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그 감성

2021-03-02     김요미/ 시인
김요미/

봄의 창문을 열면 순간 꽃향기가 내가 살던 고향집이 생각난다.

어렸을 적 봄이면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중심이 되어 온 가족이 앞뜰 꽃밭을 이루기 위해 이랑을 만들어 꽃씨를 뿌리고 꽃모종을 심고, 작약, 목단, 나리, 구근들이 다칠세라 조심 조심 잡초도 뽑고 봄 맞이를 했다.

집 둘레 울타리 가장자리에는 꽃분홍 치마 입은 복숭아꽃과 연분홍 살구꽃 향기가 앞뜰을 가득 메우고, 뒤뜰에는 청순한 자두꽃에 모여드는 꿀벌 윙윙소리가 향기와 어울려 가득하고, 우리 가족은 벌소리와 꽃향기에 취해 휴식을 즐겼던 어릴 적 추억이 생각나는 것이다.

나는 이처럼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꽃과 가까이서 사랑하며 자연과 함께 살아왔다.

그러다가 결혼해 도시로 이사와 결혼하고 아이 남매를 낳고 아이를 업고 다니며 꽃꽂이를 수강하게 되어 성전꽃꽂이를 아이들 유치원 때부터 시작하여 성전에 꽃을 꾸며 드리는 봉사도 하게 되었다.

어려서 꽃을 꺾어 병에 꽂았던 추억 때문인지는 몰라도 화병에 꽃힌 수채화와 한국화를 그려 전시회에 참여 하기도 했었다. 어려서 있었던 습관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이 자랄 때의 생활한 모습을 다시 흉내를 내며 사는 기분이 들었다.

시골생활과 자연이 그리워 지금도 뜰에 향기 가득 머무는 전원주택에 정원을 꾸미고 주말이면 어김없이 자연과 함께하는 농사도 짓고 정원에 온갖 유실수 심어 봄이면 화사한 봄 뜰을 선물 받고 있다.

제비 부부도 고향을 찿아와 초가지붕 처마에 지푸라기와 진흙 물어다 튼튼한 집을 짓고 새끼낳아 지지배배 먹이 구하다 먹이는 모습과 빨랫줄에 앉아 제비 가족 즐거운 노래를 즐겼는데 지금의 제비들은 보안을 위해 설치한 시시티비 위에 집 짓고 빨래줄이 없어서 그런지 앞뜰에서 오래 머물지 않고 맴돌다 쉽게 떠나는 것이 아쉽기만하다.

유실수나무 아래 뾰족이 얼굴을 내미는 머위 달래와 자생한 냉이를 바구니에 가득 채우고 바라보는 이와 물아일체가 되고, 이름 모를 새들도 찾아와 과일 열매 따먹으며 행복해 노래부른다.

아름다운 새소리 숨죽여 들으며 행여나 놀라서 날아갈세라 배불리 먹고 여기에 머물러라 너희가 마음 놓고 깃들 수 있는 정원을 크게 넓혀서 에덴동산처럼 아름다운 동산으로 꾸며 줄게 혼자 말로 중얼거려본다.

 불철주야 궁리하시고 풍족하게 즐거운 생활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시는 부모님, 자녀들이 한시라도 배고플세라, 그 옛날은 자급자족 해야만하는 가족 형편에서 이른 봄딸기부터 시작해서 살구, 복숭아, 자두, 수박, 여름 채소 과일인 포동포동한 토마토까지 풍성한 먹거리를 떨어질 틈없이 농사지어 우리에게 충분히 공급해 주셨다.

 밤이면 호롱불 아래서 책 읽어 주시고 엄마 말씀 잘 들어야 한다는 계모 이야기로 우리 7 남매가 동화책 얘기들으며 울면, 이야기 그만하신다고 하시면, 우리는 아버지께 이제 울지 않을게요 계속 얘기 해주세요. 그러면 아버지께서는 우리의 다짐받고 다시 이야기 시작하시지만 우린 또 다시 울고.

 친구들과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는 우정 이야기와 다른 유머스런 얘기는 너무웃어 배 아프다고 쉬었다가 하시고

복숭아 밭에서 의형제 맺은 유비 관우 장비 유비맏형의 제갈공명의 삼고초려 해서 책사로 모신 삼국지를 겨울 긴긴밤에 읊어주시고 어머니의 중간중간 어머니의 추임새 넣으시게 되면 아버지께서 기분 좋아 신이 나서 더욱 음율을 타며 낭독하시는 아버지.

어느 때는 자장가의 곡조로 읊으시어 우리 잠들게 하시는 그리운 친정아버지 이웃분들한테도 구성지게 낭독해주시는 아버지는 인기가 좋아 저녁이면 동네 사랑방에서 책읊퍼주시러가시는 일이 많았다. 어려서 어버지께서 책 읽어주시고 옛날 얘기 듣고 자란 잠제의식인지 내가 글을 쓰게된 것같다

지금 제 옆에 살아계신다면 문학생활하는 데 큰 역할을 하셨을 텐데 언제나 아버지 생각나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