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님을 모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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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사님을 모시고
  • 김용복 기자
  • 승인 2016.08.2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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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군 광천읍 대평리 318번지 대평초등학교.
 

오늘은 초등학교 때 은사님을 뵙는 날이다.

47년 전 이 학교를 졸업한 112명 가운데 50여 명이 모여 당시 담임 선생님이셨던 장석형 김용복 은사님을 모시고 그동안 쌓였던 회포를 풀게 되는 날이다. 대전에 사시는 김용복 선생님께서는 사모님도 모시고 오셨다.

선생님 내외분을 모시기 위해 김인재 친구는 아침 일찍 광명역에 나가 기다렸고, 다른 친구들도 지방에서 올라오는 친구들을 실어나르기 위해 관악역에 나가 기다렸다.

조그마한 시골 마을 대평리. 당시 13~4세였던 상고머리와 단발머리의 소년 소녀들이 지금은 환갑을 넘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되어 만난 것이다..서울에 살고 있는 친구들은 물론 인천, 부천, 부평, 천안, 태안에 있는 친구들도 왔다. 멀리 광천에서 조철호도 달려 왔고, 대구에서 큰 사업을 하고 있는 구익회도 왔다. 선생님께서 익회를 보시더니 선친을 꼭 닮았다고 금방 알아보셨다. 기태는 몸이 불편하여 참석 못해 미안하다며 선생님들 대접하라고 두툼한 금일봉을 보내왔으며 ‘한길유리’ 사장인 김완선은 두 분 은사님께 드린다고 무게 실린 백화점 상품권을 가져왔다.

어디 그뿐이랴!

유명 메이커에 납품하는 등산모 제조업을 하는 이종만은 고급 등산모를 선물해 드렸고, 양재복은 그 때 졸업 앨범을 수십 권 복사해와 모두에게 나누어 주었다.

김용복 선생님은 앨범을 받아 드시더니 참 고맙다고 재복이 손을 여러 차례나 잡아주시며 고마워 하셨다. 사모님과 특별히 친했던 이공희는 사모님께 드릴 선물도 준비했던 것이다. 그외에 다른 친구들도 자기가 운영하는 제품들을 가져와 선물로 드렸는데,. 어떤 친구들은 현찰로, 어떤 친구들은 자기가 준비해온 기념품으로 은사님의 사랑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던 것이다. 이번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친구들 가운데 먼저 떠난 친구도 있고, 몸이 불편하여 거동을 못하는 친구도 있으며, 더러는 선생님들보다 더 쇠약하여 부끄럽다고 불참한 친구들도 두서너 명 있었다.

오랜만에 만났기 때문인가, 어느 친구는 사모님께

“야, 너는 누구지? 얘 이름이 뭐였더라?” 하여 모두들 웃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47년간 쌓인 회포가 얼마나 많으랴!

    

먹고 살기 어려웠던 그 시절. 미국에선 옥수수가루와 우유가루를 보내와 어린 우리들은 강냉이 죽이나 옥수수 가루로 만든 빵을 먹으며 공부했다. 어디 그뿐인가? 가을이면 선생님과 함께 겨울 난방용으로 쓰기위해 솔방울 따러 바구니 들고 뒷동산을 헤매던 추억도 그리움으로 다가오며, 겨울철 난로 위에 데워 주시던 도시락. 때를 맞춰 위에 놓인 것과 아래 놓인 도시락을 번갈아 바꿔가며 따뜻하게 데워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지금이야 무상으로 제공되는 급식인데도 질이 나쁘니 좋으니 탓을 하지만, 당시야 옥수수가루에 우유가루로 만든 빵도 못 먹어 안달을 했던 기억이 난다. 송충이를 잡으러 선생님과 함께 오른 운용리 뒷 산. 송충이 잡으러 와서 먹으려고 집에서 가지고 온 고구마를 나무 밑에 솔가루를 덮어 감추어 놓은 것을 다람쥐가 가져간 것도 모르고 이리저리 찾던 추억,

일요일이면 선생님 따라 월림리 교회 가서 예배도 드렸다. 어디 지금 같으면 학부모들이 용서나 할 일이던가? 당시는 중학교도 입학시험을 보아 선발하던 때라 일요일에도 학교에 나가 입시공부를 해야만 했다. 그래서 우리는 일요일이면 선생님을 따라 논두렁 밭두렁 구부러진 길로 월림 침례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린 후 공부를 했던 것이다. 이런 일로 장로가 된 친구도 있고, 목회자가 된 친구도 있으며 많은 친구들이 하나님을 영접하게 되었던 것이다.

김용복 선생님은 음악 전문가가 아니시다. 그런데 우리들은 음악 시험만은 자신이 있었다.

그 시절 우리가 배우는 음악교과서에는 ‘백두산 벋어내려 반도 삼천리’ 란 노래가 있었다. 음악시험 주관식에는 악보를 채우는 문제가 두 문제씩 출제 되었는데 선생님께서는 이 악보를 ‘244 5644 44 443’이런 식으로 음표를 외우게 하셨다. 지금 생각해도 창의성이 뛰어나셨다.

장석형 선생님께서는 김용복 선생님과 광천상고 동기동창이시다. 학생들에게 늘 너털웃음으로 다독여 주셨다. 매일 이른 아침에 와서 매 맞고 꾸중 듣던 우리들에게 장선생님은 우상이셨다. 그 때의 그 유명했던 너털웃음을 오늘 여기서도 그대로 보여주셨다.

우리들은 공부하다 지치면 운동장에 나가 한 발을 들고 한 발로 서서 상대편과 싸우는 깨금발 놀이며 고무줄놀이를 했다. 그런 놀이를 할 때면 사모님도 민영이(김용복선생님 둘째 딸)를 업고와 응원해 주셨다. 때로는 앞 개울가에 선생님과 함께 가 하얀 모래로 이를 닦던 추억, 우리는 시골 조그마한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그렇게 정들며 공부했다. 그런 선생님들을 오늘 만난 것이다.

80이 다 되신 선생님들이시지만 장선생님은 새마을 금고 이사장으로, 김용복 선생님은 효지도사 교육원 교수로 2세 교육에 전념하고 계시면서 언론에 칼럼도 쓰시고 ‘에브리온 세종tv' (스마트모바일TV 33번 채널)회장으로 일하시고 계서서 보기에 좋았다.

세월이 흐를수록 새록새록 생각나는 어린 시절의 추억. 그 추억이 오늘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건강하세요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이여 건강하며, 우정도 변치 말자..

글쓴이 김명일 (대평초등학교 19회 재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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