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언 망언 허언의 샐러드 볼

2021-11-25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국제PEN 한국본부 고문

어제 아침 신문(조선일보)의 광고 제목이 희한한 것이었다. “김정은 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더 싫어하는 자들은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고영주 변호사라는 분이 대표로 있는 자유민주당의 광고였다. 광고는 이어서 “전두환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좋다. 그러나 전면 부정하는 정치인들 그들은 누구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한 의구심에서 강조하는 말은 근간에 모 대선후보라는 사람이 지껄여 물의를 빚고 있는 내용과 엇비슷하다. “전두환 대통령은 집권과정에서 피를 흘렸지만 전문가 국정운영으로 경제번영을 이루었고 대통령 직선제로 이 나라의 민주화를 실현시킨 것도 사실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말인가.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

이른바 ‘광주학살’의 원흉으로 몰아붙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국가통치에서 그나마 하나의 조그마한 미덕으로 치부해 줄 수 있는 국정운영의 전문성 제고를 광고내용에서 엿볼 수 있다. 그 흔해 빠진 말 ‘끼리끼리’ 해먹는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말해주듯 전문성이 결여되었거나 아예 문외한이 정무를 좌지우지하는 양태가 국민을 경제적 도탄에 빠트리는 것이 아니냐고 아우성치는 현실을 질타해 마지않는다. “전문가를 활용한 국정운영으로 세계최고의 경제성장과 물가 안정 그리고 서울 올림픽 유치와 중국·러시아 등과의 수교에 의해 세계적 국가화에 이어 민주화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물러났다”고 광고는 밝히고 있다. 실언인가.

이런 광고의 내용과 문구는 아침밥을 먹기 전에 훑어보는 신문애독자들에게 어떤 독후감을 안겨줄 것인가? 그런 의문을 제기하고 꽤나 시간이 지났다. 다음 대선을 100여일 앞두고 이른바 거대 양당의 후보들이 제 나름의 선거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말재주를 부리는 행태를 버리지 못 하는 후보가 있는가 하면 멋없는 도리도리를 하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말을 하는 후보도 있다. 살아오며 자기도 모르게 몸에 배인 버릇이 괴이쩍게 보이는 것은 그다지 칭찬 받을 게 결코 아니다. 그건 되레 나쁜 버릇으로 여겨져 불쾌감을 갖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망언이 그래서 생긴다.  

게다가 괜한 소리를 해서 말썽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장동 들녘과 관련해서 한 푼도 먹은 게 없다고 너스레를 떠는 짓이야말로 바로 ‘말 재간쟁이’의 부질없는 허풍이 아니고 무언가. 어리석게 보이는 국민은 오히려 그런 문제에서 경험논적 추리력을 발휘한다. 아침에 정원 한 쪽 나무위에서 까치가 인사를 건넬 때 어른들은 하루의 복된 시작을 기대했다. 길조의 방문을 환영하면서 자연을 포용하는 지혜를 즐겼다. 그만큼 은근과 끈기를 지닌 우리 조상들의 자연 친화력은 아름다운 풍모를 과시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우리강토의 금수강산을 찬양해 마지않았다. 순응과 적응과 대응을 조화하는 슬기를 높이 샀던 것이다. 

그러건만 세상이 디지털로 무한발전을 수행하면서 되레 몰인정한 세태를 조성했다. 얼마나 어리석고 고약한 행동이 넘쳐나는가. 황금만능주의가 팽대하고 몇 백억, 몇 천억이 아이들 눈깔  사탕 값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조그만한 기업체의 퇴직금이 ‘50억 원’이라고 해서 어안이 벙벙해졌다는 사람이 늘어났다. 웬 걸 그게 국회의원 아버지 찬스에서 얻어진 ‘황금ㄸㅗㅇ덩어리’였다. 정말 ‘아더메치’깜이 아닐손가. 이게 허언일 것인가. 
그 호사스러운 작태야말로 구역질이 생길만큼 잔인한 모욕이고 능멸의 극점이 된다. 아무리 럭셔리하다고 한들 그건 정녕 거부해야할 가짜명품이나 진배없다. 징그러울 정도로 국민을 얕잡아본 ‘조국사태’도 아더메치인 건 두말 할 게 아니다. 그런 따위를 장관이네 뭐네 하고 세상을 시끄럽게 한 것은 어찌 ‘역사적 역차별’이 아니고 무언가. 국민을 우롱하는 작태를 이어가고 있는 현 정부의 온갖 처사가 말하는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갈라치기에 능숙한 작자들이 나라를 몇 동강이로 나눠버린 ‘정치 미숙아’, ‘행정 치매환자’들이여. 어서어서 서둘러 냉수 마시고 정신 차릴지어다. 내가 잘 났다고 우기지 말고 국민이 나보다 훨씬 똑똑하구나 하는 에티켓을 수용할지어다 부디. 말잔치 벌이지 말고 말꼬리 잡아당겨 국 사발 엎지르기도 하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