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에 ‘가방 빚’ 갚은 젊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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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에 ‘가방 빚’ 갚은 젊은이
  • 文 熙 鳳(시인·평론가)
  • 승인 2016.11.09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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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희봉(시인·평론가)

초등학교 2학년쯤이었다.

몹시 가난해서 도시락 담을 가방이 없었다. 그래서 하교 길에 가방 가게에서 주머니를 훔쳤다. 그로부터 19년 동안 마음고생하면서 살았다. 지금도 그 가방 가게가 존재하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있었다. 그래서 마음의 빚을 갚겠다 생각하고 가방가게 주인에게 가방 값으로 4만원을 편지와 함께 주인이 퇴근한 후 출입문 밑으로 밀어넣었다.

그 내용이 신문에 보도되었다. 그 보도 내용이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물하고 있다. 산토끼 같은 가난한 마음이 얼룩말 같은 부유한 마음으로 변환되어 향을 발산하는 좋은 사례라고 반기고 있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내 가슴도 좋아라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다.

아니 그런 일이 가끔 있었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반성하는 사람들에 대한 보도가 가끔 있었다. 얼마나 형편이 궁했으면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도시락을 그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도 늘 마음이 편치 않았단다. 바른 인성의 소유자임에 틀림없다. 중고등학교를 거쳐 20대에 이르러 그 빚을 갚는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이었겠는가? 보통 사람 같으면 그냥 잊어버렸을 일이 아닌가.

아무런 죄의식 없이 남의 돈을 빼앗는 사람도 있다. 흉기를 들이대고 강탈하는 사람도 있다. 날치기도 있고,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 귀금속이나 현금을 훔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나는 세상인데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건 우리 사회의 문화척도가 아직도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재산을 부당하게 빼앗은 것이 있으면 4배로 갚겠다.”고 말한 성경 속 인물을 빗대며 “저도 그때 가격의 4배로 갚으려고 한다. 많이 부족하지만 이것을 받으시고 부디 저를 용서해 달라.”고 했단다.

주인은 “지금은 20대 젊은이일 텐데 ‘요즘 세상에도 이런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하루 종일 마음이 훈훈했다.”고 했다. 아마도 그 젊은이의 체내에는 분홍 립스틱처럼 달콤하면서도 따스한 혈액이 흐르고 있을 것이다.

소금기 질척한 골목에서 살고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두부찌개에서 피어오르는 듯한 따뜻한 김이 보이지 않는가. 파릇한 이파리마다 햇살이 가득하여 윤기가 나는 것 같은 오늘이다. 권력과 돈을 위해서라면 사랑도 명예도 헌 신발짝처럼 팽개쳐버리는 쩨쩨하고 쪼잔한 것들이 세상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세상이라고 한탄하는 사람이 많은데 갑자기 내 마음이 훈훈해진다.

    

그래 이참에 나도 남과 나누는 삶을 살 일이다. 그리고 더러는 비워놓고 살 일이다. 나아가 더러는 그리워하며 살 일이다. 으스러지도록 온몸을 태우며 남과 나누는 삶을 살 일이다.

한 인간이 고귀하게 걸어온 삶을 어느 날 갑자기 헐값에 처분해서야 되겠는가? 뒷모습이 아름다운 삶은 미물들의 삶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젊은이의 끈적끈적하고 비단결 같은 인성의 철학에 박수를 보낸다.

“향기로운 꽃은 누굴 위해 피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니 그 젊은이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젊은이의 렌즈 속에는 고가치의 인정만이 굴절 없이 가득 담겨 있을 것만 같다. 그 젊은이의 가슴 속에는 달콤하면서도 은은한 향기가 가득할 것만 같다.

내가 그 젊은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 같은 사람을 이 사회는 필요로 한다.”라고. 삐걱거리는 사회, 자갈밭을 달리고 있는 자동차가 원하는 것은 승차감이 좋은 평탄하고 안전을 선물하는 아스팔트길이 아니겠는가?

그 젊은이는 아마도 이 세상 졸업할 때 후회 없이 보람된 삶을 살았노라고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엔 아직도 우동국물 같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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