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거처

2023-08-02     이유진 기자
시인

 

고독한 거처 

 

시인/이현경

 

손수레에 차곡차곡 쌓여진 빈 박스

 

거리의 비애를 밟으며

고된 하루를 수거합니다

 

천 개의 바람은 지표에만 불고

층계에는 공허함만 오르내립니다

 

창밖에 빛을 주문해도

다 배달되지 않는 반지하 방에서

 

고독과 고독 사이에 내려앉은 긴 외로움

 

할머니 동그라미 속에

아직도 살고 있을 영화 같은 시간들

 

할머니는 어떤 봄이 피었다 졌을까

 

나에게 마음 하나 더 있다면

잃어버린 미소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할머니의 고독이 내 것처럼

오늘도 가슴에 잠깐 머물다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