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자의 향연을 거두며 ...
【SJB세종TV=김명수 칼럼】 정치나 시민단체라 불리는 여의도의 집단 속에 가보면, 가끔은 한 사람의 태도에서 세상의 민낯을 보게 된다. 지식과 역량이 오롯이 자기만의 것인 양 뽐내고, 타인은 손톱 밑 때만큼도 여기지 않으며 거들먹거리는 자가 있다. 그 앞에서 나는 쓴웃음을 삼키며, 옛말 “정구죽천(井口竹泉)” ― 우물 입구의 대나무 물길처럼 작은 그릇으로 큰 세상을 재단하는 좁은 시야 ― 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말끝마다 자기 학력과 타인의 학력을 들먹이며, “가방끈” 없이는 대화가 성립하지 않는 듯 군다. 그러나 세상에 ‘멀티맨’은 없다. 각자의 그릇과 역할이 있을 뿐이다. 오히려 진정한 배움은 앞서간 이들의 연구에 귀 기울이고, 선행자의 길에서 겸허히 자문을 구하는 태도 속에서 자란다.
문제는, 어디서든 말이 많은 이들일수록 내실은 빈약하다는 데 있다. 건방짐이 글의 품격을 꺾고, 부제가 지닌 의미조차 제멋대로 잘라버리며, 공동의 장을 사적 이익으로 채색한다. 특권을 폐지하자 외치면서 정작 자기 특권은 굳게 움켜쥔 채, 남의 글에는 극존칭을 덧칠하고 용비어천가까지 불러대는 모순. 그 모습은 운동의 본뜻을 무너뜨리는 것이요, 결국 스스로가 도태의 길을 자청하는 일이다.
세상사, 사람됨의 기본은 언행일치다. 말과 행동이 다르면서 고고한 척, 자신만이 최고인 척, 모든 것을 다 아는 척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 진리에 대한 죄악’에 다름 아니다. 진정한 인물은 겸허히 상대를 인정할 줄 알고, 말폭탄의 쓰나미가 아니라 경청의 침묵으로 더 큰 울림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들끓는 자의 향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보여주기식 권위가 아니라, 성실한 내실과 타인을 존중하는 품성이 우리 공동체를 지탱한다. 겸손이 없는 지식은 오만일 뿐이고, 존중이 없는 권력은 흡혈귀의 탐욕일 뿐이다.
이제 우리 모두가 다시 묻자. 나는 과연 ‘들끓는 자’인가, 아니면 ‘곱게 익어가는 자’인가? 그 답변 속에서, 진정한 변화의 씨앗은 움튼다.
<김명수 주필 소개>
김명수는 대한민국이 선진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자산 1,000조 원 규모의 메가뱅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지난 2008년 KDB산업은행 노조위원장 재직 당시 은행 내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산업은행을 CIB(민영은행)와 KOFC(정책금융공사)로 분리해 민영화를 추진하려 했지만, 대내외적인 여건의 미성숙으로 좌절된 바 있다.
현재 한국노동경제연구원 원장으로 활약하며 노동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법학박사로서 최근 저술한 <노동정책의 배신>, <금융정책의 배신>, <선도국가>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103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또한, 한국중소벤처포럼 이사장, HQ인베스트먼트 회장을 역임하는 등 풍부한 금융 현장 경험을 갖춘 금융 전문가이며, (주)퓨텍을 직접 경영했던 전문경영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