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사주 명리학이나 배워라

2021-11-05     기 한(충남대학교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국제PEN 한국본부 고
윤기한

요즘 관상이나 사주를 보라고 한다. 특히 정치하려는 사람에게 그런 소리를 한다. 엉뚱한 말 같지만 그럴 듯하게 들린다. 오죽하면 그런 말이 나올까. 참으로 세상이 우습게 보인다. 세월이 엄청나게 바뀌어 가고 있는데 태평세월 쩍 생각에 빠져들고 있는 듯하다. 아니 그건 어쩌면 너무나 허튼 소리, 지나친 막말 그리고 내로남불이 득세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인 것 같다. 아무렴 제정신 아닌 사람이 너무나 많아져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코로나 질병이 창궐하기 때문인지도 알 수 없다. 어쨌거나 참으로 구질구질한 세태가 볼썽 사납기 그지없다.

 

차기 대통령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선보이는 대통령 후보들이 적잖다. 지금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일찌감치 후보를 세워놓았다. 이른바 대장동 게이트로 명성을 떨친 전 성남시장, 전 경기도 지사가 그 자리를 꿰찼다.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댔지만 문재인 대통령까지 대면 승인한 인물이다. 전략전술에서 선점공격을 수행한 셈이다. 국민들은 성남시라는 해괴한 마법도시를 만든 유령 도시설계자를 다음 대통령으로 지목해 놓은 것이 아닌가. 서둘러 그런 인물을 선정해서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를 재연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참에 국민의 힘에서 경선후보가 결정되었다는 친구의 전갈을 받았다. 어느 경선후보가 요란을 떨었을 만큼의 효험이 나오지 않은 모양이다. 얼핏 명리학에서 보는 사주팔자가 본인의 욕심을 충족시키지 않은 것 같다. 사람을 많이 접해본 사람은 상대방의 얼굴 모습만 보고도 뭔가 짚어내는 묘수가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이병철 회장이 면접장에 관상가를 참석시켰다는 말이 생각난다. 그만큼 인물을 고르는데 관상이라는 게 꽤 쓸모 있는 방법의 하나였었나 보다.

 

옛날 미국의 개척시대 영화, 이른바 카우보이 웨스턴무비에서 본 현상수배자의 초상화가 일러 주는바 인간의 생김새는 그 사람의 행도거지를 곧잘 나타내는 것이었다. 살인혐의로 거액의 현상금이 걸린 범법자의 그림은 한결같이 어딘가 일그러진 표정의 소유자였다. 온후한 생김새는 찾을 길이 없는 얼굴이 아니던가. 심지어 칼자국이 얼굴을 덮고 있는 경우도 흔했다. 괴상망측하기도 예사였고 흉물스런 눈초리는 마주하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서 으레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짐작할 수 있다고 옛 어른들이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흔히 왕위 장상 급에 속하는 인물들을 보면 우선 풍모에서 풍기는 인성이 호감을 갖게 해준다. 무엇보다 후덕한 성품이 들어나 있다. 모든 측면에서 풍성하고 풍만한 성격을 감지하게 된다. 그런 인물에게서는 그만큼 큰 그릇답게 포용력이 있다. 감싸고 도와주고 용서하는 아량도 있다. 타인의 존재를 인정할 줄 알고 그의 충언을 경청할 줄도 안다. 결코 오종종한 작태는 생각지도 생기지도 않는다. 너그럽고 크게 안아 들이는 수용의 지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언제나 명랑하고 쾌활하고 멋지다.

 

그러거늘 얼굴의 큰 흐름이 이상하리만큼 아래로 처져있거나 뭉뚝하면 크게 호감을 얻기 어려운 면상이라고 얘로부터 일러왔다. 이런 용모의 소유자가 대통령선거에 나서겠다고 발설을 하니 놀랍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하다. 미모의 영화배우와 같은 얼굴 생김새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혼한 말로 이목구비가 반듯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런데 그런 외형적 행색보다 더 필요한 건 얼굴이 지니고 있는 본연의 감각, 즉 관용, 포용. 덕성, 아량, 인정 등의

인성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는 언감생심에 불과한 허욕으로 끝나기 쉽다. 부디 인격과 인성이 겸비된 인간상을 소유한 인격자를 찾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