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일명 의원재량사업비) 삭감에 반발하며 도의회가 추가경정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나선 가운데 민생예산까지 포함된 것으로 파악돼 누구를 위한 의회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됐다. 또 이로인한 주민불편과 집단민원도 우려되고 있다.
충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지난 22일 도 소관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계수조정에서 제출된 예산안 1010억 원 가운데 204억 원을 삭감하는 등 도의 조치에 대해 다분히 보복적 성격의 예산 삭감안을 처리했다. 9대 도의회 개원 이후 역대 예산 심의 결과와 비교해도 이번 조치는 도가 예산을 방만하게 편성했다는 의혹을 불러 일으키기 보다는 깎을 수 있는 예산은 모두 깎겠다는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23일까지 각 상임위원회의 삭감 내용을 보면 도의회가 예산 삭감 이유로 밝히고 있는 ‘불요불급한 예산’과 거리가 먼 예산도 다수 포함돼 있다.
지난 22일 문복위가 처리한 삭감 내역을 보면 ‘제58회 백제문화제 지원(10억 원)’ 등 행사 지원성 예산도 있지만 ▲경로당 신축 및 증축(7000만 원) ▲노인복지관 개보수(2억 2300만 원) ▲아동복지시설 운영비 지원(1억 2737만 3000원) ▲장애인 생활시설 26개소 운영비(16억 7000만 원) 등 도민 복지문제와 직결된 예산이 전액 삭감돼 논란을 예고했다.
23일 예산 심사를 마친 행정자치위원회와 농수산경제위원회 삭감 내용도 마찬가지다. 제출된 294억 원의 추경예산안 중 160억 8275만 원을 삭감해 57.4%의 삭감률을 보인 농경위는 초·중학생 무상급식지원비 183억 2213만 8000원 중 9억 9273만 7000원과 학교급식센터 전일 배송실시학교 급식시설 지원비 5000만 원을 삭감하는 등 학교 급식 관련 예산과 더불어 농축산 농가와 관련된 예산을 대거 삭감했다.
행정기관을 소관해 주민 생활과 직접적 관계가 비교적 먼 행정자치위원회는 이번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 삭감 사태에 대한 감정적인 삭감 조치가 눈에 띄었다. 1079억 원으로 가장 많은 추경예산안을 심사했던 행정자치위원회는 이날 237억 3144만 원(삭감률 22%)을 삭감키로 했다.
행자위는 도가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 대신 사업반영을 제안해 논란이 됐던 시책추진보전금 정산액 82억 5700만 원 전액을 삭감했고, 도청 이전 사업과 관련한 예산을 대거 삭감하는 등 도 자체 추진 사업에 대해 대대적으로 칼날을 들이댔다.
이런 사상 초유의 예산 삭감 사태를 맞은 도 당국은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문복위의 대량 삭감 조치와 관련 23일 도 관계자는 “도민의 복지와 직결되는 국비보조사업인 노인· 아동·장애인·보건 복지 예산 대부분 삭감됐는데 이런 사업이 어떻게 선심성이고 불요불급한 사업이라 할 수 있겠냐”며 “도의회 문복위의 추경예산안 심의결과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도내 장애인 유관 단체들도 23일 장애인 시설 운영비 등 예산 삭감 조치와 관련 도의회에 항의방문을 하는 등 주민들의 반발 기류도 감지되고 있어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날로 각 상임위원회별 1차 심사를 마친 도의 제1회 추경예산안은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 간 열리는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에 돌입한다. 이에 따라 각 상임위가 대량 삭감한 추경예산안을 예결특위 심사에서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상임위 소관 추경예산 638억 원 중 도청 이전 사업과 관련 국비 미확보 등을 이유로 200억 원의 예산 삭감을 예고했던 건설소방위원회는 소속 정당별 의원 간 이견으로 인해 삭감여부를 끝내 결정하지 못하고 오는 25일 열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결정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