 싶이 하면서 제 말이 천하일품 명언이라도 되는 듯 까불던 서울의 어느 사립대학 최라는 교수가 어떤 방송국에 끌려나와 NLL은 미군이 설정한 자의적 경계선이라 이에 대한 논란은 금기라고 우겨댔다. NLL의 설정자체를 부정하는 그 발언은 회담내용이 만천하에 폭로된 현재 정확한 논거의 제시가 필요하지 않은가. NLL을 기피하는 방송도 그 사람과 동행하는 겐가. 미련하게도.

◯ 야당정치인은 대화록 공개가 쿠데타라는 단어를 빌려 자기반발 의지를 과장한다. 용어의 정의도 모른 채 제 기분대로 지껄인 것 아닌가 싶다. 쿠데타야말로 ‘무력정변’이 아닌가. 단어공부가 부족한 인물들이 요용 남용하는 외래어가 불쌍하구나. 대화방법론까지 내세우며 보호본능을 발휘하는 건 그래도 인정스러운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일국의 우두머리가 낯간지럽게 살살이 노릇해가며 아양을 떨었다면 그건 역형(役刑)에 처할지고.

◯ 그게 행여 김정일의 역정이 두려워 한 행위라면 얼른 집어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로 내던져야 할 게 아닌가. 징그럽고 더럽고 구차해서 말이다. 동아일보가 1면 톱기사 헤드라인으로 내건「‘대통령의 직분’ 망각한 2007년 盧 발언」이 그걸 말해주고 있다. 김정일과의 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이 저지른 무책임 발언이 거기에 잘 예시되어 있잖나.

◯ NLL이 무슨 괴물처럼 건드리면 시끄럽고 헌법문제가 절대 아니라고 폄훼하기를 서슴지 않은 대한민국의 대통령 발언은 블랙 코미디인가. 아니면 이솝 이야기의 ‘사우어 그레이프스’란 말인가. 북의 핵개발을 옹호하느라 미국과 싸웠다니 이 또한 무슨 변고인가. 내 집에다 불덩이 던져달라고 애원했다는 것인가. 곰투가리 낯짝만도 못 한지고.

◯ 홀랑 벗겨 놓고 보니 모든 게 제대로 들어났다. 방송이 어설프게 편들어 긁어댄 게 너무나 엉터리였다는 게 훤히 보인다. 방송국들이라는 게 김정일 김정은의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앞세우고 선군정치꾼들의 무력시위장면을 내보내면서 어리석고 어정쩡하고 배만 불러서 살빼기 다이어트라는 거 하느라 분주한 대한민국 황색 파쿠샤 남녀돈씨를 위협하기 바쁘다. 허세 충만한 자료로 텔레비전 화면장식을 디자인하느라 애를 쓰고 있구나. 우리 대통령보다 더 크고 멋진 김정은 사진을 만드느라 힘도 꽤나 들게 아닌가. 고생 많으슈 그래.

◯ 정치꾼들의 무식은 천하일품요리보다 더 선호되고 더 화려하다. 방송이 그나마 가지치기하고 분칠을 해서 내보내는 그들의 말투는 꼴불견일 때가 잦다. 가령 1억5천만 원에 가까운 세비를 주는 국회의원 같은 경우 그들의 무지막지한 언어표현 때문에 그 돈이 정말 아깝다고 어느 예비역 장성이 한탄을 한다. NLL을 ‘포기’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미련을 떠니 더더욱 그렇잖은가. 방송은 의원님들 역정 내실까 겁나서 그럴 테고.

◯ ‘포기’는 ‘抛棄’, 'Waiving', 또는 ’abandonment'이다. 김정일이 “서해 북방군사분계선 경계선을 쌍방이 다 포기하는 법률적인 이런 거 하면 해상에서는 군대는 다 철수하고 . . .”라는 건방진 언급을 하기에 앞서 노 전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서 나는 위원장님하고 인식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NLL은 바꿔야합니다”라면서 평화체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던져 버리기’하겠다는 뜻이 아닌가. 김정일이 “그 옛날 선들 다 포기하자”고 의향을 묻자 “일거에 해결하기로 하고 실무협의를 해나가면” 자기 임기 중에 모든 게 다 치유된다고 대꾸했단다. 아이구야.

◯ 이런 판국에 회의록 공개를 한 타래에 묶어 박 대통령을 ‘연산군’이라고 빗대는 험구는 헌법기관소속 무식꾼의 ‘면제특권’ 남용이 너무 심하잖나. 아무리 특권을 가졌다고 해도 제 숙모 뭘 건드리고 반정을 당한 사람을 들먹여 몰아 칠 수 있는 건가. 증거가 있다 더냐고 목척교 위에서 동전을 구걸하는 늙은 거지도 투덜댄다. 그러니 개와 뭐가 똑같다는 넌센스 유머가 나오지 않을 소냐.

 

◯하기야 무뚝뚝하다는 경상도 사나아이가 저녁 밥상을 물리면서 내뱉는 “밥 묵었대이. 자자크만”이라는 말이 무엇을 형상화하는 것인지도 도시 알 턱없는 작자들이 너무 ‘무대포’를 쏘고 있다. 역정 내실까 두려워서 그러나. 아니다. 두 손 비비기 선수권자들이라 유권자들에게 노상 비벼댄 열 손가락 덕분에 특권층 인사가 되어서도 제 속을 차리지 못 하는 생태적 괴질 때문에 그런 게다. 그걸 똑바로 알 수 없는 게 생리본능이라 그렇다네요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