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씨가 되는 아픔을 견디며

2021-02-27     세종tv
주종순수필가

말이 씨가 된다더니

사랑의 어원은 사람이든 사물이든 존재를 몹시 귀하게 여기고 아끼는 마음입니다.

사랑은 인간 마음속의 근원적인 감정이고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갖고 태어난 본능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돈 안 들이고 인심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사랑인 것입니다. 누구도 난 모르는 단어라고, 사랑은 안 해봤다고 부정한다면 완전 거짓말쟁이로 여겨질 겁니다. 사랑의 대상이 다를지언정 한시도 우리 곁에서 떠날 수 없는 것이 사랑이니까요.

우리는 사랑을 느낄 때 너도나도 갖고 있는 사랑을 나도 하는 거라 여기고 아쉽지 않은 하루하루를 사랑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가장 가까이 있었고, 제일로 내가 필요로 하고 돈 안들이고 했던 사랑에 대해 미련을 가장 많이 두는 것 같습니다.

이미 내 곁을 떠나가신 우리 부모님, 혹은 나의 형제, 내 사랑, 내 친구 .......등.

정말이지 사랑, 산소, 물, 햇빛 등, 돈 안 들이고 충분히 갖고 누리고 살던 그 많은 것들을 없어 봐야 느낌을 안다고나 할까요?

인색할 정도로 고맙다거나, 귀중하다거나, 생각도 없다가 어느 순간 문득 그중 꼭 되찾고 싶어도 놓을 수 밖에 없는 끈은 내 짝꿍과의 사랑이고, 내 부모님, 형제와의 사랑인듯 합니다 .

제가 살아오면서 내 중요한 형제 중 바로 아래 남동생을 잃고 나서 너무나도 안타까움과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며 살아오고 있지만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내 동생이라는 걸 느낄 때마다 잘해주지 못한 것이 한이 되더군요 .

 어릴 때 저의 남동생은 바로 아래 여동생과 싸움을 심할 정도로 하며 지냈습니다.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무슨 큰일도 아닌데 워낙 개구쟁이어서 그랬었구나 하고 느껴진답니다. 여동생과 장난하고 싸우다 잘 못 건드려 코피가 터진 걸 보고 저는 화가 많이 났었습니다. 순간 저는 언니로서, 누나로서 남동생이 막내 여동생을 때렸다 싶은 생각에 남동생을 빗자루로 막 때리며

"죽으라고 네가 문제라고" 그런 막말을 퍼부었던 생각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제 동생이 살아있다면 59살됩니다. 55년쯤 지난 어릴 적 내뱉었던 말이지만 동생이 저 세상으로 떠나고 나니 지금까지도 그 어릴 때 빗자루에 맞으면서 저항도 못했던 사랑하는 내 남동생을 생각하니 눈물이 마구 흐르고 죄책감을 느껴 ‘하나님 용서해주세요’라고 속으로 빌며 살아오고 있습니다,

내가 그렇게 사랑했던 동생인데, 그래서 동생에게도 잘못을 빕니다.

“잘못했다고, 누나가 나빴다고, 멍청이었다고,”

뒤늦게 깨달은 사실이지만 형제에 대한 제 사랑이 아주 강했던것 같습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던 것도 생각납니다.

제 남동생이 군대에가서 생활하던 중 부대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사고로 남동생이 손에 화상을 입었다는 겁니다. 부모님께서 면회를 다녀오셔서 하신 말씀이 “야외 막사 안에서 너무 춥고 배고파 라면 한 개 끓이다가 불이 붙자 상급자에게 추궁받을 죄책감 때문에 손으로 급히 불을 끄다가 화상을 심하게 입었다"는 겁니다.

그때도 저는 후회가 많이 밀려왔습니다. 아마도 저는 제 남동생이 제가 두 살 때 태어나 엄마젖을 뺏어 먹어서 많이 미워했는지 군대 가기 전에도 제 맘에 너무 안 든다 싶어서

"넌 군대 가서 상급자에게 많이 혼나고 추울 때 고생을 많이 해봐야 사람이 되겠다"고 대수릅지 않게 독설을 퍼부었는데 말이 씨가 된다더니 화상 입었다는 동생에게 너무 심하게 했다는 생각이 이렇게 긴 세월 동안 저를 용서하지 못하게 합니다 .

저의 남동생이 31살에 저 세상으로 떠나가고 남은 유품을 정리하다가 가죽장갑과 긴 가죽지갑을 보니, 너무나도 미워하고 싸웠던 어릴적 순간들이 바보같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더 힘들게 느껴졌던 것은 남동생이 군대에 가서 저에게 보내온 편지내용이었습니다.

16절지에 빼곡하게 적어내려온 글중에서

"누나가 군대가서 상사들에게 복종하고, 고생좀 해보고 너그러운 사람이 되라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는 말과 "누나 말씀 잘 새기며 지내고있다"는 말, 그리고, "전방이라 너무 추운데 선물로 보내주신 가죽장갑 잘 쓰고있다"는 말이었습니다.

31년이란 짧은 인연이었지만 제 가슴속에는 형제에 대한 아린 사랑과 생각없이 퍼부은 독설로 이 새벽에도 잠을 못 이루며, 이렇게 긴 세월 지나고도 생각이 많이 남아 글로 표현하고있습니다.

너무 짧게 맺어졌던 인연, 사랑하는 내 동생.

그곳에서 누나를 이해해주고 용서할 일 있으면 용서도 해주고, 고생도 하지말고, 철없이 내뺕은 바보같은 누나의 독설을 기억도 하지 말고, 좋은 기억만을 상기하며 남은 형제라도 행복하게 잘 살다 오라고, 고생은 조금만 하라고 기도해 다오.

사랑한다 내 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