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은 젊은이들이 결혼해 정착하는 혼인율 1위 도시  

-젊은층 양질의 일자리 증가, 대전시의 결혼정책 영향 등 힘입어 작년 혼인율 1위 도시 등극

2025-05-12     황대혁 기자

[세종TV] 황대혁기자] 대전에서 중소기업을 다니는 방모(36)씨는 지난해 베필을 만나 결혼식을 올리고 가정을 꾸리게 됐다. 더 이상 결혼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직장여성 김모(32)씨는 오랜 기간 사귀어 온 남성과 금년 봄에 웨딩 마치를 올리고 대전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달콤한 신혼생활에 들어갔다.  

대전시가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혼인율 1위 광역지자체로 등극해 혼인과 출생율 저하의 대한민국에 이 분야 위기극복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2023년까지 9년 연속 혼인율 1위 광역지자체였던 세종시를 제친 결과다. 세종시는 2위로 밀려났다.

대전시의 이같은 결과는 유망기업들을 유치해 청년층 일자리를 늘린 데다 결혼 장려금 등 지방정부 차원의 적극적 결혼 지원책이 일정부분 효과를 준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의 인구 동향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대전시의 일반 혼인율(남녀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은 남성 12.6건, 여성 12.4건으로 2023년보다 각각 4.3건씩 증가했다. 남녀 모두 전국 17개 시도 중에선 1위로 집계됐다.

2015년부터 1위 자리를 고수해 왔던 세종시는 2024년엔 남성 11.7건, 여성 11.5건으로 2위 로 밀렸다. 남성 3위는 서울(10.5건), 여성 3위는 경기(10.5건)였다.

대전시의 이같은 약진은 대한민국의 인구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90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혼인율 1위를 차지한 지역은 주로 대기업이 많은 서울 또는 경기, 울산이었다.

그 뒤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가 탄생하면서 2015년부터 9년 연속 남녀를 통틀어 세종시가 혼인율 1위 지역을 고수했다.

행정수도 완성 로드맵에 따라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이 잇따라 세종시로 옮겨 오면서 안정적 직업인 공무원수가 늘어났고 전국에서 세종시로의 전입자도 증가하면서 세종시의 혼인율이 상승한 결과다.

이에 세종시는 출생률 증가로 상대적으로 타 도시에 비해 젊은 층과 어린이들이 많은 도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지난해 큰 변화가 일어났다. 대전시의 혼인 건수가 급증하면서 혼인율 1위 도시가 자리 바꿈하게 된 것이다.

작년 대전의 혼인 건수는 7986건으로 1년 전보다 53.2%나 확연하게 증가했다. 증가 폭이 전국 평균(14.8%)의 3.6배에 달할 정도로 괄목할 수준이다.

대전시가 혼인율 1위 도시로 떠오른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젊은 층 일자리 증가가 단연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전시는 이장우 시장 취임 후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노력해  머크·SK온·LIG넥스원 등 대기업 유치에 성공했다.

여기에 이장우 시장의 정치력에 힘입어 정부기관인 방위사업청의 대전 이전을 확정했으며 각종 공공기관 연수원 등을 대전에 유치했다.  

이는 젊은 층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기여했으며 그 결과 20·30대 청년층 인구 증가를 이끄는데 한 몫했다는 평가다.

대전시가 추진해 온 다양한 인구정책도 혼인율 1위 도시 달성의 요인 중 하나다.

최대 500만원 결혼 장려금 일시불 지원시책 등이 대표적이다. 대전시는 2024년 1월 1일 이후 혼인신고를 한 19~39세 남녀에게 결혼 장려금 500만원을 일시불로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결혼식을 올리고도 혼인신고를 미루던 남녀들이 이 장려금 때문에 뒤늦게 혼인신고를 하면서 다른 지역보다 빠른 속도로 혼인율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다른 지자체는 3~5년에 나눠서 주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대전시는 한꺼번에 지급해 주다 보니 반응이 좋은 편이다. 매월 1000~1300건의 신청이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임대주택인 대전형 청년주택의 보급 확대도 혼인율 급증에 일조하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대전형 청년주택인 ’다가온‘주택을 대전시 공기업인 대전도시공사를 통해 건립 보급해오고 있다. 유성구 구암동과 대덕구 신탄진동 등에 보급을 추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대전시는 그동안 ‘노잼도시’(즐길거리 없는 재미없는 도시)‘로 각인돼 있었다.

그런 대전의 도시 이미지가 ‘즐잼도시’(즐길거리 많은 재미있는 도시)로 바뀌게 된 것도 혼인율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전국구 빵집인 성심당이 젊은이들이 찾는 대전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떠오르면서 젊은이들에게 ‘대전은=성심당’으로 통하는 젊은 도시로의 이미지 탈바꿈도 결혼문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젊은도시로 변모한 대전에 혼인을 통해 대전에 정착하고픈 수요층을 불러오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리고 대전시가 추진하는 대전 관광지 개발 가시화도 젊은층의 결혼문화 욕구를 끌어 올렸다는 평가다.

원도심 칼국수 맛집 탐방과 대청호 오백리길, 계족산 맨발체험, 소제동 카페거리, 대동 하늘공원, 장태산 휴양림, 보문산 술체험 등 관광지에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결혼문화도 앞당기고 있다는 것이다.  

대전시가 도시마케팅으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대전 빵 축제’ 같은 차별화된 이벤트도 젊은 층 인구 유입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도권과 여타 도시보다 저렴한 집값도 청년층과 신혼부부가 덩달아 늘어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25년 3월 기준 대전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3억7367만원으로 세종(5억2625만원), 경기(5억5493만원)의 67~71% 수준을 보였다. 집값이나 도시 혼잡도 등 거주안정성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이 서울이나 다른 대도시보다 우수한 점이 혼인율 증가에도 큰 몫했다..

대전의 교통인프라와 문화시설이 수도권에 밀리지 않고 산과 하천,호수 등이 대전 도심의 주변에 위치해 있어 대전시민은 물론이고 외지 전입자들에게 만족한 도시생활을 영위해 주고 있는 점도 장점으로 부각된다.

여유로운 도시생활과 드세지 않은 점 때문에 대전에 둥지를 트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 리얼미터가 매달 조사해 발표하는 자연환경, 교통 편의 등 주민 생활 만족도 평가 결과를 보면, 대전시는 2024년 12개월 중 6개월(2·3·4·5·10·12월) 1위를 차지했다. 2025년 1월 조사에서도 서울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대전시가 갖춘 이같은 도시 경쟁력이 혼인율 1위의 도시로 성장하는 데도 한 몫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