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는 특히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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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비리는 특히 안 된다
  • 문희봉 (시인·평론가·칼럼리스트)
  • 승인 2016.06.2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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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누차 주장해오고 있는 사항이나 방산 비리는 국가의 안위와 우리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의외로 크다. 안타까운 일이다. 군 고위급 인사들이 연루되어 유사시 무용지물인 무기들을 들여오고 생산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동안 고가의 무기와 관련된 방위산업 비리가 수도 없이 터져 나왔다. 국민들은 이런 썩은 군대가 적의 침략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이제 그 비리는 병사들이 먹고 입고 잠자는 물품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들로선 분통 터지는 일이다. 어느 누구도 그러해선 안 되지만 특히 군인들이 그래선 안 된다. 남북 대치상황이 휴전 이래 계속되어 오는 상황에서 이건 목숨을 내놓고 하는 비리이기에 국민들에게 주는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하나하나 짚어 보다.

우리나라의 청렴도 점수는 100점 만점에 56점이다.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한국 공공 부문의 부패 지수는 168개국 중 37위로, 이웃 나라인 일본과 홍콩(각각 18위), 싱가포르(8위)보다 낮았다. 일반적으로 70점대를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 50점대를 '절대 부패로부터 벗어난 정도'로 해석하는데, 최근까지도 '방산 비리'와 '입법 로비' 등으로 홍역을 치른 한국은 7년째 50점대로 답보 상태다.

반면, 반부패에 관한 글로벌 기준은 계속 강화되고 있다.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 영국 뇌물법과 청탁금지법은 모두 직원의 위법 행위 시 해당 직원은 물론 기업까지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을 채택했다. 이에 기업은 법에 명시된 뇌물 제공 예방을 위한 '적절한 절차(영국 뇌물법 제7조 2항)'를 따랐다는 것, 해당 업무에 관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청탁금지법)'을 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면책이 가능하다. 미국·영국 기업과 거래하던 한국 기업들도 뒤늦게 윤리 경영 체계를 마련하느라 고심에 빠졌다는 후문이다.

국방부는 국방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그간 방산 수출 진흥에 진력했다. 덕분에 우리는 방산 수출 40년 만인 2013년 34억 달러, 2014년 36억 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그런데 잇달아 불거진 방산 비리라는 장애물을 만나 수출이 퇴보하고 있다. 1년 넘게 이어진 방산 비리 수사는 청렴도 제고에 크게 기여했지만, 방산 수출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분명 잘못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익에 실(失)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수사가 너무 길어서는 안 된다.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무기 수출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국내 문제 때문에 어렵게 쌓아온 방산 수출 탑이 무너지고 있다. 그 사이 우리의 경쟁자들은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일본은 무기 수출 금지 47년 역사를 깨고 법 개정 후 방산 시장에 뛰어들었고, 중국은 정부 주도로 방산 기업에 힘을 실어주면서 무기 수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일본은 프랑스·영국 등과 이미 '방위장비 기술이전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고, 호주와는 10척 규모 잠수함 수출을 위해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무기 시장에서 경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비리 척결'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하루속히 이 터널을 빠져나와야 한다.

육군이 핵심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훈련 장비 수백억 원 어치를 '적합'으로 판정해 도입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업체로부터 법인카드를 건네받아 쓰면서 장비 시험평가 기준을 바꿔준 간부도 있었다. 감사원은 이 같은 방산 비리 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현역 사단장과 대령 출신 팀장 등 2명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다.

육군본부는 지난 2014년 실제 전장(戰場) 환경과 유사한 상황을 만들어주는 '다중통합 레이저 교전훈련체계(MILES·마일즈)' 생산업체로부터 152억 원 어치 물량을 납품받았다. 마일즈의 '공포탄 감지율(100발 쏴서 명중하는 정도)'은 100±1%이어야 하지만, 이 업체의 감지율은 운용 평가에서 86.9~92.8%에 그쳤다. 명중률과 관련된 '영점(零點) 유지율(일정량을 사격한 이후에도 당초 영점이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비율)'은 0%까지 나올 정도로 형편없었다. 이런 장비가 2019년까지 800억 원 어치 추가 납품될 예정이었다.

