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인부 화상 입은 사고에 ‘직원 문제없다’ 판단…심의 열고 업체와의 계약 해지 결정
재해자들 “책임감리원과 한전 업무연락관으로부터 작업지시 받아” 주장
업체, 심의 결정에 불복 가처분 신청 등 법적 공방 나서

【SJB세종TV=최정현 기자】 한국전력공사 경주지사가 진행한 ‘2025 APEC 대비 노후 지상개폐기 교체공사’ 중 지난 8월 20일 새벽, 인부 2명이 전기 접지 미실행 및 스위치 오작동으로 화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한 이후, 한전이 발주처로서의 책임은 지지 않은 채 시공업체 측에만 벌점을 부과하고 심의를 열어 계약을 해지해 업체를 억울하게 했다는 호소가 나왔다.
부상당한 인부들은 당시 현장에 입회한 감독관으로부터 작업지시를 받고 일을 하다 부상을 당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지만, 한전 측은 이를 묵살하고 시공업체를 퇴출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여 책임을 회피하고 제식구를 감싸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총을 사고 있다.
실제로 사고와 얽힌 책임감리원과 한전의 담당직원에 대해서는 아직 징계 또는 제재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한전과 시공을 맡은 A업체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한전 대구본부에서 지난 8월 발생한 사고와 관련, 시공업체에 대한 계약해지를 결정하고자 하는 심의가 열렸다.
이 심의에는 외부위원과 한전 측 위원, 해당 시공업체 관계자 등이 참석해 사고 원인 및 업체의 제재를 가늠하는 질의와 답변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한전 측은 심의위원들에게 A업체가 안전상의 업무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인부가 부상당했다는 논리를 펴고, 현장의 관리는 전적으로 업체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업체 관계자는 “당시 사고 현장에는 책임감리원과 업무담당이 있었고 사고가 일어나기 전 인부들에게 작업지시를 내린 상태였다. 책임감리원과 업무담당은 인부들에게 작업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하지만, 인부들은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당 인부들은 “접지가 안 된 상태에서 작업지시를 받은 것이 맞다”며 “비록 인부 한 명이 스위치를 오작동해 아크가 발생해 화상을 입었지만, 작업지시를 받지 않았다면 접지 오작동을 하더라도 산업재해가 발생치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도 불구하고 한전 측은 평소 A업체가 안전시공과 관련해 몇 번의 위반사항이 있어 왔고, 벌점이 누적되자, 이번에 심의를 열어 계약해지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A업체 관계자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계약 해지를 당할 이유가 없었는데, 사고가 일어 나도록 작업지시를 내린 것은 책임감리원과 한전 업무연락관”이라며 “명백한 발주처의 잘못을 업체에 모두 전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책임감리원 업무지침서에도 ‘책임감리원은 발주처의 권한을 대리한다’고 적혀 있어, 책임감리원의 잘못은 발주처의 간접적인 잘못으로 이어진다.
A업체는 또 “사고 직전 한전 업무연락관이 책임감리원에게 차에 가 있을 테니,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사고가 나자 그 업무연락관은 민원인을 응대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고 핑계를 대는데, 새벽 2~3시에 누가 민원인을 만나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취재 과정에서 한전 경주지사 측은 업무담당의 민원 응대 일지 및 대응 방안 등에 대해서는 갖고 있지 않다고 확인했다.
한전 관계자는 “업무담당자는 작업지시 권한이 없다”며 “업체와 책임감리원이 책임 있기에 업체에 제재가 이뤄졌고, 책임감리원에 대한 제재도 후속으로 진행될 것이다. 예정되지 않은 인부를 작업에 투입한 것이 시공업체 측이고, 그 인부가 스위치 오작동을 일으켜 일어난 사고이다. 업무담당은 작업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한전은 책임을 절대 전가하지 않았으며 관련 규정과 절차에 의해 제재조치를 한 것”이라고 반론했다.
결국 A업체는 심의 결과의 부당함을 들어 계약해지 처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하고,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