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겨울답지 않게 포근했던 뉴욕에 느닷없는 폭설과 추위가 몰아쳐왔다. 그러니 늦겨울에 설날이 다가온 셈이다. 한인 단체들은 미국인들에게 설날행사를 보여주는 준비를 시작하며 2015년 새해다짐인 정치세력 성장과 주류사회참여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한인계 미국인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확고한 지역 사회인이 되는 결의를 재확인한다. 한 단체는 노벨 평화상후보에 반기문 유엔총장을 추천하는 움직임을 시작했고 한편 일본 아베수상에게 독일이 했듯이 올바른 역사관을 갖고 시과하기를 독촉했다. 특히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면서 솔직하고 진지한 태도표시를 요구했다.
벌써 내년 미국 대통령선거 움직임이 꿈틀거린다. 민주당에서는 뚜렷한 존재를 보이는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후보설이 강세를 보이지만 공화당은 여러 잡룡이 나오며 뚜렷한 후보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가끔 뉴저지 주지사가 물망에 오른다. 신문과 TV의 여론미디어는 크리스티 주지사의 최근 활동을 샅샅이 발표하고 비판하며 가십거리로 만들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눈치를 채게 된다. 사생활 취미를 노출시키며 사치스러운 가족동반의 외유 사실을 알리기도 한다. 이스라엘과 요르단 아랍나라에서는 자기비용은 한 푼도 안들이고 국왕이나 정치인 친지 사업가들이 비용을 알게 모르게 부담한다는 소문이다. 정치풍토는 인간사회이니 어느 나라나 유사한가 보다.
옛날부터 남을 도와주는 것은 미덕의 한 행위이다. 불쌍한 사람에게 도움과 자비심을 갖는 것은 선행이다. 필자가 아주 어렸을 때에는 기와집 대문의 빗장이 열린 틈을 타고 문간에 들어와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하고 깨진 바가지나 깡통를 들고 타령하는 거지가 있었다. 그때 시끄럽다고 부엌에 있던 가정부(식모)가 재빨리 찬밥과 김치 또는 남은 부치개나 반찬을 한 그릇 갖다 주고 보내곤 했다. 적선을 한 것이다. 점점 그것이 먹는 물건에서 동냥으로 바뀌며 더 나아가 헌금 모금의 현대식 기부금문화로 발전했다.
나아가 세월이 흘러 여로 모로 발전해 오면서 그런 거렁뱅이는 없어졌지만 다리 밑의 집 없는 또는 지하철역에서 신문지나 상자들을 깔고 숙식을 하는 떠돌이들이 나타났다. 미국같이 한 때 세계 제일부국으로 알려졌던 나라에도 아침마디 "일불(one dollar)"만 달라고 외치는 노인이나 노상에 카드보드를 깔고 "불운한 저를 도와주세요(Help Me, Unlucky Person)" 라는 푯말을 들고 앉아있는 남자나 어린애를 안고 있는 여자를 본다. 집 없이 노상에서 새우잠을 자는 사람들도 있다. 자선사업 단체 구호책이 있는데도 마약관계로 망가진 인간들이 생기는 모양이다. 이런 계층의 시민들을 구호하려면 모금이 한없이 필요한데 어떻게 걷어드리고 쓰이고 관리되는지가 온 세상 사회의 관건이다.
사적이거나 공적이거나 사회거래에서 종교단체 개인이나 법인단체들이 회비이외에 헌금제도를 발전시켰다. 소위 기부금제도이다. 정치자금 모금, 지구촌의 불우이웃 돕기 등 국가적으로 국제기관 등에 기부금제공이 이루어지니 쌈짓돈에서 거금의 사업자금으로 단위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모금 금고의 관리와 정직한 건설적 사용과 보전이 중요하며 잘 이루어 지고 있는지는 나라마다 기관마다 다르며 검열하고 관찰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 ‘생선가게에 고양이를 맡기’는 격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문제는 관리자들의 진정한 정신과 인격 또 진실한 의도가 필수적 조건이 된다.
여기 한인사회에서는 전 회장(32대)의 불법적이고 불투명한 회비사용이 큰 문제가 됐다. 33대 회장이 투명성과 올바fms 한인회 기금사용을 부르짖고 재출마를 해 34대 한인회 회장선출에 경선이 이루어지게 됐다. 2년이 임기인데 지난번에는 단독출마였으나 이번에는 여자후보자가 출마해 경선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3월초에 선거가 있는데 벌써 선거준비가 시작되었다. 몇 십만 불의 선거자금과 경비가 필요하다니 일반 한인들은 그 많은 돈을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썼으면 더 좋겠다고 하지만 한인회의 필요도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한인회관을 재건설해야 한다고 모금운동이 시작된다. 어디를 돌아봐도 개인생활이든 사회활동이든 돈의 필요를 감지하니 은퇴한 사람들은 손 놓고 있지만 살기가 힘들고 속 타는 기분이다.
2월 5일에는 뉴욕시장을 대신해서 시의 이민국장이 민권센타를 방문해 이민자들의 문제를 토의하고 시당국의 미래계획을 밝혔다. 민권센터는 1984년에 젊은 이민자 유학생들이 순수한 의도로 한인 이민자를 돕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발족했다. 젊은 변호사 회계사 사무원들이 사심 없이 무료봉사를 한다. 시에서 운영기금도움을 받기도 하고 헌금과 경제적 기증도 일반 사회인과 단체에서 받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아직은 미미하다. 작은 사무실에서 검소하게 절제하는 양식과 지출을 줄여 순수한 봉사를 한다. 큰 한인단체는 모국과의 정치적 관련도 갖고 야심찬 행동과 움직임도 있지만 이 센터는 순전히 뉴욕 이민사회를 돕는 데 힘쓰고 있다. 필자는 한 달에 한번 은퇴한 연로봉사자로 모임에 참석한다. 정신이 깨끗한 젊은이들, 유학생출신, 1.5 나 2세들과의 만남이 필자에게는 즐겁고도 보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승 희(시인, 뉴욕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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