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로 인생 망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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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로 인생 망치는 사람들
  • 文 熙 鳳(시인·수필가·평론가)
  • 승인 2016.05.16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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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모름지기 물을 닮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은 방해물이 있어도 거침없이 흐른다. 둑이 있으면 흐름을 멈춘다. 둑을 없애면 다시 흐른다. 둥근 그릇이나 네모난 그릇을 가리지 않는다. 그릇의 모양에 따라 수시로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킨다.

늘 여유로우며 활달하기 그지없다. 인간도 언제나 자신이 모자라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더 많이 배우려 노력하고 남을 가르치려들지 않는다면 존경받는다. 하물며 막말이란 것은 생각지도 못한다.

남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물웅덩이로 밀어넣으려 하는 사람은 자신의 모자람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다.

아무 생각 없이 내밷은 말이 운명을 좌우한다. 말은 그 사람의 성품과 인격을 엿볼 수 있는 척도이다.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

좋은 말만 하고 살아도 짧은 게 인생이라 하지 않는가.
나는 교인도 불교신자도 아니다. 가끔 산에 가면 절에 들러 부처님을 알현하는 정도다.

예수는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향해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라고 했다. 자기를 십자가에 못 박고 박해하던 사람들을 향해서도 그랬다. 부처는 상대가 욕할 때 웃으시는 분이다. 

보살이 공양하기 위해 어떤 집을 방문했다. 대문 앞에서 목탁을 열심히 쳤다. 말은 하지 않았다. 주인이 한마디 한다. ‘재수 없게 아침부터 와서 지랄여.’ 누가 밥을 달랬나. 돈을 달랬나. 무엇을 주기는커녕 욕을 한다.

사지 멀쩡한 놈이 아침부터 무얼 달란다고 나무란다. 밥이나 시주를 안 하면 그만이지 욕은 왜 하는가. 누가 뭘 달라고 했나. 그냥 와서 서 있었지. 그래도 보살은 부처에게 배운 대로 웃음으로 대한다. 이런 때 주인은 미친다.

보살은 그에 대한 답은 아니하고 ‘당신 집에도 손님이 찾아옵니까? 찾아올 때 선물을 가져 옵니까? 그 선물을 안 받으면 그 선물은 누가 받게 됩니까?’고 물었다. 그 막말이 선물이다. 그 막말을 당사자가 안 받으면 결국 누가 받게 되는가.

정치인들이 막말을 즐겨 쓰고 있다면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한편 생각하면 남이 갖지 않은 재주를 갖고 있어 높이 평가(?)될 수도 있겠으나 소속된 집단이나 개인에 큰 부담이 되어 마이너스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어떤 이가 당 대표에 당선되고 나서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하여 ‘유대인이 히틀러의 묘소에 가서 참배할 수 있겠느냐?’고 같은 당 소속 의원이 비판한 일이 있었다. 아니다. 비판이 아니고 막말을 했다.

여야 간 대치되는 대화 속에서 천안함 사건을 두고 당신네 당에서 조작한 것 아니냐고 하니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맨날 조작하고 왜곡하니까 우리도 그렇게 하는 줄 아느냐?’는 말로 응수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하는 모 의원은 컷오프 발표가 임박하자 ‘최전방 공격수를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불편하게 했던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글을 올렸다.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 같으니 살짝 꼬리를 내린 것이다. 

막말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현역 의원으론 첫 컷오프 대상에 오른 모 당 L의원도 '막말'이 문제가 됐다. 지난 2013년인가 여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서부 총잡이가 죽은 것과 붕어빵이 타는 것, 처녀가 임신하는 이유의 공통점은 너무 늦게 빼서’라는 발언을 했다가 논란을 빚은 뒤 고초를 겪었다.

여당에서도 ‘대표인 K 죽여버려.’란 발언을 한 Y의원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라는 배지를 계속 달아야 하는 것은 선거구민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해도해도 너무한 것 같다.

지난 19대 총선에선 팟캐스트 '나꼼수' 진행자 K후보가 서울 노원갑에 민주통합당 후보로 도전했지만 결국 패배했다.

그가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 했던 과격한 발언들이 공개되기 시작하면서다. '유영철을 풀어서 라이스(미국 전 국무장관)를 아예 강간을 해가지고 죽이자.' '노인네들이 오지 못하도록 시청역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를 모두 없애면 된다"는 발언을 했다가 곤욕을 치른 사람도 있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선 당시 민주통합당 J후보는 '60, 70대가 미래를 결정해 놓을 필요는 없다. 그래서 이번에 투표를 안 해도 괜찮다. 그분들은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집에서 쉬셔도 되고.'라고 했다가 노인폄하 논란에 휩싸여 고개 조아리고 노인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그것뿐인가? 대통령을 초등학교 반장 정도로밖에 대우해주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벌은 꽃에게서 꿀을 따지만 꽃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는다. 오히려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수정을 도와준다.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렵다. 그런 사람들이 이번 총선에서도 당당히(?) 선거구민들의 지지를 받고 입성했으니 아이러니 한 일이다. 우리는 그런 쓰레기들이 나라를 이끌어 가는 상황인데도 망할 듯 망할 듯 안 망하는 엄청난 내구력을 가진 종족이다.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어리석은 이는 그것을 마구 넘겨 버리지만 현명한 사람은 열심히 읽는다.

단 한 권밖에 없는 인생을 읽지 못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호기를 말 한마디로 망쳐버리는 그런 우매한 인간이란 정말로 구제불능이다. 이제는 막말과 욕이 일상언어가 되고, 교양과 품격은 이제 박물관에서나 찾아보아야 할 정도까지에 이르른 느낌이 든다. 

나는 내일을 이야기하는 사람과 만나고 싶다. 깨달음의 경지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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