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년 전 영명학교 단체사진에 ‘유관순 열사’가?

-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충남인 100년 전 생활상’ 특별사진전 - 근대 충남도민의 삶 생생히 살아 있는 사진 120장 첫 공개 - 유관순 열사 영명학교 재학 1915년 여학생 단체사진 ‘주목’

2020-10-29     김경애 기자

 

근대기 충남도민의 삶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사진이 100여년 만에 처음으로 빛을 봤다.

이 사진들 중에는 공주 영명학교 재학 시절 유관순 열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포함된 사진도 있어 주목된다.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원장 박병희)은 28일 오후 2시 충남역사박물관에서 ‘충남인의 100년 전 생활상’ 특별 사진전을 개막했다.

다음 달 29일까지 여는 이번 특별전은 논산 출신으로 언론계에 몸 담았던 임연철 박사가 ‘이야기 사애리시’를 집필하며 지난해 미국 드루대 감리교 문서보관소 현지조사에서 다량의 충남 관련 사진자료 등을 발견함에 따라 기획했다.

사애리시 여사는 1900년부터 39년 간 공주를 비롯한 충남 지역에서 활동한 캐내다 출신 감리교 선교사로, 실제 이름은 앨리스 H. 샤프(1871∼1972)다.

사애리시 여사는 특히 천안 지역 선교 활동 중 유관순 열사를 만나, 유 열사를 영명학교에서 교육시킨 후 서울 이화학당으로 편입시킨 인물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전시 사진은 1900년대 초반 사애리시 여사를 비롯한 미국 선교사 등이 충남에서 활동하며 촬영한 사진 중 일부다.

임 박사가 드루대 자료 열람 중 휴대폰으로 재촬영한 사진과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드루대에서 직접 받은 원본 스캔 디지털 사진 등 120장으로, 대부분 이번 특별전을 통해 일반에 처음 공개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915년 7월 영명학교 여학생과 교사가 함께 찍은 사진이다.

1902년 천안에서 태어난 유 열사는 13세인 1914년 공주 영명학교에 입학한다.

유 열사는 2년 동안 영명학교를 다닌 후 1916년 이화학당 보통과 3학년에 편입한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이 사진 속에 유 열사가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이유로 촬영 시기가 유 열사의 영명학교 재학 시기와 겹친다는 점을 들었다.

사진 속에 유 열사의 영명학교 입학과 이화학당 편입을 추천한 사애리시 여사가 담겨 있는 점도 근거로 내놨다.

민정희 충남역사박물관 관장은 “1915년은 일반인이 사진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시기로, 학교의 이벤트와도 같았을 단체사진 촬영에는 전원이 참가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마침 이 해는 유 열사가 영명학교에 재학하던 때”라고 말했다.

또 “유 열사의 집은 천안으로, 영명학교는 인근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다녔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단체사진을 찍는 날 결석했을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박병희 원장은 “전문가를 통해 수형복 입은 유 열사의 얼굴과 사진 속 학생들 얼굴을 대조한 결과, 유 열사로 추정할 수 있는 인물이 있다는 답변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10대 중반에는 얼굴과 체형 변화가 크기 때문에 두 사진 비교만으로 특정 인물을 유관순 열사로 지목하고, 공개하기에는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추후 과학적인 비교 연구를 통해 유 열사를 찾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면, 미국 드루대에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연구진을 보내 유관순 열사 사진을 추가로 찾고, 근대 충남의 생활상을 연구하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