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커피

2014-09-12     세종TV

5년 전, 아들이 원하는 일이기에 국제결혼이라는 것을 시켰다. 있는 돈 없는 돈 긁어모아 결혼을 시켰고 며느리를 얻어 단란한 가정을 꾸려나갔다. 경사스럽게도 쌍둥이 남매 손자손녀를 얻었다.

너무도 기쁘고 사랑스럽고 즐겁고 행복했다. 그렇지만 그 행복은 길지 않았다.

5년 전, 00에서 온 며느리가 손녀를 데리고 친정으로 들어가서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으면서 요구하는 것은 오직 돈.

1년 전, 아들이 처가 나라 처갓집에 가서 아내를 데려오려고 했지만 이때도 요구하는 것은 돈뿐.

장애를 가진 몸으로 아내와 딸을 찾으러 먼 나라로 갔던 아들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혼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며느리라면 치가 떨립니다. 고마워요. 이렇게 누군가를 붙잡고 가슴에 쌓인 한을 털어놓으니 조금은 가슴이 가벼워지네요. 고맙습니다.”

할머니의 뜨거웠던 커피는 온기를 잃어가고 있었지만 굳어있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스며들고 있었다.

싹수가 없다싶어 이혼수속을 밟는데 그것마저도 쉽지 않다고, 오죽하면 돈 주고 사온 며느리와 이혼시키겠다고 하겠냐고, 가슴이 숯검정이어, 라고 하소연하던 할머니는 돌아갔고 그로부터 한 달 후에 다시 물건을 가져가려고 오셨을 땐 얼굴이 그때보다 한결 평화스러워보였다.

그렇다.

푸드마켓은 물품만을 전달하는 게 아니고 응어리진 가슴을 풀어내고 정을 나누는 사랑방이며 인생의 희노애락이 오고가는 곳이다. 저렇게 힘없는 노인에게 희망을 줄 수는 없을까? 언제쯤 저 할머니 얼굴에서 근심을 걷어낼 수 있을까?

할머니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날이 언제 올까? 우리민족은 서로가 서로를 감싸고 달래는 민족인데…….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큰소리로 외치고 싶다.

우리는 본래가 이웃사촌이고 이웃끼리 어울리고 감싸고 다독이며 얼싸안고 살아온 민족 아닌가?

가난한 이웃들에게 쌀 한 톨, 라면 하나, 노인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믹스커피 하나라도 기부하며 오순도순 살아가는 것이 우리 삶의 보람이 아닌가?

그런 날이 지속되기를 간절히…….

“안녕히 가세요. 건강하세요. 할머니께서 건강하셔야 할아버지와 아드님 그리고 손자가 행복해요.”

구부러진 할머니의 뒷모습을 한동안 쳐다보았다. 한 달에 한 번씩 할머니가 들고 가시는 시장바구니만이라도 가득 채워주고 싶은데…….

가슴이 애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