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이른바 '철 3인방'을 비롯한 친노(친노무현) 참모진이 대거 퇴진했다.
문 후보 선대위 김용익 공감 2본부장과 박남춘 특보단 부단장, 윤후덕 후보 비서실 부실장, 전해철 기획본부 부본부장, 이호철 후보 후원회 운영위원, 정태호 전략기획실장, 소문상 비서실 정무행정팀장, 양정철 메시지팀장, 윤건영 일정기획팀장 등 9명은 21일 "문재인 승리의 노둣돌이 되겠다"며 선대위 모든 직을 내려놓고 백의종군할 것임을 선언했다. 이 가운데 전해절 부본부장, 이호철 운영위원, 양정철 메시지팀장은 친노 참모그룹 가운데서도 핵심으로 통하며 '3철' 또는 '철 3인방'으로 불렸다.
이들은 각각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사회정책수석, 인사수석, 민정수석, 국정상황실장, 대변인, 정무기획·홍보기획·정무기획·정책조정 비서관 등을 지낸 친노 참모그룹이다.
이들은 이날 낸 성명에서 "저희들의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선대위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며 "한 사람의 의원, 한 사람의 시민으로 돌아가 이름도 직책도 없이 뒤에서 오로지 문 후보의 승리만을 위해 뛰려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백의종군 선언은 문 후보 선대위가 친노 그룹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고 민주당내 친노와 비노(비노무현) 세력간 갈등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향후 문 후보 캠프의 전열 재정비 및 당의 통합과 총력태세 구축에 효과를 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친노 그룹의 자진 사퇴는 그동안 당내에서 제기돼 온 친노 지도부의 2선 후퇴, 이해찬 대표-박지원 원내대표(이른바 이-박 연대)에 대한 부정적 시간, 부패 연루 정치인에 대한 자세 등 당 인적 쇄신을 둘러싼 논의를 다시 격발시킬 것으로 보여 그 논의 향배도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이날 퇴진한 친노 참모그룹은 "언제부터인가 친노는, 민주당에서조차 낙인이 돼 버렸다"며 "노무현 대통령을 모셨고, 참여정부에 몸담았던 사실을 한 번도 부끄러워해 본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낙인이 명예든 멍에든,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귀를 막고 입을 닫고 노심초사해야만 했다"며 "이유는 '문재인 후보에게 부담이 되진 않을까'하는 것이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들은 "그럴수록 더 낮추고 더 뛰었고 마음을 비우고 '하는 데 까지만 해 보자'고 생각해 왔지만 이제 그 때가 온 것 같다"며 "다른 분들보다 불과 몇 달 먼저, 문 후보의 자원봉사자를 자임했던 것에 불과하지만 존재 자체가 어떤 분들에게 부담이 된다면 기꺼이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자신들이 전면에 나선 것으로 인해 그동안 용광로 선대위의 의미가 퇴색되고 친노 세력이 선대위를 장악했다는 시각이 제기되어 온 것을 의식한 듯 "화합에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흔쾌히 비켜서고자 한다"며 "이런 현실이 비감하다. 하지만, 그것조차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저희들의 퇴진을 계기로, 제발 더 이상 친노-비노로 가르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며 "더 이상 계보나 계파를 가르는 일이 없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들은 또 "누구는 빼고 누구는 안 되고 하는 소모적 논란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부디 하나가 돼, 정권교체 용광로 안에서 모두 혼연일체가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당 안팎에서는 이들 친노 참모그룹이 선대위 산하 민주캠프 비서실의 핵심역할을 해오면서 용광로 선대위 구성을 통해 탈(脫) 계파를 하겠다는 문 후보의 의지가 퇴색했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한편, 지난 20일 막을 내린 선대위 산하 시민캠프에서 마련한 정치혁신토론회에서는 "그동안 민주당 대표가 한명숙 전 대표, 문성근 전 대표 권한대행, 이해찬 대표로 이어졌다"며 "세분 모두 국민이 볼 때는 이른바 친노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지적들이 제기됐다.
토론회에서 참석한 조대엽 고려대 교수는 이 같이 지적한 뒤 "현재의 민주당이 당면한 과제는 호남표를 어떻게 확장시키는가의 문제"라며 "그런 측면에서 중요한 것은 인적 쇄신, 공천제도 개혁이 현재 취해야 할 액션"이라고 조언해 선대위 산하 미래캠프 내에 구성될 새 정치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친노 지도부의 2선 퇴진 논의가 본격화 될 지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