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 군과 이해서 양의 결혼식을 위한 신부측 축사
김용복의 국어나라
안녕하세요. 이해서 양의 언니 이해인입니다.
족보상으로는 제가 언니이긴 한데요, 제가 예술을 업으로 삼으면서 장녀의 의무를 다하기가 어려워져서요. 현재는 동생에게 장녀로서의 모든 권리와 책임을 물려준 상태이긴 한데 그래도 아직까진 족보상 언니인지라 이 자리에 이렇게 서게 됐습니다.
작년에 처음 동생이 성민군과 결혼하겠단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처음엔 제 눈엔 마냥 어린애같은 동생인지라 걱정도 많고 잔소리도 많았었는데요. 하지만 어느새 저보다 더 성숙해진, 단단하고 선한 어른이 된 해서를 보며 제 걱정이 기우였단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또 우리 신랑 성민 군이 워낙 좋은 사람이잖아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정말 많이 신뢰가 가더라구요. 특히 해서가 식탐을 이기지 못하고 사이드 음식을 하나 더 시키려고 할 때 마다 한번만 더 생각해보자고, 한입 더 먹으면 배부를 수 있다고 설득하는 성민군을 보며 해서가 신랑 참 잘 만났다, 제 짝을 찾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서랑 저는 참 친구같은 자매입니다. 같이 자라고, 같이 살면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그 누구보다 제 삶에서 가장 친한 제 베프입니다. 처음엔 제 동생을 누군가에게 뺏기는 것 같아 동생이 결혼하는 게 싫었지만 자연스럽게 우리 가족이 된 성민군을 보며 결혼은 단절이 아닌 새로운 확장이란 것을 알게됐습니다. 우리의 가족이 된 성민군에게 고맙고, 성민군과 함께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해서양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저는 아직 제가 어른이라 생각하지 않아서 크게 해 줄 말은 없습니다. 그저 두 사람을 언제나, 아무 조건 없이 응원하고 지지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제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7년 전에 동생을 위해 쓴 시를 낭송하며 축사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 제 동생은 19살 저는 22살이었습니다. 당시 해서는 지망했던 1순위 대학에서 떨어지고 매일같이 울고 좌절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동생을 보며 쓴 시입니다.
내 동생 해서야
내 세상이 너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내 영혼과 몸을 내어서라도 너를 지킬 것이라는
이유없이 존재하는 그런 믿음이 있다.
세상이 널 모질게 괴롭히고
모든 게 네 탓 같고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느껴질 때
이유를 막론하고 너의 편에 내가 있다는 걸
널 고통스럽게 하는 모진 풍파를 내 손으로 막아내고
수많은 회초리와 상처를 내 등으로 받아낼 거야
네가 어떤 길을 가든 나는 너와 함께할 거고
네가 걷는 길에 의심따윈 없을 거야
내 세계에서 너는 언제나 반짝반짝 빛나고 있단다
낮이고 밤이고 새벽이고 앞으로 언제나
태양의 불꽃을 지닌 내 아우야
네가 한없이 소중해서
끝없는 믿음, 내 삶의 이유
오늘 이렇게 적는다
바쁘신 연말에 이렇게 시간내어 결혼식장을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