해안 복합 감시 체계사업은 적(敵)의 침투가 예상되는 해안 취약 지역에 고성능 감시 장비를 설치하고, 주·야간 감시가 가능하도록 레이더와 열상감시장비(TOD) 등 기존 장비들을 통합 운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방위사업청은 2013년 3월 418억 원의 예산을 들여 D사를 사업자로 선정했고, 2015년 1월 육군과 해병대 12개 사단에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방사청은 당시 "적(敵)의 침투에 취약한 경계 체계를 보완하고 해안 취약 지역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D사가 납품한 이 시스템의 부품 가운데 일부가 사업제안서와 달리 시공되거나 시험성적서 자체가 조작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방사청 내부 관계자나 시험성적서를 발급하는 공인 연구 기관 관계자 등이 D사와 공모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방위 사업 비리는 군(軍)과 방사청, 방산 업체, 무기 거래상 간의 뿌리 깊은 유착 구조에서 출발한다. 그 한가운데에는 같은 사관학교를 나왔다는 등의 학연과 지연, 근무 연줄 등으로 얽힌 군 인맥이 있다. 통영함 사건 등 대표적 방위 사업 비리는 예외 없이 이런 유착 구조에서 싹텄다. 업체 선정이나 가격 결정 과정에서 쉽게 기밀이 유출되고 아무렇지 않게 돈이 오가는 이유도 끼리끼리 유착한 구조 때문이다.

군 간부가 방사청 요직을 차지한 채 각 군의 요구나 업체의 이해를 반영해 폐쇄적으로 사업을 결정하는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대부분 관리 책임자도 군 출신이고 실무자도 군 출신이다. 군 출신들이 사업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방사청에선 실무자 한 명이 관리하는 사업이 290건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외부와 차단된 가운데 너무나 크고 많은 사업이 결정되고 있는 것이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작동도 되지 않는 불량(不良) 무기 성능 시험 장비를 구매하면서 허위로 합격 판정을 내린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밝혀졌다. 국방과학연구소는 2012년부터 2년간 대(對)전차 무기 시험 평가에 쓰는 자동 조종 모듈과 내부 피해 계측 장치가 핵심 부품 결함으로 작동 자체가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80억 원을 들여 구매했다. 자동 조종 모듈은 이동 표적을 원격조종하는 데 쓰는 장비이고, 내부 피해 계측 장치는 전차의 격파 피해를 측정하고 촬영하는 데 쓰는 장비다.

그동안에는 성능이 떨어지는 무기의 시험 성적서를 위조한 방산 비리가 주로 적발됐다. 1조원 넘게 들여 도입하기로 한 해상 작전 헬기는 다른 나라 군대가 모의 훈련을 하는 모습을 구경해 놓고선 실제 무기로 실물(實物) 평가를 해본 것처럼 시험 평가서를 위조했다.

통영함 음파탐지기(소나)는 어선(漁船)에나 달 수 있는 2억 원짜리 구식 장비였는데도 서류 위조를 통해 41억 원짜리 최신형 소나로 둔갑했다. 그것도 모자라 이번엔 아예 무기 성능을 측정하는 장비까지 불량품을 갖다 썼다. 그런 측정 장비로 검증한 무기들이 제대로 된 것일 수 없다. 방산 분야 비리와 부실이 어디까지 가 있는 것인지 생각하면 아찔하다.

무기 구매에 군 관계자들과 유착한 무기 중개상이 끼어들면 사업비가 터무니없이 부풀려진다. 실제 2009년 터키 업체에서 도입한 공군 전자전 훈련 장비(EWTS)는 500억 원이면 들여올 수 있었는데 중개상이 값을 두 배가량 부풀렸다가 적발됐다. 그나마 성능도 미달인 제품이었다. 중개상 수수료는 무기를 파는 쪽에서 합법적으로 주는 돈이라지만 당연히 구입비에 전가(轉嫁)된다. 결국 국민이 세금으로 부담하는 돈이다.

여유와 자존감이 군에 필요할 때다. 정훈장교 본업은 홍보가 아니라 정신전력 교육이어야 한다. 유사시 필요한 강도 높은 훈련에 지휘관들이 머뭇거려서도 안 된다. 지금 국민은 군장 메고 변화를 향해 뛰어가는 야전 장병들에게 힘찬 응원을 보내고 있다. 군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때, 그리고 이번처럼 북한군을 정신전력으로도 압도할 때 신뢰를 받을 수 있다. 강군(强軍)은 국민의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마음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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