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시계

2021-01-07     이현경 시인

나무의 시계

            

              ㅡ이현경 /시인

이현경

숲을 열고 나온 나무
 

선명한 무늬로
커피숍 조명 아래 있다

 

생의 여정을 보듯 톱날에 잘린 살갗의 무늬

겉을 벗겨보면
아직 눈물이 남아있을까

초록의 탑이 멈추어버린 나무의 시계
아픔의 면적이 넓다

물을 부어도 푸르게 일어서지 못하고

숲으로 달려가고 싶었을 너는
길게 외로웠을 것이다

탁자와 나의 간격은 가까워지고
스며든다, 너에게

내 마음과 같아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손바닥의 온도로 교감하며
너의 거처에서 아픔을 어루만진다

차라리 세밀하게 보지 않았다면
이야기를 모으는 하나의 탁자였을 텐데

너는 끝나지 않은 물음표

과거에서
먼, 흙이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