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대선 불출마’ 선언…“백의종군 마중물 역할”
“국민이 보수에 국정 책임질 기회 주셔야” “한덕수, 스스로 의지로 임해줄 것 기대”
【동방일보】 신현성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국민이 다시 보수에 국정을 책임질 기회를 주시려면 책임 있는 사람의 결단이 절실한 때"라며 21대 대통령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이 진심으로 '보수가 새롭게 태어났다, 기대할 수 있겠다'고 체감할 수 있다면 미약하게나마 제 한 몸 기꺼이 비켜드리고 승리의 길을 열어드려야겠다고 결심했다"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 여러분, 지난 몇 달간 나라 안팎의 사정에 얼마나 걱정이 많으셨나"라며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탄핵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함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국정이 중단되고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 통렬히 반성하며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우리 당 누구도 윤석열 정부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 나눠 가져야 할 부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보수정치는 국민 여러분께 대안이 되기는커녕 짐이자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며 "국민께 다시 신뢰를 받는 보수로 환골탈태하는 것만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고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길"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대통령 탄핵이 선고되고 조기 대선이 현실화한 무렵부터, 무거운 돌덩이를 가슴에 얹은 마음으로 몇날 며칠간 밤잠을 이루지 못한 채 고민을 거듭했다"며 "과연 지금이 시장직을 중도에 내려놓을 가능성까지 열어둔 채로 나서야 할 때인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믿고 의지하는 보수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어떤 역할이라도 감수하겠다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하지만 국민이 진심으로 '보수가 새롭게 태어났다, 기대할 수 있겠다'고 체감할 수 있다면 미약하게나마 제 한 몸 기꺼이 비켜드리고 승리의 길을 열어드려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오만이 횡행해 우리 정치가 비정상이 됐는데, 평생 정치 개혁을 외쳐온 저마저 같은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저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백의종군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에게 추진력은 물론 중요한 덕목이지만, 멈춰야 할 때는 멈추는 용기도 필요하다"며 "비록 저는 출마의 기회를 내려놓지만, 당과 후보들에게는 딱 한 가지만 요청드린다. '다시 성장'과 더불어 '약자와의 동행'을 대선의 핵심 어젠다로 내걸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대통령직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해서 저의 역할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러한 저의 비전과 함께 해주시는 후보는 마음을 다하여 도와 정권 재창출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초 오 시장은 오는 13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었다.
오 시장은 이른바 '한덕수 차출론'과 관련해서는 "제가 깊이 존경할 정도로 많은 국민 여러분이 높은 평가를 하시는 분"이라며 "총리께서 스스로의 결단과 의지로 임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