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다음 세기를 위해서 이런 신념을 권장하는 장본인이 되기를 기원하며 힘든 제2의 대통령임기를 맞이해 뜻 깊은 연설로서 다민족 이민사회인 미국의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이민법 개정을 요구하면서 ‘드림 법안 Dream Act’을 신속히 통과시켜 줄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어릴 때 부모 손잡고 이민온 소녀소년으로 자란 중고등 학생이 서류 미비자 불법이민으로 규정되기 일쑤이다. 이 아이들을 구제해 잠재능력과 재간을 꿈과 함께 펼칠 수 있도록, 범인류의 발전에 공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미국교육혜택을 받도록 하루속히 법 개정을 해달라고 외치고 있다.
정치라는 것이 인류의 사회개혁에 실질적으로 경제력만큼이나 강하기에 법적 개혁활동은 생각보다 정치적 활동에 따라 시간을 많이 드려야 할 때가 있다. 여기 미국의 한인 밀집지역을 한인들의 항의시위에도 불구하고 드디어 반으로 분리시켜 각각 인접지역으로 합류시켰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자기 당에 유리하도록 멋대로 선거구를 뜯어 고치는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 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인대표를 선출하기에 유리한 선거구역이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한인들의 정치세력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뉴욕 퀸즈에서의 올 ‘설날 Lunar New Year’ 축제는 아세안들의 합동행사로 폭넓게 이루어젔다. 프러싱에서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 태국, 필리핀, 월남 등 범아세안 주민 등으로 행렬이 한 시간이상 걸릴 만큼이나 이어졌다. 각국의 전통 의상과 가장 무슬 그리고 꽃마차, 사자춤, 꽹가리, 북, 민속 음악에 피리도 불며 열정적으로 퍼포먼스 전시행사를 했다. 다민족간의 이해와 협동으로 한 단계 발전한 현상을 보였다.
미국에서 좋은 아파트에서 잘 사는 듯한 중국이민자들을 만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인도인 대가족이 사는 것을 많이 보게 되는 일은 그동안 20-30 년 동안의 미국인구 분포변화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에서 아세아인들이 대가족을 이루고 사는 것을 보는 백인들은 퍽이나 신기해하며 한편 부러워하기도 한다. 필자도 인도인 중년신사가 노모를 극진히 모시고 승용차로 외출하는 것을 목격할 때는 기특한 생각이 들며 부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고층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하강하는데 필자에게 일본사람이냐고 동승한 인도 청년이 물었다. "아니다. 한국인이다"라고 답했더니 남한사람이냐고 되물어 왔다. 나는 흥분하고 말았다. 남한이니 북한이니 하는 말은 원래 우리 역사에는 있을 수 없는 것인데 제2차세계대전, 태평양전쟁 후 강대국들이 일본의 항복을 처리할 때 깊은 생각 없이 임시변통으로 한반도를 남북으로 38선을 그어 통치 편의상 갈라놓은 결과가 60년이나 지속되어 그렇게 불러지게 된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대답했다. 로비에 도착해 현관문으로 걸어가는 동안 내내 설명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는 벌써 어디론가 가고 나만 독백을 하고 있었다.
한반도에서 이북의 협박이 끊임없이 끓고 있는 분위기라서 필자가 골돌히 모국의 안전을 생각하고 있던 참이라 필요이상의 반응을 보였던 것 같다. 인도인만 보면 나를 흥분케 하는 무엇인가가 마음 속 깊이 존재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 바로 6.25 전쟁 후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인도가 중립국으로서 중재역할을 하던 때의 참혹하고도 억울했던 슬픈 사건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당시 어린 마음에 새겨졌던 동족 간의 참사였기에 더욱 그런 게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유엔에 가 억울함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 한때의 꿈이었다.
지금 세상은 사이버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사이버상의 해킹과 테러에 대응하는 ‘사이버대응연구까지 하고 있는 세월이다. 최신형 무인 레이저 폭격기가 핵전쟁에 사용되는 날이 오면서 가족개념 까지도 도전을 받고 있다. 동성연애 뿐만 아니라 결혼까지 일부 인정하니 말이다. 참으로 혼란스러운 현상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총기난발에 어린이가 진짜 총을 장난감 총으로 혼동해서 쏴 살인사건이 되는 험악한 정글세상이다. 이런 문제가 하루 바삐 바로잡혀야 한다. 무엇보다 급선무가 아닌가. 구세대사람들은 급변하는 사이버시대에 일어나는 일들을 따라잡기는커녕 이해하기조차 힘들다. 다음 세대들은 어떤 이념과 윤리 도덕관을 세워 인류사회의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것인가?
이상주의를 꿈꾸던 필자는 일찍부터 실리주의를 수용하게 되었다. 자칫 허망한 이상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금세 깨달았던 것이다.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일수록 국가의 안전보호를 위해 무장을 강화하고 정의와 사회적 성공을 위해서는 정치적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착하게 조용히 법을 준수해 산다고 해서 아무도 정당하고 제대로 된 사회적 대접을 베풀어준다는 보장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인류사회의 보편적 현실이 아닌가 싶다. 미국은 훌륭한 법치국가이며 청교도적 이상주의를 지켜 갈려고 노력 하는 편이지만 인간들이 관리하는 것이니 아무래도 모순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의회의 ‘은퇴 생활법’ 때문에 연방정부의 예산이 감축됐고 그로인해 무급휴가를 갖게 되며 감원대상도 생기고 여러 기관이 정리 또는 폐쇄되어 대통령, 부통령, 장관, 고급관리들의 자진감봉을 선언하는 눈물겨운 희생이 따르는 경기회복 노력이 필요해졌다. 부자들의 세금을 올리는 한편 복지사업 혜택도 감축하는 생각까지 한다. 이런 경제적 불황현상은 미국이 앞장서 있는 것뿐이지 온 세계가 도미노 현상으로 흔들리며 신음하고 있다.
우울한 추운 겨울은 그래도 어김없이 지나가고 꽃피는 봄이 왔다. 그동안 동면하는 것 같던 자연은 노력과 축적한 에너지를 뿜어 올려 연녹색 새싹을 돋게 하고 노란 개나리가 만발했다. 평화의 봄이 오기를 그래서 기원한다. 이북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들, 특히 극동에 있는 아세안국가들이 한번 깊이 생각해 새 사이버시대를 향해 정치철학을 수립하고 각 국가의 번영과 안보 그리고 세계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정책을 세워 외교하기를 바란다.
이 승 희(시인, 뉴욕취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