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 그릇
이경옥/미술심리상담사
나는 유달리 찬통 그릇을 좋아했다.어릴적 소풍을 가든지 가을 운동회를 하는 날이면 양은그릇의 찬통에다 찰밥에는 밤이며, 대추, 팥, 수수 등 다양한 잡곡들을 듬뿍 넣었고, 또 다른 그릇에는 겉절이와 밑반찬을 양은 찬통 속에 나란히 싸 주셨던 엄마의 따뜻한 사랑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소풍 때에는 까만 김 위에 계란지단과 빨간 당근 노오란 단무지로 한껏 이쁘게 김밥을 말아서 도시락에 넣어 가지고 갔다. 찬통 속의 행복한 추억이 담겨있어서 그런지 나는 유달리 찬통 그릇을 좋아한다.
백화점에서 사은행사의 우편물 홍보 책자가 오면 다양한 사은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연 나는 덤으로 준다는 찬통 그릇으로 마음이 끌린다.내가 찬통 그릇을 좋아하는 한 가지 이유가 또 있다. 근거리도 아닌 서천에 있는 시아버님의 산소를 자주 가는 남편을 위해 도시락을 싸야 하기 때문이다. 이 그릇 저 그릇 예쁜 그릇들만 골라 정성을 다해 반찬을 장만했다.
찬통 그릇에 무엇을, 어떤 걸 담느냐에 따라서 찬통 그릇의 쓰임새는 달라진다. 사람도 마찬 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부패하고 부정적인 것으로 꽈 차있다면 그 마음 그릇에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꽉 차 있을 것이다.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우리의 마음 그릇에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을 우리 모두의 마음그릇에 지니고 살아간다면 살기 좋은 인간관계가 형성 되리라 본다.
그릇 이야기를 하다 보니 큰 스님의 가르침이 생각난다.
『큰 스님에게는 늘 불평만 하는 젊은 스님이 있었다. 그래서 제자를 불러 소금을 한 줌 가져오라고 하시더니 소금을 물컵에 넣고 맛을 보게 했다.
"맛이 어떠냐?"
"짭니다~~"
“그래?"
큰 스님은 다시 소금 한 줌을 가져오라 하시더니 근처 옹달샘으로 제자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는 소금을 옹달샘에 넣고 맛을 보게 했다.
"맛이 어떠나?"
"시원 합니다."
"소금 맛이 느껴지느냐?"
"아니요...."
그러자 큰 스님이 말했다
"인생의 고통은 순수한 소금과 같다. 하지만 짠맛의 정도는 고통을 담는 그릇에 따라 달라지지...지금 내가 고통 속에 있다면 컵이 되지 말고 샘이 되려고 노력해라. 그늘이 넓은 나무 밑엔 새들이 모이고, 가슴이 넓은 사람 밑에는 사람들이 모인다.“
이 가을.
전국에서는 이런저런 축제로 인파가 몰린다.
나라가 온통 김정은의 핵실험으로 시끄러운데 축제라니?
찬통을 바라보며 내 생각의 그릇이 작아서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2017년 10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