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있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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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는 것들
  • 문희봉 (시인·수필가·평론가)
  • 승인 2016.04.06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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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희봉 (시인·수필가·평론가)
 내게는 용서가 있다. 나에게 용서가 없다면 그 어디서 용서라는 말을 찾을까. 용서라고 말은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어떻게 상대의 허물이 지우개로 지운 듯 사라질까. 상대를 미워하는 마음이 들어차면 찰수록 내 자신이 힘들고 그것에 갇혀 고통스럽다. 용서하라. 그렇다고 용서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하는 용서는 안 된다. 덜 괴롭고 덜 아픈 만큼 용서하면 된다.

  내게는 이해가 있다. 나에게조차 이해가 없다면 어디서 이해라고 하는 포근한 말을 찾을까. 이해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최고의 유산이다. 주위 사람들의 위대함을 믿고 평범함을 넘어 위대한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것이다. 이해는 때로 사람들의 오늘과 내일을 통째로 바꾸어 놓는다.

  내게는 대화의 상대가 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나에게 말동무가 없다면 전화방으로 갈 수밖에 없다. 대화의 상대가 있기에 뜻을 같이 하는 동료가 많다. 뜻을 같이 한다는 것은 방향을 같이 한다는 것이다. 같은 목적과 방향으로 꿈을 함께 꾸고, 함께 만들어 가는 사람, 그런 사람이 주위에 많이 생긴다. 무한 신뢰를 갖는 친구, 지옥까지도 함께 갈 수 있는 진정 좋은 평생 친구가 많다.

  내겐 빈 공간이 있다. 혼자만의 공간이 있기에 유순한 인품과 친구하며 살 수 있는 것이다. 지친 몸을 편히 쉬게 하는 공간은 바로 치유의 공간이다. 그런 공간이 바른 인품을 갖도록 도와 준다. 고속도로 곳곳에 휴게소가 있듯이 인생의 긴 주행도로에도 쉴 곳이 있어야 한다. 자동차가 쉬지 않고 달리면 어느 순간 기름이 떨어지고 엔진에 고장이 날 수도 있다. 나를 살리는 것은 휴식 공간이다.

  내게는 안식이 있다. 피곤에 지친 육신을 편히 쉬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나의 몸속에 없으면 밖으로 떠돌 수밖에 없다. 아프면 아프다고 드러내기도 어렵다. 알아주지도 않을 뿐더러 싫어하고 멀리한다. 아픈 통증에 몸부림칠 때 진심으로 다가와 아픈 자리를 어루만져 준다. 안식은 내 치유자이며 진정한 힐러이다.

  내게는 인정이 있다. 내게 인정이 있기에 주위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는 조그마한 착한 마음이 있다. 인정이 있기에 손해를 보는 듯 살아간다. 당장은 손해 같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복이 되어 돌아온다.

    

  내게는 유머가 있다. 유머는 이웃 간의 관계를 정감 넘치게 만들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대화도 문학적 대화를 많이 한다. 문학과 가까이 하며 살 수 있는 소양을 갖고 태어났기에 가능한 것이다. 웃음이 없는 진리는 진리가 아니다. 웃음은 유머다.

  내게는 양심이 있다. 양심이 있기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의가 아닌 일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는다. 베풀었다는 마음까지 비워야 참 베풂이다. 내가 준 것만큼 좋은 말을 듣고 싶어 하거나 되돌려 받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도움을 받은 사람은 그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된다. 베풂을 기억해 다시 일어서야겠다는 마음가짐과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은 양심을 가진 사람의 전유물이다.

  내게는 사랑이 있다. 잘못을 꾸짖고 잘한 것은 칭찬해 주는 양면성의 사랑이 있다. 이 세상에서 사랑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상처 없는 사람이 있을까. 이 빠진 그릇이라면 버리면 그만이다. 인간은 그릇으로 치면 여기저기 이가 나가고 손잡이도 여러 번 떨어져 붙이고 다시 붙인 그릇이다. 덜그럭 덜그럭 요란스런 소리를 내며 깨지고 구르고 그래도 사랑이 있기에 열심히 목숨 걸고 살아간다.

  내게는 희망이 있다. 앞으로 더 잘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살아가기에 늘 가슴 속에 꿈이 자라고 있다. 모든 물질은 저마다 고유의 파동이 있다. 납과 철, 돌과 수정은 각기 파동이 다르다. 사람도 저마다 다른 특유의 파동이 있다. 나타나면 갑자기 방안이 싸늘해지는 사람이 있고, 온 방안에 훈훈해지는 사람도 있다. 한 사람이 내는 작은 기쁨의 파동이 세상을 기쁘게 한다. 그것은 바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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