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칼럼] 권력은 잠시지만, 충의는 천추에 남는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

2025-09-16     김명수
김명수한국노동경제연구원

【SJB세종TV=김명수 칼럼】 

지난 여름 뜨거운 햇살 아래 백일홍(百日紅, 배롱나무 꽃)이 만발하였다. 붉디붉은 꽃이 한여름 내내 피고 지며, 짧지 않은 백일을 버텨내는 모습이 참으로 가상하고 인상 깊다. 그러나 아무리 오래 피어 있어도 결국 계절이 바뀌면 꽃잎은 떨어지고 만다. 이 자연의 이치 속에서 우리는 역사의 교훈을 떠올린다.

 

조선 초기, 충절의 상징으로 남은 사육신(死六臣) 중 한 사람, 성삼문(1418~1456). 그는 단종을 보위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과 가문 전체를 내던졌다. 권력욕에 사로잡혀 조카를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수양대군(세조)의 자리는 결국 영원하지 않았다. 그 뒤 왕조는 숱한 내홍과 변화를 거듭했고, 정권의 주인은 시대마다 바뀌었다. 꽃이 지듯, 권력도 끝내 무상한 것이다.

 

성삼문이 남긴 절명시는 지금도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린다.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봉래산 제일봉의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꺾이지 않은 충절은, 권력보다 정의와 도리가 더 숭고하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그 숭고한 정신은 세월을 넘어 오늘날에도 살아 숨 쉬고 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다. 아무리 화려한 꽃이라도 열흘 붉은 법이 없고,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다. 아무리 강력한 권력도 십 년을 넘기기 어렵다. 권력의 자리는 영원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충성과 의리는 천년을 간다. 성삼문과 사육신이 남긴 이름은 권력자의 이름보다 길게, 깊게 후대에 전해지고 있지 않은가.

 

오늘날의 정치 현실을 바라보면 안타까움이 크다. 정의로운 사명감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권력 다툼에 몰두하는 모습이 마치 ‘내가 살아야 네가 죽는다’는 정글의 법칙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역사가 늘 증명했듯, 권력욕에 집착한 자의 말로는 허망하다. 오히려 스스로의 신념과 원칙을 지킨 사람만이 진정한 이름을 남긴다.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내일 세상이 멸망할지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권력은 사라지지만, 사명감과 진실한 가치, 그리고 인간다운 도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백일홍이 만발하는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듯, 권력은 덧없이 사라지고 정의는 다시금 꽃을 피운다.

 

지금 이 땅의 정치인들이여, 화무십일홍 권불십년의 교훈을 깊이 새기길 바란다. 권력은 잠시지만, 충의는 천추에 남는다는 것을.

 

 

<김명수 주필 소개>

김명수는 대한민국이 선진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자산 1,000조 원 규모의 메가뱅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지난 2008년 KDB산업은행 노조위원장 재직 당시 은행 내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산업은행을 CIB(민영은행)와 KOFC(정책금융공사)로 분리해 민영화를 추진하려 했지만, 대내외적인 여건의 미성숙으로 좌절된 바 있다.

현재 한국노동경제연구원 원장으로 활약하며 노동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법학박사로서 최근 저술한 <노동정책의 배신>, <금융정책의 배신>, <선도국가>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103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또한, 한국중소벤처포럼 이사장, HQ인베스트먼트 회장을 역임하는 등 풍부한 금융 현장 경험을 갖춘 금융 전문가이며, (주)퓨텍을 직접 경영했던 전문경영인이기도 하다.

현재는 제4차 산업혁명 및 AI 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KLA 코리아 리더스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